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신분이 없는 사람에게 오렌지카운티 등 남가주는 척박한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오렌지카운티는 지난달 중순부터 일단 구치소에 들어오는 모든 수감자에 대해 지문 확인 작업을 통해 이민국 데이터와 대조해 체류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체류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분이 없는 것이 발견되면 이 사실이 곧바로 이민경찰(ICE)에 통보된다. 그렇게 되면 당초 문제가 되었던 음주운전 같은 경범죄가 무죄로 판명 나더라도 석방되는 못한 채 구치소에 남아 있어야 한다. 이때 이민경찰이 48시간 안에 석방 대상자인 불법체류자를 인계해 가지 않으면 당국은 이 사람을 석방해야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이 규정마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단 추방재판에 넘겨진 체류신분 위반자는 보석으로 나와서 추방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민판사가 보석을 거부하면, 이 사람은 당장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을 경우 이민 구치소의 문을 나와 보지도 못한 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지역은 비단 오렌지카운티만이 아니다. 벤추라, LA, 샌디에고카운티등 캘리포니아 11개 카운티, 미 전국 120개 카운티 구치소는 수감 대상자 전원에 대해 ‘안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이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민경찰은 이 프로그램을 2012년까지 미 전역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96년 입법된 이민법 287(g)에 따라서 경찰은 이민국과 계약을 통해서 불법이민자를 단속하는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경찰의 이민단속이 사회문제가 되면 당국은 중범자만 단속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답변을 한다.
단순한 체류 위반자는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이 안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야말로 저인망 불법체류자 단속의 실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 경찰의 이민단속은 들쭉날쭉해서, 어느 곳에 사느냐에 따라서 단속의 강도가 다르다.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 셰리프는 아예 대놓고 주민들의 체류신분을 확인하고, 신분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이민경찰에 통보해 큰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민법 287(g)가 아니더라도, 과거부터 경찰은 여러 형태로 불체신분자 단속에 관여해 왔다.
일례로 ‘LAPD 특명 40’은 경찰이 체류신분을 묻기 위해서 사람을 불러 세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체류신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경찰관이 이민경찰에 이 사실을 통보할 수도 있다. 경찰관이 이민경찰에 이 사실을 통보하는 것까지 LAPD 특명 40이 막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단순히 체류신분이 없는 사람을 단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찰의 첫 번째 임무는 치안유지이다. 경찰이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커뮤니티의 신뢰가 절대적이다. 커뮤니티가 경찰관을 무서워하고, 경원시한다면 누가 범죄피해를 신고하겠는가.
범죄 피해자가 추방이 두려워 범죄 신고를 꺼리고 수사기관을 위해서 증언을 서지 않는다면 치안유지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또 경찰이 그 본분인 치안유지는 뒷전에 두고, 체류신분이 없는 사람을 단속하는데 시간을 보낸다면 정말 중요한 치안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방경찰이 이민법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위헌이다. 수정헌법 10조는 이민법의 집행과 시행은 연방정부의 고유 소관이라고 딱 부러지게 적고 있다. 체류신분이 없는 것 자체는 형사 처벌대상도 아니다.
사리를 따져 봐도 그렇다.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은 저임금 속에서도 묵묵히 보다 나은 내일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다.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사는 것이 팍팍해지자 타인에 대한 배려 또한 인색한 것이 사회 분위기이다.
불법 체류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체류신분이 없는 사람들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이 미국다워지는 길이기도 하다.
김성환 /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