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8월 중에는 소니아 소토마요 현 연방 제2항소법원 판사가 상원의 인준을 무난히 받아 미 건국 이래 111번째 대법원 판사로 선서를 하게 될 것 같다.
지난 주 월요일부터 나흘 동안 있었던 상원 법사위원회에서의 청문회에서 7명의 공화당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 질문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판사다움을 보였다는 이유에서 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칭찬과 옹호로 입에 침이 마를 정도였던 12명의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에 더해 상원의 60석이 민주당이기 때문에 애당초부터 떼놓은 당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라틴계로 최초이며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이니 본인과 가문에 큰 영예일게 분명하다. 청문회 이후에 40명 공화당 상원의원들 중 플로리다의 마틴네즈와 인디애나의 루거가 그를 지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적어도 60 몇 표는 이미 확보된 셈이다.
그런데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대부분 소토마요에 대한 반대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들 중 하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 초년병 시절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사무엘 얼리토 대법원 판사에 부표를 던졌던 역사 때문이다. 2005년 로버츠 인준 전의 상원 토의에서 오바마는 그가 지식과 경험 그리고 품성에 있어서 대법원장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 대해서 “내 마음 속에 의심이 절대로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그에게 부표를 던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법원에서 중요한 것은 5%의 사건들이다. 그런 사건들에 있어서는 판례에 대한 고착, 법 해석의 원칙들이 마라톤으로 치면 25마일까지는 제대로 가게 할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마일은 사람의 깊은 가치관,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사람의 폭넓은 시야 그리고 감정이입의 깊이와 넓이를 기초로 정해질 뿐이다”
자신이 하버드 법대 출신이기도 한 루스 마커스란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는 당시 오바마의 입장이 다분히 정치적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때 오바마의 상원 수석보좌관이 오바마가 로버츠를 지지하면 대통령이 되려는 꿈이 좌절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는 것이다.
공화당 법사위 의원들이 소토마요에게 가장 많이 따진 것은 그가 현명한 라틴계 여자는 현명한 백인 남자보다 더 낫게 판결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발언한 점이다.
린지 그래함 의원의 지적대로 백인 남자인 그가 만일 그와 흡사한 발언을 했다면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소수 민족 출신이기 때문에 겪어 온 인생 역정의 경험을 너무 부각시키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소토마요는 라틴계 학생들이 큰 이상을 가지도록 격려하는 가운데 그런 표현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까지 대법원 판사 110명 중 106명은 백인 남성이었고 두 병은 흑인 또 두 명은 여자였다. 미국 건국 이래 1965년까지 대법원 판사들은 백인 남자들 일색이었다. 대법원 판사들의 종교로 보면 오랫동안 개신교들뿐이었지만 19세기 말엽 아니면 20세기 초에 가톨릭이 한 명 임명되었었고 유대인이 임명된 것도 20세기 들어와서 였다.
현재에는 판도가 달라졌다. 소토마요까지 치면 가톨릭이 6명이고 유대인 두 명(스티븐 브라이어와 루스 긴즈버그) 그리고 신교도는 하나뿐이다(존 폴 스티븐스). 물론 대법원 판사들의 판결에 그들의 종교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종교가 영향을 미친다면 낙태에 대한 가톨릭의 교리로 보아 오래지 않아 ‘로우 대 웨이드’같은 낙태 합법화 판결이 뒤집어 질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부시 때 대법원장과 얼리토 판사의 청문회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이번에도 대법원 판사들 중 하버드, 예일 등 소위 아이비리그 출신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주립대 법대들 중에서도 좋은 대학이 많지만 대법원 판사를 배출하는 일이 거의 없이 일류 사립대학 출신들이 대법원을 지배해 온 것이다. 법원 구성에 있어서 너무 교육 엘리트주의에 치중하는 것도 백인 일색의 부조리와 비슷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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