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사회참여 폭이 넓어지면서 글로벌 여성 지도자들의 수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오는 11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여성 컨퍼런스에는 지구촌에서 내로라 할 여성 리더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탁월한 능력, 뜨거운 열정,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똘똘 뭉쳐진 세계적인 여성 지도자들이다.
인종주의 벽을 깨고 미 국무장관이 된 흑인여성 콘돌리자 라이스, 미 증시를 쥐락펴락한 경제계 거물 로라 타이슨, 환경문제에 발 벗고 나선 할리웃 원조 여전사 시고니 위버, 개도국의 젊은 기업가를 양성하는 경영 컨설턴트 케이트 스위트만, 스페인의 가장 성공한 신화적 CEO 이자벨 아길레라,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마커스 벤처 컨설팅 창립자 루시 P 마커스, 아랍여성들의 롤 모델인 나질라 알 아와디, 뉴질랜드 첫 여성총리 제니 쉬플리 등이다.
두각을 나타내는 지구촌의 여성들이 어디 이들 뿐인가. 한국만 하여도 이제는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기업의 CEO나 정계, 법조계 여성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모든 분야에도 골고루 확산되고 있어 여성의 능력이 정말 어디까지 발휘될지 모를 지경이다. 브라질은 얼마 전 브라질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칠레, 아르헨티나에 이어 남미에서만 벌써 세 번째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셈이다.
나라의 운명을 거머쥘 여성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배출될 기미가 없지 않다. 미국의 경우, 이번 중간선거에서 티파티의 힘에 의해 돌풍을 일으킨 새라 페일린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한국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배출된 선출직 공무원 17명의 한인후보들 중에도 여성이 9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촌에 여성들의 목소리가 남성들에 비해 너무 커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미국의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지구촌의 향후 40년에 관해 쓴 저서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에서 2050년에는 여성 대통령은 물론, 여성 지도자들이 쏟아지는 지구촌의 우먼파워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이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이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해야 할까. 여성의 사회참여를 통해야만 경제적 부흥을 이룰 수 있고, 여성이 대우받는 사회만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세계 어딜 가도 그 중심에 여성이 없는 곳이 없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여성들은 스스로 21세기에 맞게 자질과 능력을 준비하고 아름다운 세상,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책임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성들이 못한 것을 여성들이 고유의 잠재력을 잘 살려 지구촌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여성 대통령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고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는 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불과 반세기도 못되는 시절까지 남녀칠세부동석을 강조하고 여자를 천시하던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감히 남자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집안에서 밥이나 하고 아이들이나 키우는 것이 전부였고 회사에 들어가도 기껏해야 차 심부름이 고작이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언제나 뒷전에 있어야 했으며, 승진은 더더욱 남자들의 몫이었다.
그런 여자들이 이제는 힘과 노동이 요구되지 않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자기 능력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모성애와 끈기, 참을성, 섬세함 등 장점이 많은 여자들이 실제로 세상을 지배하는 파워 엘리트로 부상한다면? 지구촌에 전쟁이 사라지고, 고통과 기아가 없어지고, 환경문제가 해소되어 모든 인류가 함께 공존하며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주영 / 뉴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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