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백령면 부근 인당수에는 바닷귀신 용왕이 분노하면 바닷물이 휘돌기때문에 그곳을 지나야하는 고기잡이 배가 뒤집히게 된다. 분노한 용왕을 달래서 인당수를 안전하게 지날수 있는 방법은 관습대로 휘도는 물쌀 위에 제물을 바치는 일이다.
공양미 300석을 바치면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할수 있다는 스님의 권유를 받은 심청이가 눈먼 늙은 아버지를 위해 그 돈을 마련하려고 뱃 사람의 제물이 된다.
심청의 생명을 요구한 첫째 주인은 용왕 물귀신이고, 둘째 주인은 그보다 더 무서운 유교가 만든 효라는 명령이다. 용왕께 몸을 바쳐 아버지 눈을 뜨게 했다는 신화, 그런 기적은 있을 법한 일도 아니다. 이것을 이용한 최종 승자는 공양미 300석을 먹은 종교인이다.
수 천년동안 백성들은 신의 노예로 살았다. 칼 가진 왕에게 종노릇하며 또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특수 집단의 하수인으로 지내온 긴 역사가 있다. 그러나 계몽사조와 낭만주의 혁명을 거치면서 종교가 국가와 분리되어 종교 세력이 약화 됐을 뿐 아니라 특히 서방 기독교는 뿌리가 썩기 시작했다.
2차 대전이 끝나면서 폭력적 종교 세력이 사라지고 일본 천황이 신의 왕관을 벗고 인간으로 격하됐다. 수천 년의 관념체계를 뚫고 나온 땅의 주인인 국민이 신의 권위에 의하여 상실했던 자아를 발견했다. 내가 주체적인 주인임을 보장하는 헌법 하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어느 사회 또는 집단이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인 나, 개인 스스로가 결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중동의 알라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 자신이 신이면서 국가수반인 김정일은 아직도 모든 백성을 노예로 삼고 있다.
모두를 죽이고 살리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주인으로, 세계의 문화적 흐름도 역행해가며 동상 앞에 장난삼아 경배하고 노래하는 한심한 짓을 명령하고 있다. 역사는 자기 자신답게 살아가는 개인이 주인이 되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오늘날 부모들이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 경쟁적으로 키우려고 하는 목표는 뭔가? 좋은 아파트에서 돈 잘 벌고 사는 자녀인가? 사람답게 사는 자녀인가? 평생토록 천국에다 우리들의 모든 걸 바치자고 약속 하게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을 본다. 그들이 은퇴하면서 공공의 건물을 본인 이름으로 등기 해놓고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종교인들, 오늘날 가장 쉽고 잘 되는 장사가 종교 장사인 것 같다.
결국 돈이라는 새로운 신 앞에 인간이 종노릇하며 흘리는 눈물이나 이념적 집단주의 밑에서 흘리는 무기력한 북한 주민의 눈물이나, 심청의 눈물과 별반 차이가 없다.
서울에서는 수능점수 일점 올리기 공양미 특별 헌신예배, LA 한 복판에서는 공양미만 바치면 프리웨이에서 펑크 안 난다는 달콤한 설교에 수천 명이 아우성치는 한심한 짓들이 북쪽의 동상 앞에서 하는 짓과 무엇이 다른가?
세상에서 진실하게 사는 만큼 하나님을 진실하게 믿는 것이고 내가 이웃에게 보여주는 신실한 성품만큼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다. 참 주인으로 철들고 성숙한 주인으로 사는 길이 구원의 길이다.
2천 년 전 이념과 율법으로 백성을 묶어 놓고 쥐어 짠 공양미를 반은 로마 황제에 바치고 반은 제사장과 로마 경비병들이 나누어 먹던 예루살렘 뜰에서 젊은 청년의 분노가 폭발하여 모든 것을 쓸어버린 사건이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오늘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탐욕의 습성을 극복하고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 심청의 눈물에 분노할 줄 아는 주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사람답게 사는 삶에 하나님의 축복이 내려질 것이다.
어머니가 낳아준 내가 아니라 순간순간 주인으로 사는 내가 진정한 나의 실존이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나답게 살 수 있도록 38선을 넘어 민주의 나라로 어린 우리 형제들의 손을 붙들고 월남한 아버지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장익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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