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부터 혁신적인 기계문명인 컴퓨터의 발전이 가속화했다. 컴퓨터의 출현으로 우리가 얻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우리 생활에서 컴퓨터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편하게 사는 데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육체노동 아닌 두뇌노동 까지도 좀 더 쉽게 하고 싶은 까닭이다.
현대인들은 점점 컴퓨터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들은 더하다. 가끔 청소년들의 부모들이 전화를 한다. 아이가 컴퓨터 앞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밤늦도록 컴퓨터 게임하고, 채팅하다가 심하면 학교도 안 간다. 가족들과의 시간은 잘 해야 식사시간 뿐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의사들도 환자의 모든 기록을 컴퓨터 화하기 시작했다. 즉 두뇌운동과 손으로 하게 되는 필기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컴퓨터를 내 뜻대로 부리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 부리는 방법을 터득하려면 무척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환자 기록을 컴퓨터 화하기 시작한지 3년이 지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쓰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컴퓨터를 완전히 쓸 수 있게 마스터 한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매우 힘들다. 자기한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만을 배워서 쓰는 수밖에 없다.
의사가 컴퓨터와 씨름하다 보면 정작 신경을 써야 될 환자와의 대화 시간이 자연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컴퓨터뿐이 아니고 모든 정보 기술용품들은 인간의 두뇌가 하던 많은 일들을 대치하고 있다. 가장 괴로운 것은 전화했을 때 컴퓨터가 대답하는 것이다. 정말 통하지 않을 때가 많이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다.
컴퓨터나 핸드폰과 지내는 시간이 계속 늘어나면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관계는 점점 줄어든다. 때로는 컴퓨터가 잘못해도 컴퓨터를 믿고, 우리네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 일도 생기고 있다.
물론 컴퓨터 덕택에 소식을 우편으로 주고받던 번거로움이 줄고 비싼 장거리 전화를 피할 수 있어 친구들과 더 자주 연락할 수 있게 된 장점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두뇌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고 컴퓨터와 사람이 감정을 주고받을 수는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컴퓨터라는 기계에 좌우되고 밀려나고 직접적인 대인관계가 심하게 드물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결국 인간의 감정이 무디어지고 인간성이 점점 말살되며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몇주 전 뉴욕타임스에는 초 고등두뇌(Super Brain)의 컴퓨터가 2045년에 개발될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컴퓨터도 사람의 지혜로 만드는 것인데 그보다 더 높은 지혜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기 힘들다. 컴퓨터의 지혜를 인공지혜(Artificial Intelligence)라 하여 인간의 지혜와 구별한다.
이 초 고등두뇌는 사람이 만든 컴퓨터 끼리 작업을 해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것인지 상상도 못하겠다. 소름이 끼치는 뉴스다.
지금도 사람들이 이미 컴퓨터한테 끌려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런 기계가 나오면 인간성이 어떻게 될지 환히 보이는 것 같다. 인간성이 완전히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초 고등두뇌가 나와서 인간성을 말살시키기 전에 컴퓨터나 기계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세상, 그리고 인정 있는 사회를 되찾아야 된다. 늦기 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인정을 나누는 것을 가르쳐주고 인간의 도리를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모두가 인간성 지키기 운동의 기수가 되어 단군의 개국 이념인 ‘인내천(人乃天)’ 즉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사상과 부처의 가르침 ‘모든 사람, 각 개인이 부처다’ 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이 세상과 우리네 인생을 살게 하는 길이다.
김병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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