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무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용의가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엿새 동안의 일정으로 중국과 몽골 등을 방문하고 돌아온 반 총장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 미간 직접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 총장이 한반도 문제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에서 반 총장은 ‘세계의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고 특별히 어린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위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런 반 총장에 대해서 최근에 외신들은 연일 비판적인 기사를 싣고 있는데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지난 7, 8월호에서 ‘어디에도 없는 남자, 반기문은 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인가’라는 매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제목의 글을 실어 눈길을 끈 바 있다.
‘포린 폴리시’의 기사는 ‘반기문 총장은 실패의 표준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자신의 임기 2년6개월 동안 특별히 실수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때 기후 변화와 국제 테러, 금융 위기 등은 그의 대응을 필요로 하는 일인데도 반 총장은 명예박사 학위나 받으러 다니고 기억도 나지 않는 성명이나 내고 말았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일종의 관광객, 아마추어 평론가가 되었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반 총장은 6월16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아프리카 수단의 서쪽에 있는 다르푸르 사태에 대한 그의 견해를 기고했다가 심한 반박을 받기도 했다. 반 총장은 지난 4년 동안 20만명 이상이 사망한 다르푸르의 분쟁사태는 생태적 기후변화로 인해 초래되었다고 진단하였는데 이에 대해 스미스 대학의 에릭 리브스 교수는 이 사태를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고 말한 것은 반 총장이 기후변화를 핑계로 삼아 미국을 변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외무부 장관을 지낸 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미국의 절대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총장으로 취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유럽과 비동맹 세력으로부터 지나치게 친미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데다 최근에는 미국 언론으로부터도 그의 비정치적이고 신중한 행보가 비판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반 총장은 물론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아무리 아시아 차례였다고는 하지만 한국이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일은 한국의 위상을 높인 점에서 매우 영예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재선을 앞둔 시점에서 외국 언론들의 의도적인 반 총장 때리기로 볼 수도 있지만 반 총장으로서는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외교관 생활할 때도 그러했지만 행정은 잘하는데 정치에는 미숙하다거나 지나치게 미국 위주의 행보만 보인 것도 썩 잘한 일은 아니다.
이제라도 반 총장의 분발을 기대한다. 우리는 50년대 후반기의 함마슐트, 60년대의 우탄트, 70년대 발트하임, 그리고 최근의 코피 아난 사무총장 같이 세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유엔 사무총장들을 기억한다. 그들 대부분도 약소국가 출신이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강대국들의 모순된 조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리더십을 지켜 나간 사람들이다.
반 총장은 국내 정치의 유혹은 과감히 뿌리치고 훌륭했던 역대 총장들과 같이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평화지대로 바꾸는 일에 진력하기 바란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점도 출신 국가여서가 아니라 바로 그런 맥락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고 더구나 북 미간 직접대화를 지지한 것도 그동안 숨겨 두었던 그의 정치력을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김용현 / 한민족 평화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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