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김 시대의 막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애증이 교차하는 것은 그만큼 그를 아끼는 사람들과 증오하는 사람들이 극명하게 갈라서기 때문일까?
1971년 4월 DJ는 당시 야당인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현직 대통령 박정희와 대통령 선거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때부터 정치인 김대중은 한국정치를 좌우하는 최고 지도자급 인물이 되었다. 한국 역사 협회에 따르면 그의 반대자들은 본격적으로 그를 ‘위험한 인물’로, 반면 지지자들은 ‘대단히 개혁적인 인물’로 보기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두고 보수 신문의 댓글과 진보 신문의 댓글을 보면 달라도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그 틈새에 있음직한 중도파가 쓴 글이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이런 삶을 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서거를 두고 이제 미운 정, 고운 정 다 떠나보내고 앞을 보고 나아가자.
서로가 주고받았던 상처도 이제 치유되고 아물어야한다. 언제까지나 동과 서가 나눠질 수는 없지 않은가? 어느 교회의 분쟁에 양쪽을 대표하던 장로 두 분이 서로 사탄이라며 물고 뜯을 정도로 흥분하다가 몇 년 뒤 길에서 서로 만나서는 “우리가 그때 왜 싸웠지” 하며 싸운 이유도 모를 정도로 쉽게 흥분하는 우리네들이다.
중국인 친구에게 남한에는 동과 서의 분단이 있다고 했더니 길쭉한 반도에 동과 서로 나눌 땅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정말 좁은 땅덩어리에 국명은 큰 대(大)자를 붙여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중부, 서부, 동부 각 지역에 한 사람 씩의 김 씨가 차지하고 이끌던 한국의 정치도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해 탈바꿈을 해야 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그의 영원한 정적이며 동반자이기도 했던 김 전 대통령 생전에 병문안으로 화합의 길을 열었는데 이제 국민들도 서로 화합해야하지 않을까.
그 분과의 인연을 억지로 붙이자면, 육군 제2군 사령부 (현 전투 작전 사령부)에서 통역 장교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전방에서 제대를 앞두고 후방으로 오게 된 헌병 소령 한분이 있었다. 모두들 그를 두고 수군거리는 데 ‘김대중씨의 친동생’이 왔다는 것이었다. 지휘부 훈련(CPX: Command Post Exercise) 때 통역을 맡아 훈련 본부로 올라가니 헌병참모부에서 온 그가 있었다. 김대현 헌병 소령이었다. 형에 관한 이야기를 차단하기 위해 그냥 미친 척 음담패설이나 하는 그도 풍운의 삶을 살고 있었다. 형으로 인해 진급도 못하고 만년 소령으로 있다가 제대를 준비하고 있었던 그는 경기고등학교 출신답게 아주 명석했다. 그가 나를 동생처럼 대해줄 때 쯤 해서는 김 전 대통령에 관한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71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한 그의 연설 말미에 “여러분 청와대에서 만납시다”는 부분은 아직도 귀에 선하다. 그 정도의 패기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배워야한다. 군 입대를 위해 신체검사 중에 군의관은 대학생 정도로 보이면 “김대중 찍었냐”고 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높았다. 그도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것을 남겼다. 그가 남긴 것을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나쁜 행적은 다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간직하자.
김 전 대통령을 두고 인동초(忍冬草)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이 덩굴 식물만큼 김 전 대통령의 85년 인생을 표현하는 말도 찾기 어렵다고 한다. 6년간의 감옥살이, 10년간의 가택연금이 그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이 기간이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와신상담의 인내심과 판단력 및 의지력을 키우는 기간이었을 것이다. 이 불굴의 의지를 그를 좋아하던 사람도 싫어하던 사람도 배워야할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폴 손 / 자유기고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