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Only Breath / 오직 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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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Christian or Jew or Muslim,
not Hindu, Buddhist, Sufi, or Zen.
Not any religion or cultural system.
난 크리스천도 유태인도 무슬림도 아니요,
힌두교도나 불자, 수피나 선객도 아니외다.
난 어떤 종교나 문화체계에도 속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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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신비가 루미[Rumi]는 황홀경에 도취된 신애(神愛)를
흠뻑 취한 시어로 뿜어낸 13세기의 천재시인이었습니다.
언젠가 루미의 시를 모아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낸 이현주는 잘랄루딘 루미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루미의 시는 페르시아 문학의 독특한 특성인 음악적이고
리드미컬한 점을 지니고 있으며, 의미가 형식을 대단히
강하게 지배해서 전통적인 시형과 운율을 깨뜨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형식적인 체계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그러나 철저하게 전통적인 정교한 형식을 창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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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not from the East or the West,
not out of the ocean or up from the ground,
not natural or ethereal,
not composed of elements at all.
난 동양에서도 서양에서도 온 바 없소.
바다에서 나오거나 땅에서 솟아 난 바도 아니오.
자연체도 또한 에테르체도 아니거니와
그 어떤 요소로 지어진 바도 아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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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에서 어떤 종교나 문화체계도 부정해버린 시인은,
이제 동서양이란 공간이나 형이상/형이하의 구별도 방기한 채,
참 나는 그 어떤 요소[예컨대, 지수화풍 따위]로부터도
참되게 자유로움을 선언합니다.
오고 간 바도 없고, 따로 물질/비물질을 따질 이유도
없거니와, 딱히 어떤 구성요소들이 있어 지금 이 내가
있는 게 아니란 걸 짧고 명철한 시어로 다듬고 있습니다.
그렇담, 나는 과연 누구인고? Then, who am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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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 not exist,
am not an entity in this world or in the next,
did not descend from Adam and Eve
or any origin story.
나는 존재하지 않소이다.
난 지금 이 세상 또는 다음 세상의 존재도 아니외다.
아담과 이브의 후예도 아닐뿐더러
난 그 어떤 시초의 얘기도 갖고 있지 않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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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 not exist!
그럼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 자는 누구인고?
지금도 나중에도 따로 존재하는 바 없는 내가 과연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존재냐는 물음엔, 애당초 시초의
얘기란 게 대수냐고 비껴갑니다.
우리 곁에 왔던 부처 성철 조사는 일찌기 불교는 단
네 글자라고 단정한 바 있습니다. 불생불명(不生不滅)이라!
나지고 죽지도 않는 그것, 그 당체를 훤히 들여다 보면
그게 바로 불교의 핵심이라 이르신 바 있습니다. 나고
죽지 않으며 오고 감이 따로 없는 그 실존, 그 당당한
실체에 따로 시초의 얘기가 있을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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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lace is placeless,
a trace of the traceless.
Neither body or soul.
내 자리는 없는 자리외다.
흔적 없는 흔적이외다.
육(肉)도 영(靈)도 아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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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둘도 둘 아님도 아니며, 둘 아닌 불이(不二)도 아니라
전합니다. 자리나 흔적으로 알라치면 결코 그 행방을
알아챌 수 없는 그저 없이 있는 실존이라 귀띰합니다.
그렇담, 몸이란 감옥을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라 합니다. 육과 영의 구분도 철저히
무의미해진 바로 그 사이 (the Gap)를 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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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long to the beloved,
have seen the two worlds as one
and that one call to and know,
first, last, outer, inner,
only that breath
breathing human being.
난 내 사랑하는 연인에 속하오.
난 이미 두 세계를 하나로 본 바 있소.
그리고 불러 알 그 자리,
처음과 끝, 안과 밖,
다만 그 숨
사람을 숨쉬는 바로 그 숨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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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에 이르러, 루미는 신인합일이 바로 사랑의
황홀경임을 노래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연인 밖에
따로 내가 어찌 존재하겠느냐는 겁니다. 사랑과
연인과 내가 모두 범벅이 된 그 황홀한 무아지경 속에
나를 따로 인식할 겨를이 어디 있느냐 묻습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가 내 안에 계심에,
난 이미 아브라함 훨씬 전부터 나로서 나임이라.
일찍이 예수께서도 전하신 말씀입니다. 짧은 시 한 편으로
초월지혜의 신비를 꿰뚫는 루미의 신비. 8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그 숨은 늘 그렇게 사람을 숨쉬는 중입니다.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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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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