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지의 보수주의 컬럼니스트 조지 윌은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의 철수를 주장하는 글을 발표하였다. 나는 조지 윌의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문장력에는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정치 철학에는 일반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그가 이번에 주장한 아프간 철군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옛일을 되새김하는 것이 그리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8년 전 필자가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전에 이 지면에 실었던 글의 일부를 인용해 본다.
“아직 그 대상조차도 명확하지 않은 적을 향하여, 무엇이 목표의 달성인지도 정의되지 않은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20년 간의 전쟁을 치룬, 아니 아직도 치루고 있는 중인 아프가니스탄에는 이미 폐허밖에는 남은 것이 없다. 그 국민들에게는 물러 서고 싶어도 물러 설 곳이 없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자기 파괴적인 광신과 수천년에 걸쳐 닦아온 산악전의 기술 밖에는 남은 것이 없다. 설혹 상상을 초월하고 의표를 찌르는 작전의 성공으로 오사마 빈 라덴과 그 일당을 체포하거나 제거한다 하자. 그것이 과연 중동에서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테러의 끝일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 순교의 죽음을 열망하는 그들에게 미국은 끝없는 순교자의 행렬, 롤모델의 전시회를 마련해주게 될 가능성이 더 많을 것 같다.”
이것은 조지 부시 행정부를 겨냥하고 했던 말이었으나 아직도 본질적으로 틀리지 않는 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진정한 문제는 과연 아프간 국민들이 미국에 의한 국가 건설을 원하는가이다.
아프간 인들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던 시점부터 문명의 교차로에 놓였던 탓으로 헤아릴 수 없는 침략자들의 발굽에 끊임 없이 시달려왔다. 그 험악한 상황 아래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을 익혀 온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국가의 개념과 이상이 과연 미국인들이 건설해 주려는 국가에 비슷하기나 한 것인지 극히 의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실상 미국 정부마저도 어떠한 형태의 국가를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자신 없어 보이는 듯 하다.
1970년대 말에 시작된 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난 지금도 아프간 국민들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 지에 난 기사에 인용된 지치고 지친 한 아프간 국민학교 교사는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적들, 그들이 회교도이든 또는 비회교도인들이든 불구하고 그들이 어느날 다 함께 모여서 우리 아프간 국민들을 한꺼번에 죽여 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아프간 인들에게 친절한 일일 것이다. 그들은 매일같이 우리를 죽이고 있는데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핵심을 국가건설로 파악한 오바마 행정부의 새 전략은 많은 돈을 들여 국가 기간 시설을 건설하고 월등한 군사력을 이용하여 그러한 건설물들과 민간인들을 보호함으로써 경제를 되살려 반군이 설 자리를 없애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설회사 종업원들이 전하는 현실에 의하면 건설비의 1/3 정도가 반군 또는 군벌들에게 건설현장을 공격하지 않는 대가로 지불되고 있으며 그 돈은 곧바로 반군과 아프가니스탄의 고질인 군벌을 키우는 데에 사용된다. 그나마 공사가 일단 끝나고 나면 그러한 건설물이 제대로 사용되기 전에 폭파되는 것이 십상이다. 그러면 또 한번의 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아프간 국민들의 절망적인 상황에 미군들은 악순환을 돕고 있을 뿐이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이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권과 사회복지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해야만 했던 린든 존슨의 악몽을 그가 되풀이하게 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김철회 / 법정 통역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