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의 집 총격 사망’ ‘40대 주부 뺑소니 사고 사망’ ‘30대 여성 딸 차에 태운 후 도주-추격전 끝 경찰 총 맞아 사망’ ‘한인 또 총격 피살’... 지난 한주 발생한 한인관련 연쇄 참극 소식이다.
피해자든, 가해자든 모두 이 땅에 이민 올 땐 저마다 푸른 꿈을 가지고 왔을 것이다. 기회의 나라 미국에 와서 부자가 되겠다, 아니면 최고가 되겠다 혹은 자녀를 훌륭히 키우겠다 등등. 그리고 이런 대망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모두 나름대로 열심히 이민생활을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참변이 한인들 사이에 자꾸 일어나는가? 너무 쉽게,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어 이제는 이런 보도에 크게 놀라지도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이런 참사가 우리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 아이까지 하루아침에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엄마가 목숨을 잃으면서 고아가 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일이다. 물론, 인간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내가 아무리 자동차 운전을 잘해도 주위에서 갑자기 차가 들이닥쳐 사고가 나는 것처럼 생각지도 않은 복병이 난데없이 생겨 가만히 있는 나를 해치는 데는 누구도 피해 갈 재간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남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을 수 있지 않은가. 이때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이민생활을 슬기롭게 해야 하는 가다. 어떻게 살아야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바람직한 미국생활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멀고 먼 타국 땅에 와서 사람을 헤치는 그런 참극의 주인공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는가.
미국은 특히 다인종국가로 이를 통솔하기 위해 모든 것이 법과 질서 속에서 철저하게 움직여지기 때문에 한순간 잘못해서 법망에 걸리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평생 기록에 남아있어 실패한 이민생활을 만들 수가 있다. 이민생활은 모든 것을 다시 새 땅에 옮겨 심어야 하는 아주 힘든 작업이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이 생소하다 보니 돈 벌기도 한국에서 보다 훨씬 더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처럼 힘이 미약한 소수민족으로서는 미국에 이민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장벽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조급하지 않은 마음이 없고서는 이를 뛰어넘기가 어렵다. 섣불리 서두르다가는 뜻하지 않은 대형 사고나 사건에 휘말릴 수가 있다.
사람들은 뭐든 한 번에 크게, 단숨에 일을 해치우려고 하다 보니 나쁜 생각을 품게 되거나 남을 등치는 일, 그것도 안 되면 인명까지 해치는 나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옳지 못한 생각, ‘빨리 빨리’ 근성은 몸을 아프게 하고 마음을 병들게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나 자신의 마음 탓, 생각 탓이다. 도종환 시인의 말처럼 폭넓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깊고 넓은 마음이 형성돼 화가 났을 때 마음을 다스리는 ‘...구나’ ‘...겠지’ ‘감사’하는 비법이 절로 나오는 생활이 돼야 된다.
어떤 스님은 하다못해 차를 운전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욕이 나올 때가 많은데 이때 먼저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여라. 화가 나면 먼저 상대방이 되어 생각하라. 끼어드는 차가 있을 경우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상황을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라고 하였다.
무한대로 경쟁을 부추기는 현대문명 속에서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은 마음의 속도를 늦춰 우리의 정신없고 스트레스 많은 생활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의 책임과 주위와의 인간관계, 돈 걱정, 직장에서의 과중한 업무, 그리고 대내외에서 밀려오는 크고 작은 충격들... 안 그래도 한 많은 역사 속에서 분도 많고 화도 많은 한인들, 이민까지 왔으니 오죽이나 마음에 스트레스가 많겠는가. 폭풍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오로지 끊임없는 마음의 훈련뿐이다.
여주영/ 뉴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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