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A 회장 취임한 할렐루야교회 김상복 목사
메릴랜드 엘리컷 시티 소재 벧엘교회를 창립하고 12년 동안 목회를 했으니 워싱턴-볼티모어 지역은 김상복 목사(사진)에겐 특별한 느낌이 남아있는 곳이다. 제 2의 고향이다. 메릴랜드교회협과 워싱턴교역자회 주관으로 열린 목회자 세미나 강사로 초청된 김 목사는 고등학교 동창인 명돈의 목사는 물론 오랜 지기인 목회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부드럽게 강연을 풀어갔다.
“한인들이 구원을 받아야 희망이 있겠더라구요. 미국에 이민와 돈을 버느라 하루 종일 수고하며 피곤하고 지친 모습을 보며 이들에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눈을 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7살의 나이에 벧엘교회를 창립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 교회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한인사회에서 모범적으로 성장해가는 중견 교회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최근 진용태 목사가 새로 부임해 또다른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김 목사는 30주년 기념 부흥성회를 인도하기도 했다.
사실 벧엘교회 창립은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천직이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워싱턴 바이블 칼리지에서 만족스런 교수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그를 놔주질 않았다. 개척교회를 하자며 끈질기게 그를 설득했다. “1년만 해주겠다. 그 후에는 후임자를 찾으라”고 약속을 했지만 성도는 계속 불어났고 7년 후에는 자체 성전을 짓게 됐다. 당시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낮에는 강의를 하고, 밤에는 심방을 하고... 김 목사는 “참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성도들의 삶이 달라지고,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 갔다. 그의 말을 빌리면 건드리는 것 마다 황금으로 변했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게 잘 되나 싶어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말을 하나님이 들으셨나 봅니다. 한국에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이번엔 한국의 교계 지도자 목사들이 나오라고 재촉했다. 마음이 괴로워 1년 안식년 핑계를 대고 영국 에딘버러대학으로 도피성 유학을 갔다. 거기에 머물며 영국 선교 역사를 연구했다. 150년 전 영국의 교회는 꼭 지금의 한국 모습이었다. ‘아하 하나님이 한국을 선교 국가로 쓰시려나 보다’ 하고 깨닫게 됐다. 1989년 어느날 밤 10시. 기도하는데 다시 ‘한국에 나가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이후 현재까지 김 목사는 할렐루야교회 담임 목사직을 맡고 있다.
“처음 5년은 웃음을 잃었습니다.” 당시 한번은 신문기자가 “행복한가” 묻길래 “주님께 순종해 왔을 뿐”이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5년이 지나자 조금씩 하나님이 왜 이렇게 인도하셨는지 깨달아지기 시작했다.
“난 교수를 더 잘한다”고 지금도 생각하지만 올해로 목회 44년째다. 금년 말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김 목사는 세미나에서 후배 목회자들에게 어쩌면 상식이될 수도 있는, 그러나 한편으로 그 이상 중요할 수 없는 목회 원칙과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것들은 그가 교수생활을 할 때 미국교회들을 방문하고 인터뷰하며 심도있는 연구를 거쳐 걸러낸 정수다. 즉 목회는 리더십이라는 것, 리더십은 결국 대인관계(People Skill)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것, 대인 관계도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 보다는 소위 ‘적’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성경은 분명히 ‘악을 선으로 이기라’고 말합니다. 덮어두고 무시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선과 사랑으로 악한 영적 세력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게 바로 원수의 머리에 숯불을 쌓는다는 뜻입니다. 사랑의 숯불이 쏟아지는데 원수가 견딜 수 있겠습니까?”
물론 본인 경험도 있다. 하루는 아무 이유 없이 비방하는 사람 때문에 식사가 얹혔다. 머리까지 너무 아플 정도였다. 참다 못한 그는 그를 용서하는 기도를 시작했고 감쪽같이 고통이 사라져 버렸다. 또 한 번은 목회자 한 분이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비싼 예화집을 사서 “사랑하는 목사님께...”하고 선물을 보냈다. 나중에 그는 “목사님이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줄 몰랐습니다”하고 고백을 했단다.
