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행자들이 인도를 가면 네팔을 함께 찾는다. 네팔이 세계의 수많은 여행자들을 부르는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로 일치하는 이유는 바로 만년설산 ‘히말라야’때문이다. 마치 성지를 순례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전 세계에서 등반가들이 해마다 줄을 잇는다. 히말라야 트레킹 도전을 위해 우리는 네팔로 향했다.
인도, 네팔 행에서 처음으로 육로로 국경 이동하는 경험을 했다. 인도에서 네팔로 가는 배낭여행 코스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안전한 루터 소나울리와 수년 전부터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한 루터로 조금은 위험한 길 락솔을 거쳐 가는 단 두 길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정상 락솔로 가야 한다. 두렵기도 했지만 초보배낭 여행 자체가 그런 부분을 감수해야 하기에 밤새 비포장도로를 달려 새벽 4시에 락솔에 도착하였다. 깜깜한 새벽인 탓도 있지만 국경답지 않게 삭막한 주변 환경들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두 대의 사이클 릭샤를 타고 연결되는 여행사에 도착하니 4시 30분! 한참 후 사무실에 도착한 여행사 사장과 일정을 의논하는데, 갑자기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버스는 없다고 하며 다른 버스를 권한다. 예매한 버스를 타야 어둡기 전에 네팔 휴양도시인 포카라에 도착할 수 있는데 이게 웬 말인가? 다시 의논을 하니 웃돈을 요구하며 다른 버스를 권한다.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음에도 끈질기게 우리가 예매한 표를 고집하니 결국은 7시 차표를 끊어 준다. 그러나 미심쩍은 마음이 여전하다.
급하게 사이클 릭샤를 타고 인도 출국 스탬프를 받고 네팔 입국장으로 국경을 넘어간다. 네팔 국경 직원이 자신의 동생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호의를 보인다. 좀 전의 인도 락솔 국경보다는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비자를 받고 드디어 네팔입성! 비자 발급 서류를 보니 우리가 두 번째다. 역시 외국인들이 잘 찾지 않는 곳임을 체험한다. 그러나 듣던 정보와는 달리 전혀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고 네팔 행 버스에 올랐다. 자리에 앉자 말자 감사기도가 나온다. 배낭여행을 해 보면 안다. 모든 것이 처음 부딪치는 상황이고 예측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기에 모든 상황에 간절히 간구하게 되고 그 돌보심에 감사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 누구나 겸손하게 되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한숨을 돌리니 정확히 아침 7시! 그런데 타고 보니 투어리스트 차량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로컬 버스다. 뭔가 느낌이 불안하다. 어이쿠! 락솔 여행사 사장에게 완패를 당했다! 분하지만 외국인 하나 없는 현지버스에 몸을 맡기고 체념하듯 바깥 풍경만 바라본다. 아무래도 제 시간에 도착하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할 것 같다. ‘이런 사기도 한번쯤은 당해 보아야 그게 배낭여행의 매력이겠지?’하고 위로를 해 보지만 여전히 마음은 편치 않다. 히말라야 산맥 입구로 가는 버스는 가드레일도 없는 200m가 넘는 낭떠러지 위 포장 길을 달리는 데 그야말로 아찔함 그 자체다. 그런데도 현지인들은 버스 지붕 위에 앉아서도 태연하다. 역시 예상보다 훨씬 늦은 야밤에 네팔 여행자의 도시 포카라에 도착하였다.
