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내린 제36회 북가주 한인친선 소프트볼대회 결산
선수 포함 연인원 1,000여명 대회장 참여
44게임 3,100여분 승부 불구 불상사 전무
부자 부녀 형제 등 패밀리 선수들 수두룩
승부는 끝났다. 추억은 남는다. 세월이 흘러도 추억은 새롭다. 본보와 북가주한인야구협회가 공동주최한 가운데 지난 1일과 8일 두 토요일에 걸쳐 헤이워드 알덴 E. 올리버 스포츠 팍에서 열린 대한야구협회 회장기 쟁탈 및 8.15 광복절 기념 제36회 북가주 한인친선 소프트볼대회는 힛n런을 메이저리그 챔피언에, 스머프스를 매스터리그 챔피언에 올려놓고 막을 내렸다.
◇김한주 전 회장, 정영주 전 회장, 박준범 전 회장, 넬슨 최 현 회장 등 한인야구협회 전현직 회장단은 두어달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북가주 한인사회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한여름 백구의 대제전이 자칫 소제전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최근 몇년동안 계속된 불황으로 한인사회 각종 행사들이 축소되거나 취소된 때문이다.
이 대회도 불황의 영향권에 있음은 물론이었다. 삼사년 전부터 출전팀이 하나둘 줄어들더니 작년에는 18팀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 대회가 초창기의 조정국면을 지나 셋업이 된 뒤 20팀을 못채운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전현직 회장단은 각팀에 대한 출전독려와 언론을 통한 홍보 등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이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양대리그에 11팀씩 총 22팀이 출전, 대회성공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20팀 이상 출전목표를 거뜬히 채웠다. 1라운드 예선리그(1일)와 배구대회가 겹치는 바람에 출전가능 몇팀이 못나온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내년 전망은 더욱 밝다. 결선리그가 한창인 8일, 검게 그을린 얼굴로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원활진행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넬슨 최 회장은 자신감의 근거를 이렇게 밝혔다. “내년에는 26팀 내지 28팀이 출전할 것 같아요. 올해도 트라이밸리(한인연합장로교회)랑 2팀이 막판에 사정이 생겨서 그렇지 나오기로 했었거든요. 배구대회랑 겹치지 않았으면 서너팀은 더 나올 수 있었어요. 날짜를 조정하려다 운동장 예약 등 문제가 많아서 못했는데 내년에는 한두주일 시차를 둬서 더 많이 출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년 전, 야구선배이자 개인적으로는 매부이기도 한 박준범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야구협회를 맡아 2기째 연임중인 최 회장은 또 “김 회장님, 정 회장님, 박 회장님, 이런 분들이 다 도와주시니까 되지 저 혼자는 못해요”라며 “(때마침 지나치다 인사를 건네는 젊은 선수들을 가리켜) 얘네들은 제가 테익케어하지만 제가 못하는 문제가 생기면 전임 회장님들한테 달려가요, 그러면 다 해결해 주시니까”라고 또한번 웃고는 “그분들께 항상 감사하죠”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나단 박 감독과 알렉스 허 원장(헐스아카데미) 등 KUMC 선수들은 2라운드 첫 경기(16강전)에서 BYC 화이트삭스에 1점차로 져 탈락했음에도 폐막식까지 남아 대회진행을 돕는 등 아름다운 마무리의 미덕을 몸소 보여줬다. 박 감독은 폐막식 사회를 맡았다.
◇예선리그(1일)과 결선리그(8일)를 합쳐 총 44게임이 치러진 이번 대회의 총연장 경기시간은 3,100여분(양대리그 결승전을 제외한 42게임은 70분 제한시간제 적용)으로 잠정 집계됐다. 필드 안팎 사람들이 편갈려 3,100여분동안 승부를 벌이는데도 볼이냐 스트라익이냐, 세이프냐 아웃이냐 등 야구장이나 소프트볼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가벼운 시비 아닌 시비 말고는 단 한건의 불상사 없이 진행됐다. 주최측은 공정한 판정을 위해 폴란드계 월터 플라니츠카, 아프리칸아메리칸 데이빗 미첼 등 이웃커뮤니티의 공인심판들에게 엄파이어를 맡겼다.
이번 대회는 또 인원동원 측면에서도 전성기에는 못미치지만 재작년과 작년의 하락세를 상승세로 돌리는 성과를 남겼다. 우선 22팀의 등록선수만 약 300명에 달했다. 여기다 가족단위 교회단위 동아리단위 응원단까지 합치면 두 토요일에 걸쳐 이번 대회장을 찾은 사람은 연인원 1,000명을 거뜬히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응원단은 구장 사이 이동로에 천막이나 텐트를 치고 응원 겸 소풍을 즐겼다.
◇패밀리 선수들이 많은 것도 이 대회의 자랑거리 특징이다. 정영주 전 회장의 경우 본인이 KCPC 선수로 뛰면서 33년 연속출장 대기록을 세운 것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우승팀 힛n런에서 두 아들(데이빗, 매튜)과 두 조카(앤디 정, 김광태)가 활약했고, 매스터리그 준우승팀 K1에서 두 조카(정동수, 정동일 형제)가 뛰는 등 ‘정스 패밀리’만 무려 7명이었다. 첫 대회부터 올해까지 단 한번도 거른 적이 없는 김한주 전 회장의 경우 아들(리처드)과 조카(케빈 김)가 메이저리그 매스터배터스팀의 유격수와 3루수로 활약했다. 매스터배터스가 준준결승에서 BYC 화이트삭스에 덜미가 잡히는 바람에 관심을 모았던 양대 패밀리의 준결승 대격돌은 무산됐다.
장거리 원정 등 불리를 딛고 매스터리그 8강까지 오른 UC데이비스에서는 전종석 감독 겸 투수와 딸 전지민 양이 함께 뛰어 유일한 부녀선수로 기록됐다. 메이저리그 순복음상항교회(FG)에서는 조셉 강 형제가 누이(스텔라)의 응원을 받으며 활약, 눈길을 모았다. 이밖에 콘트라코스타 NCC 등 여러팀에 부자선수나 형제선수들이 즐비해 이 대회가 가족애를 돋우는 깨소금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태수 기자>
사진1. 매스터리그 결승전 뒤 우승팀 스머프스 선수들과 준우승팀 K1 선수들이 줄지어 차례로 악수하며 축하와 위로를 나누고 있다.
사진2. 넬슨 최 야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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