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건과 연동하고 계 실태 등 잘 설명해야
강씨, 잠적전날 단골노인들 쌈짓돈까지 챙겨.
사채와 곗돈 300여만달러를 가로채 잠적한 소피아 강씨(한국성명 강보건, 영문표기 Beu Kaeun Kang, 본래성은 김씨)는 본보 8일자에 보도된 대로 남편 강대유(John Daeyoo Kang)씨와 함께 9월27일(일)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을 통해 국외탈출을 했음이 거의 확실하다.
강씨가 지난 10년 이상 운영했던 SF재팬타운 ‘88비디오’ 인근 H업소 직원은 8일 저녁 “(이 업소 직원) 00 남편이 그날(9월27일) 거기(SF국제공항 보세구역)에서 근무하다 그 부부를 보고는 인사를 하려고 하니까 여자(소피아 강씨)가 남자(남편) 손을 얼른 이렇게(낚아채는 동작) 채가지고 가버리더래요, 그 남자는 모자를 탁 눌러쓰고…”라고 전했다.
강씨 부부가 어디로 갔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몇가지 정황으로 미뤄 한국행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설사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단 제3국으로 도피했다 하더라도 일정기간 뒤 최종목적지는 한국일 것이란 추측이다.
한편 50명 안팎의 피해자들(계의 ‘구찌’ 개념에 따른 연인원으로는 약 100명) 가운데 10여명은 8일 오후 88비디오 앞에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소피아 강씨에 대한 사기혐의 고소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88비디오가 입주한 건물주는 강씨 부부의 렌트비 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 파기전 최고장(Notice of Belief of Abandonment, 10월5일자)을 88비디오 출입문에 부착했다.
◇더 드러난 강씨 부부 마지막 행적 : 88비디오가 마지막으로 문을 연 날은 9월27일(토요일)이다. 바로 이날까지도 강씨는 여기저기서 돈을 챙겼다. 본보가 확인한 것만 해도 3건이다. 88비디오 맞은편 업소의 S사장은 비디오집 영업이 거의 끝난 저녁 시간에 4,500달러를 빼앗기다시피 했다. 계원인 그는 계가 위험하다는 낌새를 차리고 있었지만 돈을 안주면 곗돈 못받을 줄 알라는 엄포에 못이겨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2명은 88비디오를 자주 이용하는 인근 노인들로 급하다며 돈을 꿔달라는 강씨 부부의 말에 있는 돈 없는 돈 털어서 줬다가 당했다. A노인(여)은 소피아 강씨에게 800달러를 줬고, B노인(남)은 1,495달러를 남편 강대유씨에게 줬다. 강씨 부부는 그날 저녁 평상시와 다름없이 비디오 가게를 닫고 태연하게 퇴근했다. 그리고는 인근 K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사라졌다.
뿐만이 아니다. 강씨 부부 명의로 채권자 C씨에게 끊어준 50,000달러짜리 BOA수표 3장(각각 9월25일, 9월30일, 10월1일자/BOA)은 공수표가 됐다. 88비디오 출입구에는 재팬센터에 낸 229.40달러짜리 유니온뱅크수표(8월17일자)가 부도수표라는 통지문이 붙어 있다.
◇사기혐의 수사 이뤄질까 : 지금까지 계파동 관련 법적분쟁은 열이면 열 민사소송이 돼 결국은 유야무야 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파동 피해자들이 바라는 대로 형사사건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형식상 원고와 피고일 뿐 내용상 양쪽이 동등한 입장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는 민사사건과 달리, 형사사건이 되면 검.경이 ‘수사’를 한다(민사소송의 경우 쌍방변호사가 주로 법정외 선서증언 형식으로 상대방을 ‘조사’하고 증언을 채록).
강씨(또는 강씨 부부)는 분쟁의 한쪽당사자가 아니라 기소를 전제로 한 수사대상, 즉 피의자가 되는 것이다. 피의자가 수사당국의 출두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개수배된다. 피의자가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 통상 기소중지를 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곧장 재판에 회부(기소)되기도 한다. ‘소환불응과 도피는 유죄’나 다름없다.
강씨(또는 강씨 부부)가 미국과 범죄인인도협약 체결 등 사법공조를 하는 나라에 있을 경우 옵션은 더 늘어난다. 죄질에 따라 해당국의 협조를 얻어 피의자를 압송해 오거나 유죄확정판결을 얻은 뒤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사법공조를 하는 나라다. 살인 등 강력범은 물론 사기범 압송사례도 있다.
문제는 ‘계’다. 미국에 없는 제도여서 수사주체(나아가 재판주체)들에 계피해 이전에 계 자체에 대해 납득시키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상한 돈거래’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여기에다 피해자들의 자금출처도 조사해 탈세혐의가 드러나면 더 큰 화를 입는다, SS연금 수령자의 경우 그 혜택을 박탈당한다, 증거없는 현금거래는 받아주지도 않는다 등 과장소문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신고를 기피해 실제 신고된 피해액이 미미해지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 피해자들이 형사사건화를 기대하는 근거는 있다. 우선, 이 사건이 단순 계파동이 아니라 사채파동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소명여하에 따라 사채건으로 미뤄 계 역시 사기(성이 농후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계 자체만 해도, 과거 계파동의 경우 대개 어느정도 잘 굴러가다 도중에 깨져 문제가 됐고 따라서 계주들은 이런저런 변명으로 사기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으나, 소피아 강씨의 경우 2007년에 시작한 계가 엉망인 상태에서 새로 계를 꾸리고 그나마 곗돈을 거의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설득력있게 설명하면 형사사건화에 유리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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