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는 아프리카지만 아프리카 같지 않은 나라다. 즉 유럽의 휴양도시 국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함께 가장 서구적인 곳이다. 이곳에는 특별한 사막이 있다. 바로 붉은 모래사막 듄 45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포함된 철분이 모래 속에 있는 수분을 증발하고 난 후에 모래를 붉게 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나미비아의 마무노 국경이다. 뜨거운 태양 빛 아래 무거운 배낭을 앞, 뒤로 둘러매고 국경을 통과하기 위하여 걸음을 옮긴다. 출입국 신고를 하는데 모든 외국인은 차량으로 지나간다.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사이의 국경에는 대중교통이 없어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오직 히치하이킹 방법밖에 없다. 아프리카에서 히치하이킹을 한다?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부탁하지만 다섯 명을 태워 줄 차량은 없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주유소에 온 인상 좋은 현지인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자신은 학교교사이고 우리가 가려는 ‘가고비스’로 간다고 한다. 우와! 우리 가족은 동시에 입이 귀에 걸리며 환호를 지른다. 우리를 걱정하여 수도인 윈드 훅까지 가는 버스 구입하는 일부터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도와준다. 광야 길 위에서 천사를 만난 것이다.
나미비아의 수도인 윈드 훅의 거리와 건물들 그리고 고급 차량들을 보며 “아프리카는 더 이상 이전에 생각하던 아프리카가 아니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나미비아 사막투어는 차량을 렌트하는 방법밖에 없다.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운전을 하니 긴장이 된다. 우선 운전석의 방향이 다르고 당연히 차선도 반대이다. 또한 도로 표지판, 지리 등 모든 것이 처음이라 어려움이 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비포장의 연속이다. 노면은 평평한데 진동과 먼지가 심하다. 처음에는 속도를 늦추고 달리는데 조금 지나니 익숙해져서 속도를 높인다.
마지막 도로인 D850로 접어드니 도로노면이 자갈로 되어 표지판에 60km/h로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80km로 달린 것처럼 그대로 유지하며 달린다. D850 도로를 얼마 달리지 않아 바퀴가 심하게 흔들린다. 설마하는 생각에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달린 것이 문제였다. 갑자기 자갈이 뭉쳐진 곳을 지나는데 바퀴가 미끄러진다. 순간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으니 얼음판처럼 쭉 미끄러져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순간 교통사고! 브레이크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고 30m정도 미끄러져 철조망을 박고 나서야 멈추어 선다. 십년감수했다. 모두 다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멍하니 사고 현장을 지켜본다. 그나마 평지였기에 모두 다 안전하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사고로 두려워하는 가족을 위해 이 상황에서 감사 할 수 있는 조건을 찾기로 하였다. 모두 다 안전하니 감사, 평지에서 일어나니 감사, 차량의 경미한 손상에 감사, 전복되지 않아 감사, 차량이 고장 나지 않아 감사, 지금부터 시작인데 이일로 조심하게 하심 감사, 반대편에 차량이 없음에 감사 등이다. 그 다음날 안 사실이지만 만약 여기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여기보다 더 어렵고 예측불가능한 길이 많았기에 아마 큰 어려움을 당했을 것 같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로지’는 모두 22개의 방갈로식으로 되어있다. 우리는 방갈로 룸 1, 2를 배정 받고 여장을 푸는데 사막의 더운 기운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으로 뛰어 든다. 너무 시원하다. 한참을 수영을 하며 휴식을 즐기는데 노을이 진다. 너무 아름답다! 어디를 찍어도 한 폭의 그림이다.
디너는 럭셔리하게 로지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의 손놀림으로 시작된다. 메뉴는 고급 빵에 버터, 닭고기 요리에 인디아식 소스, 야채 라이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준다. 사막 한가운데서 오랜만에 와인과 함께한 식사를 하니 결혼 20주년에 맞이한 제 2의 신혼여행이라는 생각에 아내와 나는 남다른 감격이 있다.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은 감사하다며 15년 뒤에 부모를 정말 럭셔리하게 다시 아프리카 여행을 보내 준다고 제안을 한다. 처음에는 사소한 것에도 불평하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던 막내까지 어느 순간부터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이 생겨 이 부분이 여행학교를 통하여 변한 인성교육 요소이다.
새벽 5시에 매니저의 굿 모닝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나선다. 나미비아 내셔널 파크 캠프 입구에 도착하여 도로를 달리는데 주변이 온통 붉은 모래사막이다. 아름다운 ‘듄 45’가 눈앞에 펼쳐진다. 벌써 수많은 사람이 다녀갔는지 듄 45 능선 허리에는 발자국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신발을 신고 가든지, 벗어서 들고 가든지 자유다.
벌써 해는 떠오르고 사람들은 좋은 풍경을 담으려고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주변에 유사한 모래 산들도 많지만 이 듄 45가 유명한 것은, 능선곡선이 S자로 우아하고, 좌우가 대칭을 이루어 햇살을 받는 면과 반대 면이 밝음과 어두움의 미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아름답다. 실제 올라와 보니 그 절경이 더욱 눈부시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사막의 모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과학적인 해석보다는 상상을 초월하여 살아서 움직이는 창조의 오묘한 세계를 접한다는 것이 세상을 또 다른 마음으로 바라보게 한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앞에 동일한 피조물로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나 자신을 다시 보게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여행의 놀라운 묘미를 맛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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