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비즈니스 세계에서 당연시되어 온 불문율 중 하나는 고용된 자체 인력을 통한 비즈니스 경영이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고 이들을 통해 상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영방식이었다. 디지털 세계로 와서는 필요한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도 외부 일반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하여 특별한 금전적 대가 없이 그들의 노동력을 활용하여 상품 및 서비스의 디자인, 생산 및 제공을 수행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길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오랜 기간 백과사전 비즈니스에서 독보적 사업자로 군림해온 영국의 브리태니카사는 고용된 전문가를 통하여 자사의 백과사전을 만들고 고용된 영업 인력을 통하여 전 세계 백과사전 시장을 지배하여 왔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백과사전업체인 위키피디아 사는 일반인의 자발적 참여를 활용하여 단시간에 방대한 백과사전을 만들어 내고 전 세계인에게 제공함으로써 영국의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또한 전 세계 일반인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리눅스 컴퓨터 운영체제는 자체인력을 통해 만들어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라는 컴퓨터 운영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일반 개개인의 자발적 기여가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들을 통하여 엄청난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간단히 표현한다면 ‘디지털 시대의 십시일반’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즉, 외부의 수많은 사람들의 십시일반을 통하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주요 업무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이베이의 성공 비결도 이러한 외부 인력의 적극적이고도 자유로운 참여를 통한 이들 노동력의 활용에 있다고 본다. 이베이의 비즈니스 운영방식을 보면, 상품을 조달하고 전시하고 판매하고 결재하고 배달하는 일련의 업무들을 자사 유급 직원들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고객들을 활용하여 수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 고객에게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노동에 대해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베이는 그저 장을 제공해 주고 장 운영의 많은 부분들은 외부 일반인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는 지마켓이나 옥션과 같은 업체들의 성장세가 오프라인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흥미로운 동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여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튜브(YouTube)사의 경우, 자사의 사이트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대부분을 자사직원을 고용하여 제작하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하거나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창업자는 이러한 열린 비즈니스 방식을 통하여 짧은 시일 내에 일약 성공을 거두고 자사를 구글사에 16억5,000만달러에 매각하여 대박의 성공을 거두었다.
이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통하여 상품이나 서비스 창출을 위한 디지털 공간을 제공해 주면, 수많은 일반인들이 기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노동을 무료로 제공하는 현상들이 여기저기서 관찰되고 있다.
물론 누군가는 어떻게 금전적 보상도 없이 외부인의 노동력 활용이 가능할까, 혹은 왜 그들은 기꺼이 참여할까 라고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이러한 비즈니스 방식을 가능케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점점 보편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는 고용된 내부인력을 통한 닫힌 경영방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젠 보수를 지불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외부 노동력을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운영해 나가는 열린 경영방식이 많은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인들은 디지털 기술이 낳은 이러한 비즈니스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여, 발상의 전환과 아울러 외부인의 참여를 통한 열린 경영의 무한한 가능성을 적극 활용하고 미래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장정주 / 서울대 미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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