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도 굶은 채 가슴 졸여
▶ 8년만의 쾌거에 한인들 "대~한민국" 환호
한국의 태극전사가 22일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남단에서 이룬 쾌거에 북가주 한인들이 환호와 열광을 함께 보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와 무승부로 비기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내자 북가주도 예외없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북가주지역 곳곳의 응원장에서는 점심식사도 마다한 채 승리의 염원을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등 응원구호에 실어 남아공으로 날려 보내던 한인들은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하나가 됐다. 직장과 식당 혹은 응원을 위해 장소가 개방된 곳은 어디든지 여지없이 "대~한민국"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로렌스 프라자 한인들 점령
대표적인 응원 장소인 산타클라라 로렌스 프라자는 한인동포들이 점령했다.
SV체육회(회장 고태호)의 주관으로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합동응원전이 펼쳐진 로렌스 프라자 푸드코트는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도 없이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한인동포들로 가득찼다.
옆의 사람이 어렵사리 비켜주지 않으면 다른곳으로 이동도 할 수 없을 만큼 푸드코트 바닥에 옹기종기 붙어안자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을 한 목소리로 외쳐됐다.
특히 축구경기에는 관심없이 장을 보거나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에 들린 한인동포들조차 프라자 건물을 들썩, 들썩 거리게 만드는 우뢰와 같은 환호 소리에 끌려 속속들이 응원을 펼치러 푸드코드로 입장하는 등 이곳 합동응원장은 경기가 끝날때까지 한인동포들의 입장이 끊이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볼링장에선 뜨거운 젊은 열기 발산
지난 조별리그 1, 2차전 경기때와 같이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의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한인동포 2세, 3세 젊은이들은 쿠퍼티노 스트라이크 볼링장에 모였다.
연인, 친구, 가족 등으로 구성돼 스트라이크 볼링장에 모인 한인동포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이 16강 진출을 놓고 나이지리아와 펼치는 혈투를 지켜보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쳐됐다.
“친구가 알려줘 동생 수진이와 알마덴에서 차를 몰고 처음 이곳을 방문했다”는 한인동포 2세 이진욱군은 “지난 1, 2차전의 경기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청했는데 오늘 이곳에 나와 많은 친구들과 함께 응원을 펼치니 너무 재미있다. 대한민국이 16강, 8강 등 경기마다 계속해서 승리해 월드컵이 끝날 때 까지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을 응원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본보 커뮤니티홀, 한국-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그리스 경기 두개 동시 상영
본보 커뮤니티 홀에서 열린 응원전에는 한국-나이지리아전은 물론 또하나의 관심사였던 그리스-아르헨티나전을 동시에 상영하는 이중화면을 설치 응원단이 양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배려.
이날 응원전에 참석한 자니 리씨는 "나이지리아가 이길 수 있던 찬스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비기고 16강에 진출해 굉장히 기쁘다"고 전했다.
한인 2세들도 하나된 마음으로 응원전을 펼쳤다. 부모님과 함께 경기를 보러온 다슬 양은 "8강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면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의 경기 운영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정모씨는 "솔직히 경기를 보는 내내 불안했고 상대방 선수의 실수가 많아서 다행히 무승부로 끝난 경기"라고 전했다.
◇오가네갈비 1층과 2층 함께 "대~한민국"
나이지리아전을 응원하기 위해 오클랜드 오가네갈비에 모인 응원객은 1층과 2층에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함성을 외쳤다. 특히 젊은 2세와 외국인 응원객이 많아 태극전사들을 영어로 응원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기도 했다.
한편 나이지리아전과 같은 시간에 진행된 아르헨 대 그리스 경기 관련 소식이 자막으로 대형TV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아~르헨티나 짝짝짝짝” 하며 아르헨티나를 응원하는 이도 많았다.
샌프란시스코한인회 김상언 회장은 “정말 잘 싸웠다”며 “8강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한인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1층 맨 앞줄에 앉아 경기 내내 열렬하게 응원했던 성대석(마린대학 재학중)씨는 한국이 나이지리아와 비기자 “틀림없이 우루과이를 이기고 8강으로 간다” 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인들의 합동응원대회에 3번째로 찾아왔다는 20대 후반 백인 남성은 “한국 선수들이 쿨하다”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환호와 탄성 엇갈려
동점골ㆍ역전골에 환호…상대 골엔 `아∼’라는 한숨소리가 들리는 등 한인들은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고 가슴을 졸이며 태극전사의 발끝을 응시했다.
킥오프 휘슬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고 응원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던 시민들은 경기 초반 어이없는 실점이 나오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탄식했다.
그래도 16강 진출의 희망을 버리지 않은 시민들은 `괜찮아’를 연호하며 차분하게 응원을 이어갔고, 코너킥이나 프리킥 기회 때마다 `골! 골! 골!’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차분하던 응원 분위기는 이정수 선수의 동점골이 나오자 갑자기 달아올랐다.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 시민은 이정수의 이름을 외치면서 모르는 이들끼리 서로 부둥켜안고 덩실덩실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이 공세를 이어가자 함성은 더욱 커졌고, 박주영의 역전 골이 터져나왔을 때 응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짓는 이 골에 한인들은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김덕중, 서반석, 이민형 기자>
사진설명: 전반 37분 기성용의 크로스를 받은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 스코어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터트리자 응원을 펼치던 한인동포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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