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란사태를 지켜보다 보니 4.19가 회상된다. 1960년 3월15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 이기붕이 철저한 관권 개입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당선되자 곳곳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데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데모하는 학생들을 폭도라고 신문이 표현하던 시절이었다. 마산의 데모에서 고등학생 김주열이 실종 되었다가 눈에 박격포탄이 박힌 시체로 바다 위에 떠오른 때가 아마도 4월 중순 경이었을 것이다.
신문에 실린 그의 참혹한 모습은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4월18일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데모에 뒤이어 19일에는 서울 각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까지 합세하는 데모로 번져 경찰들이 대학가의 큰 도로들에서 뿐만이 아니라 경무대에 이르는 세종로와 효자동에 이르기까지 점점 밀려나던 판국이었다. 그날 오후쯤 경무대 부근 경찰들의 무차별 발포가 시작되어 데모 대원들 수 백 명이 죽고 수 천 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당시 동아일보 외신부 기자였던 필자는 학생들의 물결에 섞여 경무대에서 불과 200여미터 떨어진 곳까지 갔다가 학생들이 탄환에 맞아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고 인근 병원들로 달려가 희생자들의 숫자를 사회부에 전화로 보고하던 생각이 난다. 실탄발포 직전에 쏟아진 최루탄의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물에 콧물이 범벅이 되는 상황에서 선친께서 작고하신지 꼭 일년이 되는 날에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많이 울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자유당과 당의 외곽 단체들은 대통령 선거만이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도 불법과 부정의 선수들이었다. 자유당 후보들의 표를 미리 선거 전날 밤에 투표함에 집어넣는 것이라서 ‘올빼미 표’ 라고 불리던 방법이 있는가 하면, 야당후보를 찍은 표들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다른 후보들 란에도 찍은 것으로 보이게 만다는 ‘피아노 표’ 수법도 동원되었다.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테러도 이정재, 임화수, 유지광 등이 주도하던 청년단들에 의해 자행되었다. 장면이 저격당해 손을 다치게 된 경우도 있었다.
최근 이란의 대통령선거에서 아마디네자드가 재선되었다는 것도 한국의 초기 선거풍속도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짐작이다. 사실 이란 집권층이 승인해서 출마 했다가 떨어진 무사비와 그의 편을 드는 온건파 전 대통령들의 주장도 부정선거니까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4.19 폭동으로 계엄령이 선포되어 조재미 준장이 지휘하는 사단병력이 서울 요소요소를 지키게 된다. 여대생들이 전차포문에 꽃을 달아주던 생각이 난다. 군심도 이승만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4월26일에는 대학교수들의 학생지지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지면서 신문들의 제목이 폭동에서 의거로 그리고 4.19 혁명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 무렵 이기붕, 박마리아 내외와 막내아들 이강욱이 장남 이강석의 총탄으로 숨지고 이강석도 자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강석을 입양했던 이승만의 눈물어린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미국대사 맥카나기가 연도에선 데모대원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이승만을 방문하여 부정선거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한 다음 이승만의 하야 결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허정의 과도 내각 이후 내각책임제의 장면 정부가 등장하지만 윤보선의 민주당 구파와 장면의 신파 사이의 끊임없는 정쟁에 매일매일 데모로 정국과 사회의 마비 현상이 7,8개월 계속되더니 박정희의 군사혁명이 1961년 5월16일에 발생한다. 3.15 부정선거와 4.19 발포 책임자 등에 대한 단죄도 군사정권 아래서 이루어진다.
이란의 ‘네다’양의 참혹한 죽음이 김주열의 경우처럼 이란을 뒤엎는 기폭제가 될까? 이승만은 윌슨 대통령의 프린스턴 정치학도였기에 그의 독재는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신정체제에 비해 비교적 허술했었고 “국민이 원하면 하야 하겠다”는 결심을 할 정도로 민의에 대한 민감성이 있었다. 신정체제에는 그런 민감성이 없다. 이란의 비극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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