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과 5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소수계 언론연합 NAM 연례 엑스포 중 인구센서스와 소수계언론 협력방안에 관한 토론 장면.
소수계 언론 이용자 4년새 800만명 늘어나
재난 전염병 등 긴급정보 전달력 보완필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 등 주류언론 매체들이 속속 파산 내지 파산위기에 놓인 것과는 달리 소수계 언론매체들은 최근 몇년동안 꾸준히 파이를 키워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인구센서스국 등 공공기관들은 물론 기업들은 대대적인 긴축예산 속에서도 소수계 대상 홍보나 판촉을 위해 소수계 언론 적극활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이달 초 애틀랜타에서 열린 2009년 NAM(소수계 언론연합) 엑스포에서 거듭 확인됐다.
◇의존도 상승 소수계 언론연합 뉴 아메리카 미디어(NAM)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벤딕슨&어소시에이츠(BA)에 의뢰해 실시한 소수계 언론매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년동안 미국내 소수계 언론매체 소비자(종이매체 구독자/영상매체 시청자/인터넷매체 접속자) 숫자는 약 4,900만명에서 5,700만명으로 늘어났다. 또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소수계의 8할가량은 정기적으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언론매체와 ‘접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류언론, 특히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와 같이 메트로폴리탄지역을 무대로 하는 언론매체들이 소비자 감소와 광고수주 하락의 악순환 등으로 존폐기로에 몰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일보 중앙일보 싱타오(중국계) 같은 소수계 신문들은 지난 4년동안 전체 구독자 숫자가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함께 필리핀계와 아시안 대상 주간지와 월간지들도 소비자망이 확대됐고, 히스패닉계 커뮤니티 역시 다양한 신문 방송 잡지 등 다양한 언론매체들이 생겨났으며 히스패닉계 성인들의 3분의1이 스페인어 신문을 구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대행한 서지오 벤딕슨 BA대표는 분명한 것은 미국이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소수계 커뮤니티들은 소수계 언론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흑인사회 대상 언론매체들이 늘어난 것은 부분적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마와 당선 과정에서 더욱 촉발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부연했다.
조사를 의뢰한 샌디 클로스 NAM대표는 “이번 조사결과는 영어에 서툴다는 이유로 종종 무시되어온 소수계 커뮤니티를 위해 소수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보여주는 것”이라며 “소수계 언론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중요한 부분이고 그 소비자와 영향력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AM 주관 소수계 언론 엑스포에서 발표된 이번 여론조사는 미 전역 소수계 성인 1,328명을 대상으로 한국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다중언어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 2.7이다.
◇할일도 태산 NAM 엑스포의 일환으로 열린 소수계 언론의 ‘긴급 메시지’ 포럼에서는 소수계 언론이 해당 커뮤니티의 비상연락망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됐다. 피터 마시아스 미적십자사 아웃리치 디렉터는 “이것(긴급 메시지 전달)이 바로 우리가 모든 소수계 커뮤니티들에 접근하는 이유”라며 “우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소수계 커뮤니티에 다가가 그들의 특별한 사정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진이나 화재, 전염병, 대형사고 등 해당지역 주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긴급 메시지들이 수시로 언어의 장벽 등 때문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등 관할당국이 피해를 예방하고 복구하는 작업에 애로를 겪고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있다는 것이다.
긴급정보 전달지연의 대표적인 피해사례로 2007년 LA 한인마켓과 한인식당가의 상추파동이 거론됐다. 당시 E-콜리(E-Coli) 때문에 일대 식당가와 마켓가에서 상추판매와 요리가 전면 금지됐음에도 한인사회에는 이 정보가 하루이틀 늦게 전달되는 바람에 위험한 상추들이 판매되고 요리됐다는 것이다. 이는 한인언론들이 긴급메시지 초동보도에 소홀했던 데다가 하루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으나 정보번역과 제작 등 시스템 때문에 다다음날 독자들의 손에 그 정보가 쥐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조지아주 카이저 퍼머넨테의 베벌리 토마스 홍보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이러한 케이스들을 유념하고 있다”고 말해 다른 커뮤니티들에서도 유사한 소동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베트남계 라디오방송국의 투이 부 사장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당시 방송국 체제를 비상 라이프라인 체제로 바꿔 피해지역 베트남계와 외부지역 베트남계의 가교역할과 구제활동 도우미역할을 했다며 “우리는 조국(베트남)에서 이런 재난과 비상사태를 많이 겪어서 위급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전자우편 등을 통한 정보의 홍수에다 소수계 언론의 인력부족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이 겹쳐 화급성 정보를 가려내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고 그나마 부실한 번역 때문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포럼의 한 참석자는 “매일 우리는 200여통의 이메일을 받고 있다”며 “다 훑어보기 어려워 적십자사 같은 데서 오는 것만 골라보거나 가장 최근에 온 것만 대충 훑어보는 식으로 처리한다”고 실토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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