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밟고 있는 땅이 전부는 아니다
세계일주, 가슴 속에 묻어 둔 꿈을 이룰 동지를 기대하며...
한국을 떠나서 1년 6개월을 길 위에서 보내고 지난 2월 한국으로 돌아와 적응의 기간을 보내고 있다. 내 인생으로 치면 찰나 같은 한순간일진데 이 기간 동안 지금까지의 어떤 삶보다 많은 부분을 볼 수 있었고 내 삶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2008년 9월 고등학교 2학년, 1학년, 중학교 2학년의 아이들에게 텍스트 대신 자연만물을 보게 하고, 부부교사인 우리도 분필 대신 배낭 메고 떠난 우리 가족의 모험이 어찌 보면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반란이고 이단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부부교사인 우리에게 학교는 사명을 다하는 장소이기도 하였지만 무리 없이 편안하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터전이었다. 그러기에 주변의 우려도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가족은 전혀 후회 하지 않는다. 아니 후회보다는 왜 진작 이렇게 나와서 세상을 보지 못했을까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텍스트와 분필을 버리고 전 세계 학교로 출발하니 그 배움은 한정적인 텍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충만함으로 채워졌다. 과목별로 나누어진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통합적이며 가장 최신의 따끈따끈한 세계 일주라는 교실은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가장 최고 수준의 앞서가는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교사인 우리에게는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볼 수 있게 하였고 학생인 자녀들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고민하여 길을 찾도록 하는 훌륭한 지침서를 제공해 주었다.
그동안 길 위의 여정을 통해 이루어진 몇 가지 부분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족관계가 회복되었다. 이전에는 대화가 거의 없고 자신의 일에 바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부, 부자, 모녀, 형제들 간에 소원하였던 관계가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훨씬 성숙한 관계를 가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2.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북미, 유럽, 중동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한민족의 후대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주셨고 그들을 위한 구체적인 필요들과 아픔도 보게 되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품고 구체적으로 섬기며 디아스포라 자녀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도 더 개발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앞으로 디아스포라 자녀들을 품는 부분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여행학교사역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 될 것이다.
2. 여행을 통해 자녀 3명의 변화와 성숙을 통해 다음세대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을 보게 되었다. 여행을 통해 자연의 놀라운 풍광들을 접하고 때로는 힘든 시간들을 통해 인내를 배웠으며,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찾고자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라는 사실을 새삼 배웠다.
1) 1년 6개월의 길 위의 삶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인생의 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 온 지금도 당장 정확한 답들을 찾지는 않았지만 부모인 우리도 먼저 앞서가서 해답인 냥 우답을 던지지는 않는다.
2) 우리가 여행하던 시기는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힘들어 지기 시작했고 환율은 껑충껑충 뛰면서 아이들은 전 세계 경제에 눈을 떴다. 또한 전 세계의 경제흐름을 몸으로 인식하며 최대한 절약하고 돈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 온 요즘 아이들은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3)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회복되었고 이것을 통해 인간보다 더 큰 힘에 대한 인정과 자신의 삶에 대한 겸손함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4) 부모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부모를 그들이 먼저 섬기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졌다. 한국에서 당연히 부모에게 돈과 그 외의 필요를 요구만 하던 위치에서 여행을 통해 이루어진 이 변화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많은 부분에서 부모에게 무조건 의지하기보다 그들 스스로 해결할 부분은 먼저 그들이 하게하는 힘이 되고 있다.
5) 숙소와 비행기 티켓, 버스 티켓 등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면서 그리고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기에 다음 과정의 필요를 위해 준비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면서 어지간한 난간에 대해서는 스스로 극복하고 해결하는 힘이 길러졌다.
6) 아이들의 사고가 통합적으로 변하는 부분을 보게 되었다. 아프리카를 거쳐 남미, 북미, 유럽을 돌면서 확연히 다른 부분과 비슷한 부분 등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다.
세계 지형의 위도, 경도를 따라 나타나는 자연현상이 그러하고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경제적인 차이 등이 또한 그러하다. 다민족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이 처음에는 이상하였는데 지금은 열린 사고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이 결코 위에서 열거한 알곡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운 마음들, 사고에 대한 불안, 가족 간에 수많은 갈등과 아픔 그리고 회복의 과정은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다. 또한 경제의 원리로 보면 그 많은 돈을 들이면 다른 방법으로도 훨씬 더 큰 교육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현재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고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달란트를 조금씩 발견해 나가는 출발점을 찾고 있음을 보면서 부모인 우리가 할 일은 결코 앞서가는 것이 아니고 지켜 봐 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들 스스로 하고자 하는 기회를 어른이라는 이유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보며 끝없이 부모인 우리를 반성하게 하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길 위의 삶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결과들로 나타날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행을 통해 삶과 세상을 보는 관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은 우리 삶에 새로운 열정을 주고 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 온 지금이 더욱 행복하다. 세상은 결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나의 아이들의 인생을 설계할 땅도 지금 밟고 있는 그곳이 전부가 아님을...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가족’임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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