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자녀 교육은 미국에 사는 모든 한인 부모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삶의 가치와 목표의 하나이다. 특히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환경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며 그럴수록 자녀들이 험난한 이 세상을 힘차게 견디어 나가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것은 현대의 한인 학부모들에게 주어진 커다란 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서 안정되고 가치 있는 삶을 자녀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한인 부모들이 최선을 다하여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또 실행하고 있는 터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 2세 자녀들은 성장하면서 미국과 부모의 나라인 한국의 문화가 갖는 이질성으로 부터 오는 갈등을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나 대개는 결국 미국의 문화로 동화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들의 부모는 부모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자녀들 본인을 위해서 자녀들이 한국인의 후예라는 정체성을 가르치고자 하며 이는 매우 당연하고 훌륭한 2세 교육 방침이라 할 것이다.
또한 점차로 많은 한인 2세들이 비한국계 배우자를 맞는 경향이어서 앞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많은 한국계 미국인 3세, 4세가 태어나게 될 것이며 그들이 한인 후예로서 정체성을 갖게 하는 것은 2세들에게 주어질 숙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체성이 없는 2세는 그런 숙제가 있는지 조차 모를 것이다.
9월이 되면 워싱턴 지역의 80여개 한글학교가 대부분 개학하게 되고 많은 어린이 학생들이 주말에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나 대체로 이 지역의 한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약 4,000명 정도인데 메릴랜드, 버지니아 지역의 한인 인구가 15만 명이라고 보고 한 가정 4명의 식구로 보면 약 4만 가정이니 이중 절반 정도가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연령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런데도 한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4,000명 정도밖에 안된다면 이는 참으로 작은 숫자라 아니할 수 없다. 즉, 대부분의 한인 가정의 자녀들이 한글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그동안 필자를 포함한 많은 한글학교의 교육자들이 한국어와 한글교육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하여 수없이 신문 지면을 통하여 또는 직접 대화를 통하여 말해오고 한글학교에 자녀를 보내라고 외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 결론이며 이는 대단히 안타까운 현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에 대하여 부모들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까? 명문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되는 SAT 시험 준비 등의 과외수업은 대부분의 한인 부모들이 비용이 들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자녀가 받도록 지원한다. 그 뚜렷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글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않는 이유는 한글학교에 자녀가 다닐 때 얻어지는 결과에 대한 뚜렷한 기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자녀의 한글교육은 하면 좋지만 안 해도 별 탈 없는 그저 그런 하위 선택사항이므로 미지근한 관심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 구사 능력은 이제 미국에 사는 한인 2세들에게 새로운 역량으로 자원화 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다가오고 있다. 소수민족계로서 한국계 미국인이 본토 미국인이나 타인종계의 미국인과 경쟁할 때 한국어를 잘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 자녀들이 미국 정부나 기업 등 자신의 일터에서 커리어를 쌓고 성공하는 길로 나갈 때 지금의 예상을 벗어나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때맞추어 모국 한국이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약진하고 있음이 큰 계기가 되고 있고, 앞으로 남북한이 통일되면 한국어를 구사하고 미국의 언어와 문화를 아는 우리 한인 2세들의 가치와 수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리라는 전망이다.
최규용 / 메릴랜드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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