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에 유대인 대학살 기념 박물관에서 총기난동을 일으켜 경비원 하나를 죽인 범인은 극단적인 ‘백인 우월 주의자’이자 ‘유대인 증오자’라고 보도되었다.
88세인 제임스 폰 브런(88세)이란 살인 피의자가 박물관 입구로 다가 왔을 때 스티븐 T. 존스(39세)라는 경비원은 도움이 필요한 노인인줄 알고 문을 열어주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경비원을 쏘고 난 다음 다른 경비원들의 응사로 그 자신도 중상을 입었다. 당시 그 박물관 방문자들 가운데는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학살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80대, 90대 노령의 생존자들도 몇 있었다니 그들의 악몽이 얼마나 처절하게 상기되는 순간이었을지 감히 짐작이 된다.
범인의 자동차에서 발견된 노트에는 “유대인 학살은 거짓말이다. 오바마는 그의 유대인 주인들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한다. 이것으로 수정 헌법 제1조는 폐기된다” 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발표되었다.
유대인증오자들은 2차 대전 때 나치의 만행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소수민족들도 절치부심 미워하고, 미운 감정을 살인과 대량학살이나 인종청소 작업으로 구체화한다. 이번 범인도 자기에게 문을 열어준 친절한 경비원이 흑인이었기에 그에게 먼저 총을 쏘았을 것이다.
유대인들의 수난사는 어떤 소수민족의 탄압역사보다도 길고 긴 형극의 역사다. 주후 70년 로마군단에 의해 포위되고 함락된 예루살렘에서 100여 만의 유대인들이 죽고 나머지 십 수만이 노예로 끌려간 이래 간헐적인 평온의 때와 비교적 다양성을 허용하는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유대인들은 박해의 대상이 되어 왔었다.
지금은 미국에서 흑인들 밀집지대를 일컫는 게토(ghetto)란 단어도 원래는 유대인들을 변두리에 국한 시켰던 역사에서 나온 말이다. 포그람(Pogrom)이란 단어도 19세기 제정 러시아 때 유대인들 부탁에 대한 인근 러시아인들의 대규모적인 폭행으로 경찰 등 정부당국자들이 수수방관했거나 부추긴 사태를 말한다. 그 결과 많은 유대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들의 생업터전과 주택들이 불태워져 소진되는 비극이 되풀이 되었었다.
포그람의 압권은 600여만의 유대인들을 학살한 나치의 반 인류범죄다. 그런데 박물관 총격 사건의 범인도 그러하듯이, 역사의 뚜렷한 증거와 증인들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대통령 아마디네자드는 2006년에 테헤란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세미나를 열기까지 했다.
유대인들의 게토와 관련, 가장 악명 높은 것으로는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군이 1940년 바르샤바에 당시 그곳 인구의 3분의 1이나 되던 35만명의 유대인 남녀노소를 불과 1.3평방마일의 좁은 지역으로 몰아넣고 10피트 이상의 담을 세워 격리시킨 사건이 있다. 식량배급을 대폭 줄였기에 처음에는 어린아이들이 먼저 굶어죽었고 1942년 중반까지 그 생지옥 같은 곳에서 8만3,000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나갔다.
유대인들에 대한 조직적인 핍박의 근원으로는 로마 가톨릭 등 종교의 영향을 들 수 있다. 가톨릭과 소위 그리스와 러시아 등 정통교회가 강한 곳일수록 유대인들의 수난은 더욱 심했었다. 심지어는 가톨릭 사제로 교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면서 종교혁명을 했다는 마틴 루터조차 ‘유대인들과 그들의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유대인들에 대한 심한 핍박을 주창했다.
루터는 유대인들의 회당과 학교는 불태워야 하고 그들의 기도 책은 멸절되어야 하며 그들의 교직자들의 설교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대인들의 집은 허물어야 되고 그들의 재산과 돈은 압수해야 된다는 주장이었으니까 원수도 사랑해야 한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선동이었다.
유대인들에 대한 편견과 그릇된 정보는 너무나도 많다. 유대인들이 신문방송 매체 등 모든 언론기관을 장악하고 있다든지, 모든 금융기관들이 그들의 수중에 있어 현 경제위기의 주범이 그들이라는 따위가 있다. 우리도 흔히 심한 건물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유대인들은 할 수 없어”라고 민족전체를 싸잡아 말한다면 인종주의자처럼 될 염려가 있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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