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창립 10주년. 워싱턴성광교회는 그해 설립 주일에 즈음한 4월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세계선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05년부터 매년 열어왔으니 6차 대회가 된다. 지금까지 파송선교사로, 협력선교사로 후원했던 대부분의 한인 선교사들을 모두 초청하는 큰 대회로 준비하고 있어 10주년 기념이라는 형식적인 것 외에 의미가 더 각별하다. 한 교회가 100명이 훨씬 넘는 선교사를 초청하는 선교대회가 열렸다는 소식은 잘 알려진 바가 없어 최초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규모에 대한 자랑이 선교대회의 핵심은 아니다. 국내든, 해외든 ‘영혼 살리는 일’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을 갖고 있을 뿐이다. 재정의 70%를 선교와 구제에 쓰겠다는 당찬 목표도 교계로부터 주목 받는 부분이다. 정글의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는 탐험가처럼 용감하게(?) 성경적이고 건강한 목회와 선교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성광교회의 임용우 목사와 마주 앉았다.
“내년에 17명의 안수 집사를 세울 계획입니다. 9년 만에 처음이죠. 교회 형편을 볼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훈련된 사람을 일꾼 삼아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 말 속에는 임 목사의 목회 철학이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일이란 것이 세상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철저히 부인하는 훈련을 받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몫을 감당하기 어렵다.
“성광교회란 이름은 하나님이 주셨습니다. 다니엘서 12장 3절에 근거하죠”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하는 자는 별과 같이 빛나리라’는 말씀이 그것이다. 사람들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하는 일은 뭘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다. 구원의 진리를 알게 하는 것이다. 교회 출발 때부터 전도와 선교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성광교회의 온 성도들이 그토록 열심히 선교에 매진하는 것도 임 목사가 받은 비전을 공유하는 탓이다.
선교의 중요성은 어느 교회나 잘 알고 있다. 성광교회가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으로 놀라울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체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년 예산은 현재 약 220만달러 정도. 그 중 50% 이상은 선교와 구제에 사용되는데 말이 쉬워서 그렇지 사실 이 비율은 엄청난 희생이 없으면 안 된다. 구조적인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재정이 큰 교회일수록 외부를 향한 씀씀이는 오히려 줄어드는 모순을 성광교회가 지혜롭게 극복하고 있는 것은 첫째 ‘빚이 없다’는 장점 때문이다. 현재의 교회 건물(2937 Strathmedad St., Falls Church)이 갚을 모기지가 없다는 뜻이다. 긴 설명을 요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목회를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그 이점을 임 목사는 철저히 ‘교회 사명의 본질’에 투자했다. 둘째는 성도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나눔. 이미 예산으로 책정된 지출이 아니라면 성도들이 기꺼이 자신의 주머니를 여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이번 선교대회에 초청되는 선교사들 역시 15개 목양지의 각 목장(소그룹)이 경비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지난 가을 교회 주차장에서 기금 모금 바자가 크게 열리기도 했는데 평신도가 주도적으로 교회의 선교 비전을 이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영혼을 살리는 일이 선교의 주된 목적이지만 그 파급 효과는 더욱 엄청난 것입니다. 나중에 자라서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수도 있는 아이에게 복음을 심어준다면 그 나라의 장래가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선교지에서 주로 아이들 선교와 학교 지원이 주된 사업인 경우가 많다.
이에 발맞춰 임 목사는 성광교회의 향후 10년을 2세, 3세들에게 집중 투자하겠다고 얼마전 성도들에게 밝혔다. 지금 당장은 해외 선교가 조금 늦춰지더라도 1세 부모들이 다져놓은 발판을 딛고 후세들이 구령의 열정과 비전을 이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유럽 교회들 처럼 신앙의 맥이 끊겨 교회당이 텅텅 비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교회가 세상 보다 더 재밌는 곳’이라는 인식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임 목사는 믿고 있다.
앞으로 2세 및 미국 내 선교 쪽으로 시선을 돌리겠다는 비전은 워싱턴이 150여 소수 민족이 모여 살고 있는, 해외 못지않은 선교지여서 그렇다. 내년 선교대회에도 소수민족 주민들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지역 한인교회들이 소수 민족 복음화에 대한 전략을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꿈을 꾸고 있는 중이다.
성광교회 교인들은 요즘 불만이 좀 있다. 숫자가 늘어나다 보니 불편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 정작 임 목사는 꿈쩍도 안하고 있다. “새 교회 건물을 짓자구요?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귀한 재정을 꼭 그렇게 써야 합니까? 성도가 한 1,500명쯤 되면 다시 고려해 보죠.”
올 연말에도 성광교회는 재정의 10%만 예비비로 내년 예산으로 넘기고 나머지는 모두 선교, 전도, 구제 등 외부에 쓸 계획. “왜냐구요? 돈이 많으면 싸움이 납니다. 저축성이라는 미명 아래 교회가 돈을 모으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면 채워주시는 게 믿음의 법칙입니다.” 임 목사의 설명은 간단하고 분명했다.
<이병한 기자>
38개국서 109명의 선교사 참여
이번 선교대회에는 성광교회가 파송하거나 협력한 선교사들이 주 대상이지만 관심있는 사람은 모두 환영이다. 한인들에게 선교적 대각성을 일으키고, 워싱턴이 선교 총동원 명령의 중심임을 확인하며, 선교사들을 재충전시키고, 선교사 및 협력 목장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성도들에게 선교에 대한 재헌신의 기회를 준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38개국에서 109명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호성기 목사(필라안디옥교회)가 부흥회를 인도할 예정이며 선교 보고, 역사 탐방, 인간 관계 프로그램, 부부생활 세미나, 지역별 모임, CCM 가수들과 함께 하는 콘서트 및 기도의 밤으로 꾸며진다. 각 목장들이 선교사 경비는 물론 식사, 라이드 등을 모두 책임진다는 특색이 있다.
문의 (703)20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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