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앞날이 근심스럽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처참한 몰락으로 인한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는 중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달 초 신장의 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대규모 인종 폭동이 일어나 200여명의 사망자와 1,700여명의 부상자를 냈다. 양측의 열띤 비난과 반론 속에 명확한 사실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지만 대략 알려진 바로는 위구르 족들의 쌓였던 분노가 한족들에 대한 폭력 시위로 터져 나오고 그에 대한 한족들의 보복 시위가 발생하는 전형적인 인종 대결의 형상이었던 듯하다.
역사를 통하여 수 없이 많은 예를 보아 온 것과 같이 인종 간의 적대적인 대결은 극도로 참혹하고 대규모적인 비극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공산주의의 표어 밑에서 어색하게 제국주의적 정책을 펼쳐온 중국이 그 구조적 모순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중국의 광대한 변경 지역들을 여행해본 사람들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지난 60여년 간 중국이 펼쳐온 변경 소수 민족들에 대한 처방에는 일제의 식민정책 아래에서 고통을 받았던 우리에게 놀랄 만큼 익숙하게 보이는 점들이 적지 않다. 소수민족을 우대하고 그 지역을 개발해준다는 구실 아래 길과 철도를 먼저 닦고서는 한족들의 공업상품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의 기반을 파괴하고 돌아서서 천연자원과 곡물을 같은 길과 철도로 반출해 가는 것, 소수민족들의 언어와 종교를 미개한 수준으로 밀어 떨어트리는 것, 전통적인 경제구조를 뒤엎어 그들의 생활기반을 파괴한 다음 일자리 좋다는 외지로 밀어내면서 한편으로는 한족들에게 여러 가지의 보조와 도움을 주어 적극적으로 이주해 오게 하고 그들에게 상권을 쥐어 주는 것 등, 일제 시 우리의 과거사를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지경이다.
그나마 일본인들은 수적으로 한반도 안에서는 5%가 채 못 되는 소수로 머물었지만, 세계인구의 20%에 육박하는 한족들의 해일과 같은 이주 물결은 소수 민족들을 자기네 땅 안에서 다시금 소수민으로 만든다. 이미 만주와 내몽고에서는 그 정책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신장에서도 이제 위구르 족과 한족의 비율이 45% 대 40%에 이르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번에 폭동이 발생한 신장의 수도 우루무치는 사실상 한족들만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의 75%가 한족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수천 년간 살아온 자기네 땅 안에서 소수화 하여 문화와 민족자체가 지우개로 지우듯이 없어져가는 것을 보아야만 하는 티베트나 위구르 인들의 마음이 어떠할지 그러한 어려움을 겪어 본 적이 있는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열심히 말하는 것처럼, 소수 민족들이 여러 면에서 우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공무원 임용 우대, 대학 입학시험 가산점수 특혜, 2명 이상의 자녀 허용 등 무시할 수 없는 우대를 받고 있고 또 그것이 역으로 한족들에게는 역차별의 불평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그러한 모든 우대가 한족에 의한 압도를 전제로 하고 이루어지는 데에 있다.
중국의 이 문제가 근심스러운 것은 중국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역사적인 실험의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자본주의를 비판 없이 베끼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대담하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절충하는 과정에 있다. 중국의 이 실험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장점만을 취사선택하여 개인의 창조력을 개화시키는 자유를 보존하면서 공평하고 무리가 없는 부의 분배를 이루는 인류의 희망이 될지, 아니면 그 둘의 흉악한 면만을 따라 인간성을 말살하는 전체주의 아래에서 부익부 빈익빈을 영구화하는 잔혹한 체제가 될지는 세계의 관심사다.
중국이 진지하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인간 말살의 전철을 밟지 않고 진정으로 인(仁)에 근거한 제도로 나아갈 것을 원한다면, 그들의 소수민족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철회 /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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