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불가사의 하나인 ‘앙코르 와트’ 유적과 ‘킬링필드’ 민족 대학살 사건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캄보디아! 그리고 우리에게는 인도차이나 반도 선교대회에서 코리아 디아스포라 자녀들과의 귀한 만남이 기다리는 곳이다.
태국 방콕을 출발한 버스는 캄보디아 국경 ‘포이펫(poipet)’에 도착하였다. 캄보디아로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 인줄이야? 감당하기 힘든 집채만 한 짐을 싣고 국경을 통과하는 수레들과 옆에서 밀고 있는 사람들, 곳곳이 움푹 파인 진흙탕 길의 열악한 도로사정, 낡은 교통수단, 정돈되지 않고 지저분한 거리의 풍경, 인도의 빠하르 간지 거리를 능가한다.
‘앙코르 와트’의 도시 시엠 립을 가는데, 예전에 단기선교 왔던 딸이 캄보디아의 도로상황을 설명하며 택시를 타야 한단다. 가격 흥정을 마치고 출발을 하는데 먼저 온 외국인들은 아직도 버스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가는 길은 대부분이 비포장이지만 하늘과 광활한 평야가 넓게 펼쳐져 마음만은 시원하다. 비포장 길의 황토가 날리어 주변의 나무와 집들은 온통 불그스름하지만 오랜만에 넓은 하늘을 보니 이런 불편함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숙소는 인도차이나 선교대회 관계로 전체 호텔을 미리 예약하여 가격은 $40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20이하인 곳도 많은데 이곳은 배낭여행객에게 적당하지 않는 곳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다. 이제는 단순히 어려움을 감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여행 정보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우리를 설득하려 한다. 홈 스쿨 여행을 통해 학교교육과는 다른,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직접 몸으로 배우는 것 같아 기쁘다.
다음날부터 선교대회에서 200여명이나 되는 코리아 디아스포라 자녀들을 만났다. 이들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 미얀마 선교사 자녀들로 한국에 사는 아이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1986년 첫 발령을 받고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 같이 순진무구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정이 들려고 하면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4일 동안 지내면서 이들이 가진 보물을 보았다. 그것은 다 민족을 이해하고 품는 넉넉한 마음과 다중언어의 구사능력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보인다. 바로 한글 능력과 정체성 문제이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문제가 때로는 존재의 문제로 이어져, 즉 나는 한국인인가? 캄보디아인인가? 미국인인가? 라는 고민을 사춘기를 지나면서 갖게 되고 힘들어 한다.
앞으로 교사로서 해야 할 사역이 바로 코리아 디아스포라 700만을 위한 교육 프로젝트이다. 즉, 선교사와 교민 자녀 2, 3세들을 위해 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게 하며, 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활용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하여 한국의 인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제2의 부흥은 코리아 디아스포라를 조직화하고 이들을 도와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본다.
선교대회를 마치고 관광에 나섰다. 세계7대 불가사의 하나인 앙코르 유적은 ‘똔레삽’에서 ‘프롬꿀렌’에 걸쳐 300Km에 분포되어 있는 크메르 제국의 사원들이다. 석조 조각이 그렇게 섬세하게 탄생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움을 주는 곳이다. 한국어를 하는 캄보디아인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각 장면 마다 나오는 신화들은 인간의 단순한 생각을 넘어 더 넓은 상상의 세계를 선사한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한계를 신이라는 존재를 통해 이상세계를 열어가려는 염원이 이런 거대하고 신비로운 신전을 가능하게 한 힘이었을 것이다. 난 무엇에 대해 강렬한 신념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수없이 많은 날들을 순간적이고 부질없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며 살아왔다. 가만히 서서 눈을 감는다. 오늘 크메르 제국의 역사 앞에서, 세상의 흐름으로부터 눈과 귀를 닫고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인생 한 부분에서 교사의 길을 잠시 접고, 가족과 함께 서 있다는 것이 더 큰 감사함으로 다가 온다.
이동하여 간 바이욘 지역은 영화 ‘툼 레이더스’에 등장하였던 곳으로 밀림 속의 거대한 나무뿌리에 쌓인 건축물들이다. 바이욘은 앙코르 유적군의 하나이며 힌두교, 불교 혼합의 사원으로 특징은 탑의 4면에 조각되어 있는 인면 상이다. 인면상은 인자한 미소를 띤 관세음보살의 형상을 모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곳에서 만난 캄보디아 사람들의 소박하게 웃는 모습이 바이욘의 미소와 참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캄보디아의 시엠 립 근처에 있는 ‘톤레샵’ 호수로 갔다. 우기와 건기에 메콩 강의 물이 불어나고 물이 빠지는 곳으로 주로 베트남 난민들이 수상 가옥을 짓고 거주하고 있다. 자신들도 힘들지만 베트남 전쟁을 피해 넘어온 난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준 캄보디아인들의 마음이 귀하다. 수상 가옥 중 우리의 마음이 간 곳은 ‘수상 학교 건물’이다. 배를 대고 올라가니 교실 한 칸의 크기에 100여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책상에 앉아 있다. 어려운 가운데서 미래의 꿈을 심고 있는 이들을 보며 교육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캄보디아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한국말이 어눌하지만 최선을 다하던 가이드 청년, 다시 만나고 싶은 교민자녀들, 머나먼 뒤안길을 지키고 있는 앙코르와트의 유적들, 수상교실의 아이들... 이곳에서 만났던 모든 이들이 하나 같이 바이욘의 미소 띤 얼굴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힘들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소박한 희망 때문일 것이다.
* 세계일주 여행준비를 위한 Tip 5.
- 자신의 여행루터를 세계일주 여행 전문가에게 도움과 검증을 받는다. - 예)한국 ‘5불 생활자 세계일주 클럽’ 등 여행 관련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지금은 정보의 홍수시대! 인터넷과 책자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들을 선별, 활용하면 나도 여행 전문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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