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 없는 것이 있을까. 거의 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존재가 희미하거나 가냘픈 것이 있다면 그것 중의 하나가 ‘아동문학’이다. 현지의 어린이들이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글도 잘 읽지 못하는 데 문학이라니 먼 이야기가 아닌가.
언뜻 그렇게 느끼지만 ‘태교’를 생각해 보자. 태아에게 좋은 감화를 주려고 아기 엄마가 마음을 바르게 하고 언행을 삼가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요즈음은 태아의 성장에 따른 좋은 음악까지 들려주지 않는가.
기저귀를 차고 있는 어린이에게 예쁜 글을 읽어주거나 자장가를 불러준다. 아기는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언어가 가지고 있는 높낮음, 크고 작기, 리듬의 흐름 등을 느낀다고 연구 결과는 말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한국말을 모른다고 아동문학을 제외할 수는 없겠다.
아동문학은 어린이가 자랄 때 필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걱정할 것 없다. 그 이유는 ‘영어로 된 아동문학을 충분히 읽고 있다’는 대답에 만족하는가. 왜 한국말이나 한국문화를 알리는 방법으로 아동문학을 활용할 수 없나. 전래동화나 전래동요를 비롯하여 현대 작품의 풍부한 자료가 있지 않나. 노래를 부르면서, 재미있는 글을 읽으면서 한국말과 글을 읽는다면 재미있는 학습이 될 것이다.
더 발전한 단계는 노래극이나 연극으로 꾸미는 것이다. 언어는 생활의 수단이고 도구이다. 이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에 이 지역의 한국말이나 한국문화 교육이 빠른 성과를 올리지 못 하고 있음은 유감이다.
한국문학을 이해하는 길은 내용을 읽고, 서로 이야기하고, 그림이나 몸짓으로 표현하면서 즐기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창작활동에 들어간다. 이 모든 것은 흥미를 환기시키는 일에서 시작된다. 우선 좋은 아동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일이다. 그것도 이곳 생활 모습이나 감정이 잘 표현된 내용이 바람직하여서 현지 생산품이면 좋겠다.
그런데 그 아동문학의 넓은 밭이나 거기서 자라는 묘목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 내에서도 아동문학은 성인문학에 예속된 것처럼 보였지만 여기서는 차세대의 교육 자료가 되기 때문에 존재 가치가 배가됨에도 불구하고 허약한 현상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옮겨 심고, 나무를 가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끔 선조들의 지혜를 생각하게 된다. 전래동화. 전래동요를 보면서 자녀들에게 엄한 교훈 대신, 교훈이 담긴 이야기와 노래를 구전으로 남겼다. 전래동화에는 삶의 지혜, 웃어른 섬기기, 형제 자매의 우애, 친구들과의 예절, 동식물과의 사랑...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 전래동요는 성장에 따른 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노래 부를 수 있도록 돕고 있음을 본다. 특히 전해 내려온 과정이 어느 개인이 시작하였더라도 결과적으로 여러 사람의 합작임이 흥미롭다.
현대의 작품들은 교훈을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지만, 삶의 아름다움, 자연과의 조화, 인간의 어울림 등에 눈뜨게 하는 길잡이가 된다. 또한 글은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성교육의 좋은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글짓기’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마중물이 된다.
이 지역의 사물들, 다민족, 다양한 문화, 삼차원의 시대, 첨단 기술 등 모든 것은 아동문학의 풍부한 자료가 된다. 좋은 작품들은 고국을 떠난 부모와 현지 출생 자녀들의 간격을 메우며 발전시키는 일을 하면서, 다중 문화권에서 생활하는 기쁨. 용기. 창조적인 생각 등을 자극한다.
아동문학의 광장은 누구에게나 입체적으로 열려 있어 여기에 뛰어드는 사람의 영역이 된다. 근대 문화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정서가 메마를 수 있다. 특히 몸과 마음이 연약한 어린이들에게 촉촉한 물기를 주는 것이 아동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지역 아동문학 작가들이 팬을 들고 일어서며 별 하나, 새 둘, 꽃 셋의 세계를 열기 바란다.
허병렬/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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