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9.11 테러가 터진 줄 알았어요”
샌프란시스코 남쪽 소도시 샌브루노 주택가에서 지난 9일 발생한 개스관 폭발사고로 대규모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 지역 한인들은 9.11을 앞두고 또 다시 테러사건이 벌어진 줄 알고 불안에 떠는 등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날 폭발 후 대형 화재가 이어지면서 사고지역 거주 한인들은 대부분 친지의 집이나 호텔 등으로 거처를 옮긴 뒤 사고수습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공항인근 추락사고 추측도
친지들 안부 확인에 분주
한인 피해여부 확인 안돼
◎…한인들은 특히 사고지점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이어서 항공기 테러폭발이나 대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사고지점에서 3마일 정도 떨어진 세탁소 ‘원아워클리너’의 한인 업주 김모씨는 “7~8차례의 폭발음이 들려서 밖에 나왔더니 엄청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며 “공항 바로 부근이라 비행기 추락 사고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카푸치노 고교 인근에 거주하는 이영미씨도 “공항 쪽에서 큰 굉음이 들려 폭격을 당하거나 테러 혹은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산부르노 사고 지역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사고당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폭발 소식을 나중에 알게됐다”며 “다행히 피해는 없지만, 경찰이 사고지역을 통제하고 있어 집에 들어가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지역에 한인 다섯 가정이 살고 있다”며 “일부는 연락이 됐고, 나머지 한인 가정도 무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산부르노 베이힐 쇼핑센터에 설치된 적십자 재난본부를 찾아온 한 한인 여성도 “여행갔다 돌아와 보니 집이 사고지역에 있어 들어갈 수 없게됐다”며 “다행히 폭발이 집을 비켜갔다”고 말했다. 사고현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상항한국학교 이경이 교장도 “창문이 흔들려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며 “불이나고 얼마 후 정전이 되서 동네에 공포감이 확산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산부르노 애비뉴 선상 통제구역 인근에 거주하는 제인 웽씨는 “천지를 울리는 듯한 ‘꽝’하는 폭발음을 수차례 들었다”며 “밖으로 뛰어나가 보니 불꽃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피해지역 인근 엘카미노 선상에 위치한 한인업소들도 9일 일어난 폭발사고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아워 세탁소, 알루아 미용실, 서울갈비, 토담 순두부 등 한인업주들은 한결같이 “연기가 무섭게 피어올라서 주유소가 폭발했거나, 근처에 SF공항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한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각급 학교들은 이번 폭발로 인해 10일 모두 휴교를 단행, 이 지역 한인들은 이날 하루 자녀와 함께 머물며 사고 수습상황을 기다렸고 일부 한인들은 친지들의 안전 확인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사고 발생 직후 적십자사가 베이힐 샤핑센터에 긴급 대피소를 마련했지만 한인들은 대부분 지인들의 집이나 호텔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후 졸지에 난민이 된 주민들을 위해 임시 거처가 마련된 크리스탈 로드 메모리얼 파크에는 9일밤 한인 7명이 하룻밤을 지샌 것으로 알려졌다.
◎…10일과 11일 이틀간 현장을 찾은 김상언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인회장에 따르면 "9일밤 7명의 한인이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은 10일 모두 호텔이나 지인집으로 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인회와 총영사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주택이 피해를 본 한인들은 6가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현장에는 김상언 회장외에 총영사관에서 양성호 영사와 조홍주 영사가 나와 한인피해상황을 파악했다. 김상언 회장은 현장에 나와 피해상황을 수집중인 주정부 관계자에게 피해자중 성으로 한인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 한인회와 영상관에 연락이 오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양성홍영사와 조홍주 영사는 한인들의 피해여부 조사에 나섰다. 총영사관 측은 10일 “현장 지휘본부와 피해주민 임시거처 등을 직접 방문해 파악한 결과 현재까지 동포의 재산과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조만간 현장 정밀조사가 이뤄질 예정인 만큼 보다 정확한 피해상황 파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발사고가 대형 개스관 파열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폭발한 개스관은 직경이 30인치나 되고 40~50년이나 노후된 데다 주택가 아래로 묻혀 있어 수십채의 주택이 전소되는 등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발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첫폭발은 길이 40피트 지름 1피트에 무게만도 수천파운드가 나가는 파이트를 땅밑에서 밀어내 4피트 깊이의 흙을 뚫고 아스팥트를 부순후 날려버렸다. 이 파이프는 폭발현장에서 100피트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이 파이프는 1956년에 묻힌 것으로 베이지역에는 이같은 관이 3군데로 뻗어있는데 그중 하나는 샌프란시스코를 지난다고 PG&E관계자가 개빈 뉴섬 시장의 질문에 답했다.
◎…사고수습반은 11일 오후 기자들에게 사고현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고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으며 폭발현장 인근은 모든 것이 불타 버렸고 현장에서는 캠프파이어가 끝났을 때 나는 냄새가 진동했다. 주택과 나무들은 새까맣게 타버렸고 차들도 형제를 알아볼 수 없게 불에 탔다. 일부 차량은 높은 온도에 녹아내려 아스팔트에 은색 흔적을 남겨놓기도 했으며 아스팔트들은 심하게 변형이 된 상태였다.
◎…김상언 회장에 따르면 11일에 현장에는 AAA, 파머스등 각 보험회사들이 임시거처에 나와 피해상황을 접수하고 있었으며 PG&E 관계자들도 피해자들의 접수를 받았다.
◎…사고피해자를 위한 기부도 진행중이다. 기부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적십자사(www.redcrossbayarea.org를 방문하거나 888-4-HELPBAY에 전화를 하면 된다). 또 직접 물품등을 갖다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560 Elcamino Real, San Bruno 혹은 409 S. Spruce, South San Francisco나 300 El Camino real, San Bruno를 찾아가면 된다.
<김판겸, 홍남,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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