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1970년부터 김일성의 업적을 신격화하는 사업을 해 왔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을 소위 ‘태양절’로 명명한 것이다. 이는 김일성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자신의 권위를 부각하기 위한 대표적인 상징조작에 해당한다.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는 비단 김정일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에게도 계승되는 효과를 누린다. 북한은 2010년부터 김일성의 생일인 4월15일, 김정일의 생일인 2월16일에 이어 김정일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의 생일인 1월18일도 공식 휴일로 지정했다.
지난해부터 북한 간부들에게는 김정은의 존재가 집중 부각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3대 세습 문제가 표면위로 올라온 것은 김정일의 건강 문제에 기인한 바가 크다. 김정일은 벌써 칠순을 눈앞에 둘 정도로 고령이 됐고, 당뇨 합병증에 뇌졸중까지 맞게 되자 북한 지도부에게 후계자 문제는 적극 고려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됐다.
뇌의학 전문의들은 고령의 김정일이 또다시 스트로크를 맞게 된다면 통치능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의 후계자는 김정일이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데일리NK가 지난해 11월 입수한 북한 시도당 간부들 대상 구두 강연 필사본 내부 문건에 따르면 김정은이 김정일의 풍모와 능력을 그대로 빼닮아 차세대 지도자로 흠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건에는 김정은이야 말로 김정일을 곁에서 가장 잘 보필하며 적과 싸울 군사적 지략마저 탁월하게 갖추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가 외국 유학파이자 컴퓨터에 능하다는 점을 대서특필해 과학기술에 천재적 영재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무력강화에 직접적으로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3대 세습의 기만성은 주민들의 피폐한 삶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일가와 측근들의 사치와 방탕한 생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북한 주민들은 화폐개혁으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 때문에 생활고가 극심해진 상태이며, 아사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 쌀값(4월11일 현재 550원 수준)을 비롯한 물품가격은 화폐개혁 직후에 비해 수십 배가 상승했다. 외화거래 금지 조치까지 시행하면서 환율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원조 중단 등으로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주민들의 이러한 실태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김정일은 군사력 증강과 함께 측근들의 관리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발효 이후 김정일이 해외에 40억 달러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를 부정하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북한은 김정일의 통치자금 관리 전담 조직인 노동당 38호실과 39호실을 통합했다. 39호실의 통치자금은 미사일 등 무기와 마약 및 위조달러 거래, 각종 외화벌이를 통해 조성된다.
이 돈은 김정일이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측근들에게 최고급 벤츠 승용차나 롤렉스 시계 같은 선물을 하사하고 자신과 일가 친척의 호화생활을 유지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김정은의 업적 선전 차원에서 대규모 야외 불꽃 축제를 조직해 빈축을 샀다.
그러나 이러한 정권에도 변화의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외부정보를 접하는 주민들이 크게 늘었고 정권에 대한 불만도 김일성 시대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상태다. 여기에 화폐개혁은 북한 주민과 정권이 되돌릴 수 없는 불신의 길로 몰아넣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체제 붕괴에 대한 논의가 적지 않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의 자연사라는 희망적인 기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는 자유사조 유입 등을 통한 지속적인 외부자극을 통해 적극적인 북한체제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한기홍 / 북한민주화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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