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기억해야 하는 기념일이 많다. 안중근의사의 순국 100주년(3월 26일), 4·19혁명의 60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30년. 그리고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의 60년과 비극의 한일합방 100년(8월 29일)이 그것이다.
지난 10월3일은 단기 4334년의 개천절이었다. 같은 날 공교롭게도 독일이 통일된 지 20주년 되는 날이다. 또 지난 24일은 우리에게 유엔의 날로 기억되고 있는 날이었다. 맨하탄 유엔본부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며 점점 잊혀져가는 한국전쟁에 대한 회고를 해본다.
올해로 창설 63주년을 맞이하는 유엔은 1945년 51개국의 회원국으로 조인된 국제연합헌장이 동년 10월24일을 기하여 효력을 발생한 후 지금은 192개국의 거대기구로 성장하여 그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유엔은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 1945년에 한국은 광복을 맞았고, 1948년 유엔으로부터 정식국가로 승인을 받아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 1950년 6월25일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유엔은 역사상 최초로 유엔헌장에 따라 대응하였다. 북한이 불응하자 16개국 유엔연합군이 한국전에 참여하였고, 군사적 협력과 조치를 취하도록 결의하였다.
우리는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 시 오크리지 링컨대통령 묘 옆에 세워져있는 한국전 참전기념비의 전사자 5만4,000, 부상자 10만3,000, 실종 8,000, 포로 7,000여명의 희생자의 기록을 항상 기억하며 부산에 있는 유엔공원묘지 추모비의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 라는 내용의 문구를 잊어서는 인되겠다.
1949년 1월19일 우리 정부가 유엔에 가입신청을 낸지 42년 만인 1991년 9월17일 유엔에 가입했던 우리는 2006년 유엔의 8대 사무총장으로 반기문 외무장관이 선출되고 취임하는 경사를 맞이함으로써 당당한 유엔회원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6월23일 한국의 행정안전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0년 유엔 공공행정상’ 시상식에서 전자정부 글로벌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유엔 경제사회처의 공공행정지식시스템 구축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유엔 공공행정지식시스템은 192개국 유엔회원국의 전자정부정부 정책과 인프라 등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체계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 시스템 기술을 인정받은 만큼 후진국에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나눠줘 국제사회에 이바지하고 한국의 위상도 높여가야 하겠다. 또 우리나라의 유엔 예산분담률은 세계 11위인 2.26%에 이르고 있지만 인력 진출은 유엔기구 32곳에 215명, 국제금융기구 7곳에 114명, 정부 간 기구 20명 등으로 아직 미진하다. 그런 만큼 국제기구 전문가 양성을 통해 한국인의 진출비율 제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본부 ‘원조 선진국 클럽’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는 가입심사 특별회의를 열고 DAC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을 24번째 가입국으로 통과시켰다. 6.25전쟁 속에 세계최빈국에서 국제사회를 책임지는 핵심일원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원조를 시작한 지 13년만이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앞으로 공적 개발원조도 계속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개발도상국 필리핀,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도국에 지원 금액과 비중을 높여 이들 국가가 한국전쟁에서 도와준 데 대한 빚을 갚아 나가고, 공적 개발원조나 경제개발 경험 전수 등에서 참전국에 먼저 기회를 주어야 한다. 참전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 우리에게 유·무형의 도움이 되어 우리도 전쟁을 치르지 않고 하나 됨을 기념할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오길 기대해 본다.
이병렬
우석대 행정학과 교수
컬럼비아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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