그 리더십의 지혜는 성경에 다 있다. 김 목사가 깨달은 또 하나의 진리다. 영혼 구원이라는 하늘의 지혜 뿐 아니라 ‘땅의 지혜’도 다 들어 있다. 이 땅에서도 효과적으로, 만족스럽게, 남에게 유익을 끼치며 살 수 있어야 한다. 예수 믿고 천국 가는 것 이전에 어떻게 사느냐가 ‘신앙’이다.
“목회자에게 영성, 기도, 말씀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교회가 성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목사의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리더지요. 성공하지 않았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회 목회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모든 자원을 100% 사용해 누리는, 미니스트리의 ‘꽃’이기 때문입니다. 악을 선으로 이기십시오. 사랑을 심으면 사랑이 피어납니다.”
김상복 목사 일문일답
Q:후배 목회자에 하고 싶은 말은?
A:목회 핵심은 구원.성화.섬김 사역
-WEA 회장 임기동안 과제가 무엇일까요?
“세계 복음주의자들을 하나로 묶는 일입니다. 131개 국가가 가입해 있는데 회원 수를 늘려야겠고 기독교에 적대적인 국가 지도자들을 만나 핍박을 중단해줄 것을 촉구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에게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노예, 인신매매, 질병, 기아 근절 등등 할 일이 많습니다. 이런 일들을 위해서는 WEA는 가톨릭, WCC와도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 안에도 복음주의자들이 있거든요. ‘삼위일체’와 ‘예수의 완전한 인성 및 신성’을 믿는다면 타 종교 앞에서 하나가 돼야죠.”
-한국 교회는 어떻습니까?
“비슷한 사명을 안고 있다고 봅니다. KNCC 내에도 복음주의자들이 절대 다수입니다. 한국교회는 특히 ‘로잔 언약’으로 요약된 복음주의 교리를 대부분 믿고 있기 때문에 영혼 구원과 사회 구원을 별 개의 것으로 생각하고 갈등할 이유가 없습니다. WCC가 과거에 각 나라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선교 중단하라’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핵심은 아닙니다.”
-45년의 목회를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참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을 다 커버해주셨습니다. 저는 성경에서 분명히 가르치는 것에 대한 도전이 아니면 남들의 비난이나 반대, 분쟁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런 목회였습니다. 평화롭게, 다투지 않고...”
-그래도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목회에 100% 전력투구하지 못한 것은 후회가 됩니다. 교수로 오래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전 교수가 되기를 원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책을 쓸 때 학문적인 것 보다는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다뤘습니다. 반박할 수 없는 확실한 신학만을 전하려 애썼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의 목회는 평생 끌려다닌 목회였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젊은이들이 저를 따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두 날개’ ‘가정교회’ 등 많은 목회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주는 조언은 무었입니까?
“미안한 얘기지만 이름만 다를 뿐 오래 전에 다 있었던 얘기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평신도 목회였습니다. 성도들을 동역자로 대했습니다. 그들의 은사를 개발하고 훈련시켜 활용하는 게 목회 철학입니다. 그런데 초기에 이 말을 하면 목사, 평신도 모두 싫어하더군요. 후배들에게 이 말은 하고 싶습니다. 구원, 성화, 섬김 사역이 목회의 핵심이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이 하신 일을 하는 거죠. 기본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김상복 목사는
김상복 목사는 1939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를 나오고 그레이스 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목사는 워싱턴 바이블 칼리지 등에서 19년간 교수로 지냈다. 엘리컷 시티에 소재한 벧엘교회를 창립하고 12년간 목회한 그는 1989년 한국 할렐루야교회에 부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목회자의 리더십’ ‘지도자에게서 배우라’ 등 다수의 출판사에서 많은 책을 냈으며 아시아복음주의연맹, 세계복음주의연맹,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등 주요 단체의 회장을 맡으며 한국 교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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