1932년 세계적인 대공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희망을 줄 수 있었던 지도자는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 회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정상회담은 무의미하게 끝나버렸다. 이러한 관찰을 한 사람은 영국의 유명한 사학자 웰스 경이었다.
환경은 다르지만 지난주 런던에서 G20 금융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세계경제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지대했다. 평범한 가정 출신인 미셸 오바마의 국제무대에서의 모습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오바마를 처음부터 후원한 나로서는 유색인종으로서 오바마가 어떤 모습으로 유럽의 보수적인 백인들을 대할 것인가 대하여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카우보이 외교’를 펼쳤던 부시 전 대통령은 유럽에서 상당히 미움을 샀었다. 이 모두가 전임자의 과실에서 온 것이지만 오바마의 입장은 편한 것이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나 독일은 영국과 미국의 유대관계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터이고, 러시아는 항상 미국과 본질적으로 대립관계를 유지하는 사이가 아닌가. 게다가 중국은 근래 달러화의 가치하락과 관련, 공공연히 미국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한바 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임해야 했었다. 결과는 대단한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겸손함, 참선에 가까운 조용한 소신, 명석한 두뇌에서 나오는 설득력 - 이러한 인간 오바마의 개성이 이번 G20 회의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마지막 협상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의견대립을 보였을 때 이들을 옆으로 불러내 합의를 중재해낸 오바마의 설득력은 가히 수준급 이상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미국에 대한 독설로 유명한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으로부터 호감을 얻어내고 9월에 러시아 방문초청을 받아낸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세계의 정상들이 미국의 대통령을 포용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수많은 국가지도자들이 영국에서 외신기자회견을 했지만 유독 오바마가 기립박수를 받은 최초의 국가 원수가 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뉴욕타임지 베스트셀러였던 그의 자서전 ‘아버지에게서 받은 꿈’을 통해 우리는 그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개가한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살았던 가난한 생활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성장한 후 생부의 고향 아프리카에 가서 이복형제들과 허물없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그의 넓고 깊은 인간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최고 대학을 마치고 시카고의 빈민촌에 가서 박봉에 시달리며 민권운동을 한 그의 모습에서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한 젊은이의 신선한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부인 미셸은 이번 방문 중 영국의 어린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 하면서 그들의 첫번째 데이트가 그의 민권운동 모임에 간 것이었다고 자기 남편의 일면을 소개했다.
이번 G20에서 미셀 오바마가 보여준 모습 역시 수준급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짤막한 접견에서 두 여성은 서로 손으로 등을 감싸는 친밀감을 표시했다. 여왕의 몸에 평민이 손을 대는 것은 왕실의전 상 금기로 되어있다. 하지만 까다롭기로 이름난 영국언론은 사상유례가 없는 이러한 모습을 매우 좋게 대서특필 했다.
강한 나라는 강한 여성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남편과 같이 미국의 최고학부를 나온 후 좋은 직장에서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한 그녀를 영국언론은 앞으로 남편의 내조자가 아니라 훌륭한 반려자 역할을 할 것이라 점치기도 했다.
오바마를 싫어하는 미국의 일부 극우 정치인들에게 이번 G20 회의에서 오바마가 보인 모습과 국제적 반응은 매우 의외였을 것이다. 이들은 공공연히 표현은 안하지만 아직도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회의를 통해서 이들에게 세계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 준 셈이다.
벤자민 홍/ 금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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