드디어 4월 8일 아침 9시, ‘비르 탄티’ 마을에서 입산 허가를 받는 것으로 본격적인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봉의 트레킹을 시작한다. 트래킹 가이드는 23살의 ‘강가’라는 네팔 청년으로 중학교만 졸업했음에도 영어를 독학으로 공부하여 벌써 가이드 경력 7년째인 베테랑이다. 본격적인 트레킹은 생각보다도 힘들지는 않지만, 산 속 길만 걸어 갈뿐 설산 봉우리는 볼 수가 없다. 겨우 6시간을 올라 1700고지인 ‘티키 둥가’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오늘의 숙박지인 울레리를 향한다. 갑자기 산 전체가 계단으로 이루어진 급경사! 아찔하다. 3000개 정도의 계단을 힘들게 오르는데, 맞은 편 산에는 마치 성냥갑처럼 작은 현지인들의 집이 보인다. 이런 첩첩 산중에 그것도 이런 급경사에 밭을 일구고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오후 5시 40분, 목적지인 1980M고지 ‘울레리’에 도착하니 안나푸르나 봉우리가 두 산 사이로 첫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반긴다. 출발한지 9시간이 지나서야 거대한 설산의 봉우리만 겨우 접하다니... 순간 감격스러움과 함께 일 년 내내 저 설산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이 조금은 신비스럽게 다가온다. 창가 저 멀리 설산이 보이는 울레리에서 히말라야의 첫날이 저문다.
다음날 아침, 다시 트레킹을 시작하지만 영 몸이 무겁다. 무더운 날씨와 함께 가파른 경사 길을 겨우 오르는데, 가이드 강가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잘도 올라간다. 갑자기 여성 포터(여행객의 짐을 나르는 사람)들이 우리를 추월하여 간다. 우리는 맨몸으로 가는 것도 힘들건만 여성의 몸으로 자신의 키만 한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잘도 간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2980M 고라푸니가 보이는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숨 쉬기도 힘들다. 겨우 이동하여 고라푸니 산 정상 숙소에 여정을 풀었지만, 여전히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힘들다. 바로 ‘고산 증’이다. 다른 가족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나만 유독 너무 힘들다. 내일 푼 힐 정상에서 안나푸르나 봉의 일출을 보기 위하여 새벽 4시에 기상해야 하는데...
다음날 새벽, 가이드가 깨우지만 나는 어제보다 더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할 수 없이 아이들만 출발을 한다. 고산 증에 걸렸을 때는 낮은 지대로 내려가야 하는데 가족 모두에게 어쩌면 일생에 한번 뿐인 기회라고 여겨 참아 본다. 하루 종일 푹 쉬니 몸이 조금은 가볍다. 다음 날 새벽 무리를 하여 3200m 푼 힐 정상에서 일출 보는 것을 다시 시도하였다. 겨우 몸을 가누며 올라갔지만 역시 히말라야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 멀리 떠오르는 히말라야 설산의 일출을 보는 순간, 왜 사람들이 이곳을 동경하는지를 알 것 같다. 어쩌면 인생의 가장 기쁜 환희의 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 감동이 매우 크다. 평생 잊지 못할 감격의 순간이다.
드디어 하산! 삼일을 올라갔다 이틀을 내려오는 이 여정에서 우리는 깜깜한 저녁에야 1300m 고지에 있는 ‘따또빠니’ 마을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힘든 트래킹을 마친 이들에게 하늘이 내려준 ‘천연 노상 온천’을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솟아오르는 온천물만 모아 놓은 소박한 시설의 온천이지만 트래킹을 마친 우리에게는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값진 선물이다. 다음날 아침, 따뜻한 물이 그리워 다시 온천으로 뛰어드는데, 길옆으로 한 무리의 당나귀 떼들이 지나간다. 모든 것이 자연 그 자체다.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근 우리들, 지나가는 당나귀, 히말라야의 깊은 산줄기, 바람소리, 그리고 물소리!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어우러진다. 우리를 자신의 품속에 따뜻하게 품어 준 설산 히말라야! 연습여행에서 받은 그 축복은 지금도 우리에게 환희와 평화로움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누군가 그렇게 말했나보다. 한번 히말라야 품에 안긴 사람은 반드시 다시 올 날을 꿈꾸게 된다고...
* 세계일주 여행준비를 위한 Tip 3.
- 자신의 목적에 맞는 여행의 큰 테마를 계획한다. 최고의 자연유산, 인류문화유산, 불가사의 유적, 세계적인 건축물, 먹을거리 볼거리를 찾아서 등 나만의 테마여행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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