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는 주택 차압에 관한 상담 문의를 여러 번 받았다. 부동산값이 오를 때 집을 산 후 값이 떨어지며 은행 빚보다 집값이 낮아 진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이자율이 올라가서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지난 몇 년 동안 끝 모르게 올라가는 부동산 경기에 뒤지지 않을 세라 무리 해가며 집을 구입한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 변동이자율로 구입을 하니 처음 몇 년은 싼 이자로 부담이 적고, 은행 빚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전에는 수입 증빙서류를 제출했는데 은행에 융자할 돈이 넘쳐나서 인지 그냥 적당히 적어내면 융자를 쉽게 얻었다.
재융자할 때도 부동산 감정을 까다롭게 하지 않아 같은 집을 몇 번이고 ‘캐시 아우트’ 하여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개인용도로 사용하곤 하였다. 흔히 집을 살 때 그동안의 가격 상승률을 생각하며 이자율이 바뀌기 전에 산값보다 비싸게 팔면 이윤이 생긴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렇게 몇번 굴리면 큰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부동산 시세가 떨어지고 이자율이 바뀌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 거래가 줄며 사태의 심각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세가 떨어지고 이자율도 상승하니 집을 은행에 넘겨주는 사람 수가 점점 늘어 간다. 사람들이 쉽게 집을 포기하는 이유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하여 10개주에서 부동산만 회수되면 미수된 금액은 채무자에게 청구 못하는 법 때문이다. 이런 일로 크레딧이 나빠지지만 약 7년 지나면 다시 신용도 복구된다.
일반적으로 연방세법에 탕감된 빚은 채무자의 수입으로 간주되어 세무보고 해야 되는데 이번에 경제대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 주택구입 관련 빚은 탕감 받더라도 비과세 대상이라는 법이 금년 초에 통과 되었다. 이러한 여러가지 연유로 부동산을 포기하는 수가 많게 되었다.
내 고객 중에 부동산업을 하던 이는 부동산 값이 상승함에 따라 그동안에 쌓인 에퀴티를 계속 사용하여 50만 달러 이상 되는 집 5채나 구입하였다. 이 집들을 렌트도 하며 잘 나가다가 변동이자 월부금이 연체되며 5개 부동산과 그의 개인집까지 은행에 주고 걸어 나갔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정부 당국은 은행융자를 재조정 하라고 금융기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집 페이멘트를 못하고 걸어 나간 사람들이 렌트를 하여 편하게 산다는 기사가 신문에 크게 실렸다.
지금까지 고생고생 하며 주택 융자금을 내다가 집을 은행에 넘기고 좋은 집을 헐값에 렌트하여 사는 사람 수가 는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자기가 포기한 집 근처에 렌트하는 사람도 있다. 렌트를 하니 가옥세, 보험료와 수리걱정도 없어 여간 편하지 않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싼값에 렌트하며 생긴 지불금 차액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그동안 하지 못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어떤 부부는 그동안 못간 음악회도 가기 시작하고 여유 돈으로 외식도 더 자주 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이 기회에 헐값에 집을 장만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아메리칸 드림은 내 집을 장만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우리한테는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여 주택을 구입하고 30년 지불한 다음 노년을 즐기다가 세상을 떠나며 다음세대에 물려주는 재산 항목 순위 제일 위였다. 이제 경제의 어려움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의 의식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사는 동안에 편하게 렌트하고 사는 방법으로 우리의 꿈도 바뀌고 있다고 근래 한 일간지는 덧붙인다. 따라서 집소유가 반듯이 아메리칸 드림만은 아니라고 한다.
당대를 쉽게 사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다음세대를 위하여 남기는 유산도 우리의 책임일 것이다. 이렇게 남긴 유산이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기반이다. 나는 어렵더라도 꿈을 잃지 말고 에퀴티를 늘려 사회에 환원하는 길을 찾으라고 우리 이민 커뮤니티에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른다.
이종혁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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