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순은 미국의 교육주간으로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 기간이었다. 그런데 필자의 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그 중 하루를 할아버지 할머니 방문의 날로 정하는 바람에 우리 부부도 참관하게 되었다.
볼티모어 북쪽에 있는 그 지역의 인구의 대부분이 백인들인지 그 학교에서 흑인, 라티노 그리고 아시안 학생들은 도합 10~15% 정도로 보였다. 1학년 교실에서는 30명이 못 되는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는데 컴퓨터 등 시청각 기기를 이용하여 10센트, 5센트, 25센트 계산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우리 세대에는 콩나물시루에 자라는 콩나물처럼 좁은 교실에 50~60명이 빼곡히 들어차고 선생님들이 쓰는 분필마저 귀하던 환경이었던 데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나는 배움의 분위기였다.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초등학교부터 과외수업으로 어린 학생들이 달달 볶임을 당하는 한국의 현실 때문에 한국 중산층 중 상당수가 교육 이민으로 미국에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곳에서는 별다른 과외 수업을 받지 않더라도 중고등학교에서 열심히만 공부해주면 아이비리그는 아니라도 주립대학들에 쉽게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아이들 교육에 좋다고 아이들을 엄마와 함께 미국에 보내는 기러기 아빠 현상이나 아예 아이들만 미국에 보내고 부모는 한국에 남아 있는 이산가족 풍조는 마땅히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기러기 아빠로 뼈 빠지게 일해 생활비를 부쳐주었더니 아이들 엄마가 배신하여 절망에 빠졌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부모는 한국에 있고 아이들만 친지나 하숙집에 맡겼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타락의 길로 빠졌다는 사례도 허다하다.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아빠 엄마 두 사람의 교훈과 올바른 모범이 꼭 필요하다.
물론 미국 교육제도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빈부의 차이로 인한 지역 간 학교 수준의 차이 때문에 소수계가 많은 대도시 도심지역 학교 학생들은 대학으로의 진학은커녕 고등학교 중퇴로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심한 경우 30~40% 이상이다.
고교 중퇴생이 제대로 직장을 잡을 수 없으니 깡패 조직이나 마약 밀매에 손을 대어 소년원을 거쳐 어른 감옥으로 향하는 것이 소수계의 게토 현상인 것이다. 게다가 TV 등 매체들의 성관계 묘사들은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고등학생들만이 아니라 심지어는 중학생들까지 임신을 하는 현상이 빈번하니 18세 미만의 미혼모들이 두 아이나 그 이상을 아빠의 존재가 없이 기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이만 수태시키는 것이 남자가 아니라 가정을 지켜 아이들이 잘 자라고 배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아버지야 말로 진정 남자다운 사람임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이 세상에 출생시킨 만큼 아이들이 잘 자라서 사회의 생산적 구성원들로 활동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산가족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살기로 한 이상 아이들과의 대화가 영어로 가능할 수 있게 부모부터 영어를 깨치고 사용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불법이민자들의 사면을 통한 영주권 취득을 가능케 하라는 구제 법안들이 연방의회에 제기되고 논의되는 과정에서 영어 사용을 한 조건으로 내세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미국 공영방송인 PBS의 ‘세사미 스트릿’ 프로그램을 보도록 하면서 부모도 같이 보면 어른들의 영어 발음도 좋아지고 자녀들과의 관계도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필자 부부에게는 그 프로그램이 40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당시에 한 살 반이던 아들과 함께 그리고 그 후에 태어난 딸들과 함께 보면서 정확한 발음법을 재치 있는 노래를 통해 들었던 것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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