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샌 프란시스코를 사진으로 담기위한 일년 프로젝트를 세우고 엠바카데로를 시작으로 구석구석 도보로 다니기로 했었다. 먼저, 엠바카데로, 마켓 스트릿과 차이나타운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베이 지역에 살면서 너무도 몰랐던 미항 샌 프란시스코를 재발견하고 있다. 12월이라, 사우스웨스트편을 계속하기보다는 앞으로 두번에 걸쳐서 차이나타운 인근 지역의 인물편과 크리스마스 장식 및 풍경편을 싣는다. 그후 사우스웨스트 편을 다시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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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2일 (토)은 샌 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두번째의 불우 이웃 돕기 사진 강습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우천으로 강습회가 취소되어, 오랫만에 상항으로 향하지않고 집에서 쉬는 토요일을 맞이했었다. 혼자 사진 찍으러 다니는 일이 아니고 강습회를 인도해야하기 떄문에 세심하게 준비해야했었다. 안전은 물론이고, 화장실의 위치하며, 어떤 사진 주제들이 어디에 있는지, 해의 방향이 몇시에 어떤지 등등이다. 준비하는 모든 시간들을 합치면, 받는 보상으론 “보람”일 뿐이다.
미국의 매그넘 사진 작가들인 카를 그로블과 루 존스에게서 사진술을 배우면서 나의 사진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요세미티 국립 공원의 풍경 사진만 찍던 시절을 벗어나, 포토 저널리즘으로 바뀌면서 세상을 달리 보게되었다. 이들의 수제자가 되는 바람에 한국에서도 인정을 받게되어, 사진을 보내달라는 부탁이 들어온다.
제 3국에서 사진을 찍을 땐, 이 매그넘 작가들은 재래 시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온갖 사람들을 만나고 카메라로 그 지역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는다. 그들을 대하면서 조금씩 정이 든다. 그래서 선교사들도 정든 지역에 새 둥지를 트는가보다.
첫 사진 강습회를 준비하면서, 엠바카데로와 마켓 스트릿을 쏘다녔다. 토요일이면 열리는 파머즈 마켓 (Farmer’s Market)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너무나도 좋은 사진 소재들이다. 처음보는 남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강습회 참가자들은 엄두를 못낸다. 거리의 악사들, 곡예사들, 노숙자들, 상인들, 게다가 구경꾼들과 소비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사진의 보고를 이룬다.
지금은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소실된 서울의 남대문을 두고, 서울 사람들은 현판에 남대문이라고 씌였는지 숭례문이라고 씌였는지, 게다가 한글과 한자 중에 어떻게 씌였는지 모르고 바쁘게 살았다. 마찬가지로, 이 샌 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살면서 금문교와 롬바드 스트릿 정도 가보고 상항을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많은 것을 놓치고 산다.
다민족으로 섞여사는 상항, 그러면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상항,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제야 정이간다. 가진 자도 못가진 자도 똑같이 누리는 아름다운 날씨, 그래서 더 평등으로 향하는가보다. 우리 동네를 몰라도 너무나 모르고 살아왔다.
중국인 앨버트 양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노숙자들을 보면 그저 1불짜리 지폐를 한장씩 나눠주기 바빴다. 내가 주면, 그위에 1불을 더 보태주는 것을 보고 상항에서 넘치는 사랑도 느꼈다. 필리핀인 빅터는 맥도날드에서 점심만 안먹는다면, 다음에 다시 참가하겠다고 한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서 사진찍는 일에만 집중토록 한 일정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하루만에 사진 작품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를 배운 게 큰 수확이었다는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벌써 다른 사람들로부터 문의전화를 받는다. 내년에는 더많은 사람들이 불우 이웃 돕기에 나서기를 바랄 뿐이다.
컬럼버스 스트릿과 유니온 스퀘어를 오가면서 사진을 찍기때문에, 차이나타운 사진 강습회는 엄청난 걷기를 포함한다. 이곳은 중국인들과 대만인들이 그들의 국기를 내걸면서도 어우러져 산다. 이 지역에서도 노숙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사진을 찍다보면, 휴머니즘에 대해 자문자답하게된다. 어떤 노숙자들은 너무 추워서 얼굴 피부가 터져서 핏자국이 여기저기 있다. 한 노숙자는 당일이 자신의 71회 생일이라고 했다. 매일 사람들에게 하는 똑같은 소리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내부적으로 가난이라는 적과 싸우고 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바깥의 풍랑이 위험하다기 보다는, 방주에 타고있는 딱다구리가 방주를 쪼아내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즉,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 곳에서는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노숙자를 만났다. 돈을 건네면서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라고 했다. 사진을 찍을 때엔 그들의 존엄성도 인정하면서 예의를 지켜야한다. 밤이 오면 그들은 또 한가지의 적인 추위와 싸워야한다. 우리 교회에서 쓰지 않는 슬리핑 백을 모아 거리의 이들에게 나눠주던 일이, 얼마나 좋은 일이었는지 이들을 대할 때 비로소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엠바카데로 사진 강습회에 참가하신 분들의 도움으로 추수 감사절날 이러한 사람들에게 터키 저녁을 대접할 수 있었던 일도 감사할 뿐이다.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서 그 다음 토요일 갈 때, 지참했다. 보통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만난다. 그들에게 사진을 전해주면 그럴 수없이 좋아한다. 이것이 인간애로서, 카를 그로블에게서 배웠다. 음식을 팔던 토마스는 마실 것이라도 줄까하며 좋아한다. 악사는 공연 중이라 돈통에 두란다. 그 다음 주 다시 만났을 때에는 사진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카메라로 피부색을 뛰어넘어 인간애를 쌓아감을 큰 수확으로 생각하며, 이 프로젝트의 다음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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