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요식 업계에서 한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한인 요리사가 포함되더니, 권위있는 푸드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요리사에도 한인이 선정됐다. 건강 트렌드를 이끄는 새로운 유형의 마켓을 한인 여성이 만들었고, 이 마켓에서 요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던 전직 한인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메뉴로 주류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식 치킨은 여전히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고, 젊은 요리사들은 미 전역의 푸드 페스티벌에서 한식을 전파하고 있다.
홈메이드 음식을 그린포인트 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파비안 리씨를 크게 다룬 뉴욕타임스.
■ 새로운 유통시장 개척하는 한인여성들
2일 뉴욕타임스 다이닝섹션은 2페이지에 걸쳐 브루클린 그린포인트 마켓(Church of Messiah. 129 Russell Street, Brooklyn)에서 벤더로 영업하고 있는 한인 파비안 리를 집중 조명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생활하던 이씨는 디자인 공부를 위해 뉴욕에 건너와 프랫대학을 졸업했다. 지난해까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중 경기침체로 해고된 이씨는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뒤 생활을 위해 자신이 만든 요리를 가지고 최근 늘어나기 시작한 로컬 음식 마켓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한식을 결합한 아르헨티나식 만두(엠파나다)와 앙증맞은 모양의 케익 팝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씨는 “직장 생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내 비즈니스를 키워나고 있다”며 첼시의 집에서 음식과 재료, 요리 기구 등을 짊어지고 브루클린까지 지하철로 움직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문을 연 그린포인트 마켓의 창립자는 26세의 젊은 한인 여성 조안 김씨다. 자신이 직접 만든 잼과 피클, 케익 등 오직 홈메이드 음식만을 주말에 판매하는 개념의 이 마켓에는 현재 50여개 벤더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벤더의 대부분은 파이안 리씨처럼 전문 요리사나 요식업계 관계자가 아니다. 요리사 겸 작가인 김씨는 “일반 플리마켓은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인공적이며 일반인의 참여가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친구와 가족을 위해 만든 것 같은 각 나라의 홈메이드 음식들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린포인트 마켓은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 한식 전도사로 맹활약하는 한인들
지난달 시카고에서 열렸던 세계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최대 이벤트 ‘2010 국제외식산업박람회(NRA 2010 Show)’에서 전도유망한 젊은 한인 요리사들이 한식 전도사로 나섰다. 이 행사에서 요리전문방송 ‘푸드 네트웍스(Food Networks)의 인기 요리사 데비 리는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3가지 소스를 이용한 떡볶이 요리를 선보였다. 뉴욕타임스의 주목받는 요리사로 선정된 빌 김은 퓨전 스타일의 김치찌개를 공개했다.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파운데이션’이 최우수 요리사로 인정한 에드워드 리는 갈비구이와 그린 토마토 김치를 만들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들이 만들어 낸 시식용 한식을 받아든 참석자들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접시를 깨끗이 비워 냈다.
5월에 뉴욕에서 열린 아시안푸드 페스티벌에서는 미스 뉴욕 출신으로 이스트빌리지에 한식당 템플을 운영했던 젊은 요리사 제니퍼 맹씨가 김치 담그기 시연을 벌여 역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푸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손주항씨는 “한 나라의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타 요리사가 등장해야 한다”며 이들 젊은 요리사들의 출현이 기대를 나타냈다. 유명 요리사 허버트 켈리 역시 "한 두가지 음식을 홍보하는 데 의존하지 말고 스타 셰프를 키워 한식의 이미지부터 높여라"고 조언했다.
제임스 비어드 상을 받은 에드워드 리씨가 시카고에서 열린 ‘NRA쇼’에서 갈비구이를 만들고 있다<사진제공:뉴욕네트워크>
■ 셀리브리티 요리사로 등극한 한인
모모후쿠 식당의 데이비드 장(장석호)은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됨으로서 뉴욕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셀리브리티 셰프의 반열에 올랐다. 장 씨는 2004년 뉴욕에서 `모모푸쿠(Momofuku) 누들 바’라는 레스토랑을 열어 폭발적인 라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한국의 `쌈’요리를 기반으로 한 `모모푸쿠 쌈 바’와 `모모푸쿠 코’ 등 한국식 퓨전 레스토랑을 잇따라 오픈해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가을 펴낸 요리책 `모모푸쿠’는 이 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2008년 LA에서 ‘고기 비비큐(kogi BBQ)’ 트럭을 운영하며 ‘한국식 타코’로 주목받은 로이 최씨는 올해 최고 권위의 음식전문지 ‘푸드 앤드 와인’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새 요리사로 뽑히면서 역시 전국적인 명사가 됐다. 최씨는 창업 당시부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파는 장소와 시간을 알리는 창의적 마케팅으로 주류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푸드 앤드 와인’ 올해의 새 요리사에 길거리 음식을 파는 요리사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한편 3년 전 뉴욕에 진출한 뒤 한국보다 오히려 더 큰 인기와 화제를 얻은 본촌치킨은 2일 뉴욕타임스에 다시 크게 소개되며 라이벌 격인 교촌치킨과 함께 한국식 치킨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서진덕 본촌대표는 “1월 맨하탄 직영점 오픈 직후부터 많은 주류 언론으로부터 취재 요청이 쇄도했다”며 “타 업체와의 건강한 경쟁관계를 통해 질 높은 치킨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푸드 앤 와인지 선정 올해의 요리사 ‘고기바베큐’의 로이 최 사장이 김치타코를 소개하고 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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