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평화의 수단이 못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휴전은 다음 전쟁의 서곡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마 전 겨레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해군들의 장례로 온 나라가 애도했다.
테러 행위는 비열한 눈치작전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살인을 저지르고 빠져 나갔다”는 표현으로 비판했고 사설에 “불량국가(Rogue State)인 북한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도 책임을 부인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오바마 정부가 곧바로 절박한 의미를 ‘축소(play down)’한 것으로 비난했다.
안보의식이 결핍된 국민은 영양실조 걸린 사람보다 더 불쌍하다. 최근 한국 출장 중 서울광장을 돌아 본 필자가 느낀 인상은 부패한 정치권이 위기의식마저 상실한 모습이었다. 국회에서는 ‘북한 불개입’이란 발언까지 떠들었다. 어느 나라 선량들인지 참담했다. 민주당은 북한의 대변인들로 노출되었고 6.2 지방선거 작전으로까지 매도했다.
진보 지식인들은 인터넷의 댓글을 통해 사람들을 자극 선동했다. ‘고장 난’ 통수권 시스템의 혼선과 안보 상황은 햇볕, 포용, 지원, 민족, 화해, 평화, 강경들로 얽혀져 일관성 없는 높은 목소리뿐이었다. 요란한 빈 수레의 바퀴소리 뿐이다.
적이 누군지도 모르는 국민이 세상 천하에 어디 있을까. 착각 속에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안보의식은 부재상태였다. 서울은 깨어나야 하고, 과감한 변혁이 필요해 보였다. 마침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비장한 결단으로 국가 안보총괄 점검 및 관리 기구를 만들었다. 중국 전국시대 병법가 손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는 위태하지 않고, 지리와 천시(天時)까지 알면 싸움은 완승할 것이다”라고 일깨웠다.
테러 대응책은 새로운 결단과 판단, 정신적 도전에 달려 있다. 천안함 침몰과 미국의 9.11테러는 흡사한 점이 많다. 9.11 테러 조사위원회 발표의 첫 번째 교훈은 ‘상상력(Imagination)의 실패’였다. 전 미국의 충격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 사건은 미국의 허점을 노출시켰으며 안보불감증·방심·태만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사실, 일반 여객기도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테러 전술의 상상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알고 적을 아는 백성이 현명하다. 한반도는 3면이 바다요, 적은 50km 밖에 대포 5,000 여대를 겨누고 있다. 적은 탱크가 아닌 어뢰로 해군전투함을 침몰시킬 수도 있는 테러 전쟁터인 것이다. 한국정부는 이미 서해에 집결된 북한 해군과 연평 해전(1999, 2002년)을 겪었고 피해를 당하고도 ‘함정 대 함정’의 정규전만 생각하고 어뢰 기습 공격에 태만했던 것이다. 테러전의 특성은 전선이 없고, 모든 것이 무기가 될 수 있고, 모든 허점과 방심이 공격기회가 되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나가라”고 성토한 미국은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바다에 빠진 장병을 첩보인공위성으로 찾고, 최첨단 무인 항공기로 소리 없이 적지에서 36시간 동안 작전하며 감시망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왔다.
미국의 국방력은 국제적 우수성을 갖고 있으며 총 5,113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9.11사태 이후 정치적으로 행정기구 개편에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16개 전문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을 세웠다. 그리고 국민 자발의식을 고취시켜 신고와 고발제를 활성화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을 평택으로 옮기고 이들의 보호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적이 쓰러져야 싸움은 끝이 난다”고 로마의 오비디우스(BC 43)는 지적했다. 반백년이 넘는 남북 분열과 이념투쟁은 사라질까. 평화는 가능한가, 그리고 통일은 오려나. 천안함 비극을 한국의 대응 태세를 철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현길 /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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