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뉴스 때문에 사람들 눈에 잘 안 보였지만 지난 수요일 상원에서는 한 연방 지방법원 판사가 탄핵 소추되어 종신직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G. 토머스 포티어스는 1994년에 클린턴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소재 연방 지방법원 판사로 임명했던 63세의 법조인이다.

심각한 범죄(high crimes and misdemeanors)만 저지르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봉직할 수 있는 연방 판사 자리는 대법원과 공소법원들을 포함해서 800명이 조금 넘을 뿐이라서 흔한 표현으로 법조계의 노른자위라 할 수 있다.

연방판사는 출신 지역의 연방 상원의원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며 상원 법사위원회의 청문회를 거쳐 인준된다. 대통령과 같은 당에 소속되어 있어야 유리할 것은 당연하지만 변호사 시험에 붙은 이후의 경력이 중요하다. 검사직을 거쳤다든지 주 법원에서의 판사 경험이 플러스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포티어스 전 판사도 역시 루이지애나 주립대 법대를 나와 검사와 변호사 경력 후에 주 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었다가 아마도 클린턴 대통령 선거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연방 판사가 되었던 모앙이다.

그런데 그의 인준 절차 가운데 크게 고려되었을 FBI의 배경 조사가 별로 철저하거나 정확하지 못했다는 증후는 그의 임명 5년 후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1999년께 루이지아내주 제퍼슨 카운티의 부정부패를 조사하던 FBI의 증거 수집 가운데 그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뇌물수수 범죄 혐의자가 중벌을 피하기 위해 FBI의 비밀 녹음장치에 동의하고 더 큰 물고기들의 포획에 참여하는 표적수사 결과 열두어 명이 감옥엘 갔지만 포티어스는 시효가 지난 탓에 기소를 면했었다.

그러나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처럼 포티어스는 연방 판사 노릇을 하면서도 자기 앞에 나타나는 변호사들로부터 고작해야 2,000달러 내외 푼돈을 받아썼고 뉴올리언스 라틴 쿼터스의 호화 식당에서의 향응을 자주 받아오다가 발각된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를 당할 수 있는 직분에 있는 사람이 부정부패 등의 이유로 연방 하원에서 탄핵이 되면 상원에서 재판이 열리는 바 클린턴의 경우처럼 그의 섹스 스캔들을 둘러싼 위증혐의 등에 대한 재판 결과 무죄가 될 수도 있고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유죄 선고되면 직분에서 쫓겨난다.

포티어스의 경우에서는 한 죄목에서는 만장일치 그리고 나머지 세 죄목에서 있어서는 정족수인 3분의2 이상의 유죄(guilty) 선언이 나왔다.

그래도 미국의 부정부패는 한국에 비해 덜 심각하다는 생각이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 재벌들이 갖다 바친 검은 돈이 그득 들어있던 청와대의 특별 금고는 옛 얘기로 치더라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가족을 둘러싼 크고 작은 뇌물사건들이며 이명박의 친구라는 천신일과 기타 기업인들의 비밀자금 설 등 앞으로 터질 뇌관이 아직도 존재하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다.

어떤 지검 검사인지가 그랜저라는 고급차를 받았다고 해서 걸린 모양인데 적어도 3만~4만달러짜리라니까 거기에 비하면 포티어스의 2,000달러 뇌물은 쩨쩨하기 짝이 없다.

그 뿐인가. 삼성 등 대기업들에는 법조계 담당 고문 변호사들이 있어 검사 판사들에게 정기적으로 ‘떡값’을 상납한다는 이야기고 보면, 그리고 검사들에게 상납하는 내용물 중에는 성상납도 있는 바 그 제의를 받은 검사들 중 5%만이 거절했다는 보도는 한국의 부정부패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런 분위기이니까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사면되어 회장직에 복귀했을 뿐 아니라 불법 편법 상속이니 뭐니 하던 이재용 체제가 정립되고 있는 것이다.

2009년도 국제 부패지수에 있어서 한국이 180개국 중에서 39위이고 미국은 19위라는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연구조사의 부패인식 지수가 미국은 7.5인데 한국은 5.5이다. 첨언하자면 청렴도의 제1위는 9.4 지수를 받은 뉴질랜드이고 180위는 1.1을 받은 해적과 무정부 상태가 난무하는 소말리아이다.


남선우/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