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국의 동아일보 사진 동우회(東友會) 는 창립 45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동아 국제 사진 살롱전을 통해 입상한 역대 수상작과 각국 초대 작가들의 작품을 묶은 “국제 사진사”를 발행하였다. 본지는 발행처와 작가들의 허락 하에 사진사에 수록된 작가들 중 초대 작가들인 다섯명의 매스터 포토그래퍼들을 (1)이형록 (2)카를 그로블 (3)루 존스, (4)제임스 캣즈, (5)폴 손 순서로 소개한다.
우리나라 1950년대 리얼리즘 사진의 개척자로서 그의 사진의 본질은 ‘기록성’이고 그 특성은 ‘사실 묘사성’에 있다고 판단, 기존의 소위 살롱사진이라 불리는 회화 모방 사진사조에서 벗어나 리얼리즘 사조로 개혁하고 다큐멘터리 사진으로의 변신을 주장한 사진가이다. 한국 사진계에서 제 1세대 사진 작가로 꼽힌다. 그는 동아 국제 사진사에 후배 사진 작가들을 위하여 “사진인들의 사명감”이라는 제목의 격려사를 기고했으며, 여기 일부를 인용 소개한다.
사진인들의 사명감
‘오늘의 기록은 내일의 역사가 된다.
‘사진의 본질은 기록성이요, 그 특징은 사실 묘사성에 있다.’라는 영상 언어에 매료된 필자가 올해 나이 91세이다. 이제 인생의 종착역에 가까운 시점이다. 과거를 회고해 보면 온갖 희로애락의 일들이 주마등같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필자가 처음 사진을 시작 할 때는 20대 초반이었다. 그 당시는 화초풍월을 읊는 듯 한 아름답고 감미로운 정서적인 화면들을 만드는데 푹 빠져있었다. 왜냐하면 그 시대는 세계적으로 흐르는 사조가 살롱풍인 회화 모방 사진 일색이었던 까닭이었다.
그 후 필자는 세계적인 대가들의 작품집과 세계 사진 년감 등을 수집하여 깊이 탐독하면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여 사진의 본질과 특징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새로 선택한 소재는 ‘인간’이요, 인간 삶의 진실성 추구에다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이 같은 변화를 일으키게 된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야말로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영장자로서 존엄성을 지닌 까닭이다. 그 외에도 특수한 기능들을 소유하여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동물은 인간 외에는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간을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사진인들은 인간들의 외형적인 형태미 만을 묘사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인간의 내면성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의 사고 방법, 지식, 철학, 사상 등이 담긴 내면 세계를 파헤친 묘사 수법이래야 한다는 말이다. ‘수박’이란 과일은 겉만 핥아 보았자 진미를 알 수가 없다. 칼로 껍질을 쪼개어 잘 익은 붉은 속살을 먹어 보아야 달고 시원함을 느낄 수 있듯이 인간의 내면성을 깊이 추구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의 내면성을 제대로 알려고 한다면 설정한 모델의 인간성을 예리하고 깊이 있게 관찰할 뿐만 아니라 엄밀하게 탐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엔 예리한 관찰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사진가 ‘유진 스미스(Eugene Smith)’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나는 작품을 발표할 때 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그것은 발표할 전시장 문제나 작품집 책자 형태 문제보다도 나의 사진을 제3자들이 본 후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즉 ‘공감을 얻느냐 못 얻느냐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 말은 공감의 효과를 얻어야만 비로소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린다는 말이다.
오늘날 인간을 소재로하여 작품을 시도하는 사진인들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인간을 외형만이 아니라 내면성까지 심도있게 묘사한 화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가는 폭넓은 지식과 세밀한 관찰력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예리한 카메라의 눈을 (camera eye) 가진 묘사력이 있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이란 말은 오늘날 사진 용어의 금언 (金言)과 같은 표어로서 사용되고 있다. 빛과 그림자, 움직임 - 그리고 소재가 지닌 모든 요소들이 절정을 이룬 그 순간을 포착하라는 말인데 이것을 제대로 실행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간을 허비하면서 많은 순간 포착의 셔터를 누른 것만으로 좋은 순간을 포착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루 종일 걸려서 단 한 커트의 셔터를 누르는 것보다도 제대로 된 순간을 포착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꽹 과리 소리가 아무리 쉴 사이없이 울려보아야 시끄러울 뿐이지 가슴을 울리는 한방의 징소리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처럼 가슴에 와 닫는 뜨거운 내용성이 담긴 찬스라야 되는 것이다. 과연 내가 그동안 셔터를 누른 수많은 영상들 중에 단 한 장만이라도 제3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셔터 찬스의 화면이 있었는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라는 말이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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