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주를 하기 전, 2008년 4월 인도-네팔 연습여행을 통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미지 세계에 대한 두려움, 경험 부족, 건강 그리고 여행 자료나 정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의사소통의 문제로 세계 공용어인 ‘영어’에 대한 부족이었다. 그리하여 2008년 9월 5일 본격적인 세계여행 중 먼저 영어연수를 넣었다. 필리핀의 어학연수는 비용의 저렴함과 1:1교육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문제, 무더운 날씨, 교사의 실력 그리고 노력부족으로 두 달간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얻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낙천적이며 친절하다. 학원 교사들이나 기숙사에서 일하는 아테들은 청소, 빨래, 식사 준비, 설거지 등 매일 똑 같은 일에도 항상 웃는 얼굴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일 자살소식이 들려오는데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도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만족하며 즐기면서 사는 모습에서 삶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또한 싱가포르로 출발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면서 버릴 것이 두 박스나 되었다. ‘배낭 무게가 인생의 무게’라는 아들 말을 떠올리며 나그네 같은 인생길에서 소유욕과 욕심을 버려야 함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08년 10월, 환율이 1100원에서 1400원으로 갑자기 올랐다. 필리핀에서 두 자녀의 생일을 맞아 주말에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거나 보라카이의 환상적인 해안으로 여행을 가기로 하였지만 아이들은 이 모든 것을 깨끗이 포기하였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힘든 결정이었다. 한국에 있었으면 환율이 오르든지 내리든지 전혀 관심이 없었을 텐데 여행을 통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경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가족여행을 위해 절약하는 정신과 태도를 스스로 배우고 여행기간 내내 아이들이 절약하는 삶의 습관이 되었다. 환율상승으로 5명이 추가 지출한 비용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까운 마음이 들지만 아이들이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경제관념을 배운 수업료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다.
2008년 11월 1일 싱가포르에서 ‘싱마타이’열차로 이동하는 모험에 도전하였다. ‘싱마타이’ 열차는 인도차이나 반도 옆에 붙은 가느다란 말레이시아 반도를 따라 천혜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3개국을 연결하는 2200km를 3구간으로 3박 4일, 35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싱마타이 열차를 이용하는데 2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우선 한번 열차를 탑승하면 3박 4일을 가는 것이 아니라 각 구간마다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또한 기차표도 한 번에 예매가 되지 않아 각 나라에 도착하면 즉시 예매를 해야 한다. 단 2구간인 말레이시아 구역은 인터넷으로 예매가 가능하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비슷한 다민족사회, 체계적인 사회기반 시설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도전을 주는 도시국가였다. 싱마타이 열차 시작점은 ‘탄 종파가’ 메트로 역 근처 ‘개팰 로드 역’이다. 작년 단기 선교로 온 곳으로 직접 지도를 들고 지하철과 버스로 찾아가는데 전혀 다른 곳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패키지와 배낭여행의 차이다. 배낭여행은 힘들고 어렵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기에 자신만의 소중한 추억과 경험으로 마음속에 강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첫 구간 열차는 싱가포르에서 저녁 10시에 출발하여 말레이시아 국경을 간단한 여권 검사만으로 통과한다. 창가로 떠오르는 태양, 울창한 숲, 주변 풍경이 전혀 다른 곳임을 느끼게 한다. 07시 쿠알라룸푸르 역에서 내려 주변을 관광하고 오후 8시 태국 행 열차를 기다린다. 비상사태 발생?! 말레이시아-태국 국경을 연결하는 열차로 이동하는 순간, 은찬과 은택의 배낭끈이 떨어졌다. 배낭을 한쪽으로만 멘 채 오르내리는 사이에 무게가 가중되어 발생한 것이다. 이제 여행이 시작되는데 배낭끈이 떨어지다니? 우리는 주변에서 실과 바늘을 찾다가 포기를 하는데 아이들은 어디선가 바로 구입해 온다. 그러나 여행자용이라 실이 가늘고 바늘도 턱없이 작다. 이것으로 어떻게 해결을 하려나?
열차에 타자마자 두 아들은 엄마에게 코치를 받아 피곤한 몸을 잊고 무려 2시간 동안 배낭을 직접 수선한다. 작은 여행자용 바늘로 배낭끈을 꿰매는 것은 보조 도구 없이는 쉽지 않은 작업인데 아이들은 인내하며 한 올씩 꿰맨다. 만약 아이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상상도 못할 상황인데 스스로 필요에 의해 처음보다 훨씬 튼튼하게 수리하였다. 아이들에게 저런 인내심과 문제 해결력이 있었던가? 새삼 감동하며 아이들을 바라본다.
3일 동안 열차에 시달린 몸이 정상일 리가 없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얼굴은 씻지 않아 몰골이 말이 아니며 몸살 기운도 있다. 새벽에 열차가 심하게 흔들려 깨니 목에 침을 넘길 수가 없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데 차창가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 정겹다. 태국 방콕이 가까워지니 현지인들이 탑승하고 간단한 차와 식사를 파는 상인들로 아침의 생기를 더하고 지금까지의 피곤을 사라지게 한다. 열차가 지나는 길은 더 넓은 밭과 아침을 여는 시장과 출근하는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차량들로 활기차다.
결국 2시간씩이나 연착을 하여 11월 5일, 11시 30분에 종착지인 방콕 휠람퐁 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3박 4일, 37시간의 말레이시아 반도 3개국을 통과하는 싱마타이 2200km 종단열차 도전기는 지금도 우리에게 ‘I can do it! We can do it!’의 의미로 남아 있다.
* 세계일주 여행준비를 위한 Tip 4.
- 이제는 여행루터를 작성한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자신의 여행목적에 맞는 여행지를 대륙별 나라와 도시를 표시하고 연결하면 여행 루터 1차 완성.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