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워싱턴포스트지는 캐서린 웨이무스 발행인 겸 CEO의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진사하는 편지를 게재했다. 그 이유는 6월 중순에 광고국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홍보되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이익 단체가 2만5,000달러씩 지불해서 스폰서를 하면 포스트의 주필과 편집진 또는 일선 기자와 더불어 연방의원들, 행정부 관리들 및 연구기관 전문가들과 식사를 하면서 비공개 토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도합 11번의 야회(Soiree) 또는 살롱(salon)이란 불어 표현이 붙은 그 소규모 모임의 첫 번째는 7월21일로 지금 한창 미국을 소란케 하고 있는 건강 보험 문제를 다룬다는 게 폴리티코란 인터넷 매체에 보도되자마자 웨이무스는 자기가 그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고 하면서 그 모든 계획을 취소한 후에 사과의 글을 쓴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오늘이 있게 한 그 유명한 발행인 캐서린 그래함의 외손녀이자 현재 회장인 도날드 그래함의 조카인 웨이무스는 불과 몇 달 전, 포스트에 입사한 지 13년 만에 발행인이 되었던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물론 교육면으로는 하버드 학부에 스탠포드 법대 출신이기 때문에 자격이 넘칠는지는 몰라도 포스트에서 취재 편집 쪽에는 전혀 경험이 없이 업무 면에서만 이력을 쌓아 왔었기 때문에 생긴 실수가 아닌가 한다.
대조적으로 그의 외삼촌 도날드 그래함은 워싱턴포스트를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워싱턴을 잘 알아야 될 것이라는 시각에서 워싱턴 DC 경찰관으로 몇 년 경험을 쌓았었고 편집국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좌우간 웨이무스는 신문의 독립성과 정직성이 조금이라도 의심을 받지 않아야만 무사 공평한 정론지로서의 평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신문윤리의 제1조를 어긴 셈이라서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포스트가 다른 언론기관들처럼 공개적인 세미나와 회의를 주최해 수입을 증진시키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발행인 집에서 비공개를 전제로 하는 모임을 돈 내는 스폰서들을 상대로 개최한다는 발상 자체가 언론기관으로서는 있어서는 안 될 금기 사항이라는 상식 때문이다.
포스트의 옴브즈먼(ombudsman:민원 상담역)인 앤드류 알렉산더의 반 페이지가 넘는 글의 제목이 “포스트에서의 스폰서십 스캔들”이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공개 살롱의 스폰서가 될 기회를 팔려고 했던 워싱턴포스트의 좌절된 계획은 어처구니없는 정도의 윤리상의 타락이었다”라는 게 그의 글 첫 문장이다.
알렉산더는 그 글을 쓰기 위해 당사자들을 인터뷰했었던 바 웨이무스는 자기가 발행인으로 남아 있을지의 여부는 자기 삼촌에게 달렸다고 했단다. 그 삼촌은 이메일로 웨이무스가 탁월한 발행인으로 포스트의 가치관을 잘 옹호한다고 변호를 했다는 것이다. 옴브즈먼은 자기 임기 동안 얼마든지 그 조직을 비판해도 자리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 편에서 쓴 소리를 많이 하는 위치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 신문들에는 옴브즈먼 제도가 없다. 그래서인지 특히 발행인 또는 사주에 관해서 한국 신문들은 벙어리 노릇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회창씨에게 2002년 대선 때 삼성 정치 자금의 전달자가 모 신문사주였지만 그 신문에서는 그와 같은 사실에 함구하거나 변명조였을 것이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아주 유명한 신문의 발행인이 파텍 필립인지란 고급 시계를 몇 개 가지고 입국하다가 세관원에 의해 적발이 되니까 그 신문사의 공항 출입기자인지 교통부 출입 기자를 불러서 무사 통관시켰다는 목격담을 들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어느 언론사 사주가 특정 회사의 주에 대한 공개 발표가 있기 전에 주를 다량 사들였다가 주가가 오른 다음에 처분하여 50억 원의 이익을 보았다는 것이 혹시 내부 정보에 의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조사가 있다는 데 역시 그 신문은 발행인을 옹호하고 나선다. 한국 신문이 미국 신문처럼 되어 옴브즈먼 제도로 신문 자체의 결함을 공개 토론하여 윤리를 향상시킬 날은 언제일지 아니면 백년하청인가?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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