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인 은행권의 화두는 ‘버티기’였다. 실제로 한인은행들은 올 한해동안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위기 관리와 안전 위주의 경영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부실대출 문제는 올해도 한인은행들의 발목을 꽉 잡았다. 연말을 맞은 한인은행권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다. 또 올해는 한인은행간의 합병 문제가 은행권의 큰 화제를 모았다.
■부실대출
영업 실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부실대출 문제는 여전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한인은행 3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윌셔와 나라, 우리, 신한, BNB, 뱅크아시아나, 뉴뱅크 등 뉴욕 일원 7개 한인은행의 총 대출은 68억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8억2,000만달러와 비슷한 수치이다. 3개월 이상 연체와 무수익여신(nonaccrual)은 2억7,555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억3,395만달러보다 2배 정도 감소했지만 회수 가능성이 없어 손실처리(charge-0ff)한 대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정도 늘었다. 손실처리 규모는 1억5,85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45만달러보다 크게 많아졌다.
상업용 부동산에 집중됐던 한인 은행권의 구조적인 문제도 이같은 부실 대출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한인은행 가운데 가장 개선된 실적을 보인 신한은행조차도 4분기 실적에 큰 기대를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다. 신한은행의 전성호 차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 등이 한인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모든 한인은행들이 올해 일년간 부실 대출
을 줄이는데 꾸준히 주력해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한인은행들이 올해도 뉴욕 지역의 SBA융자를 휩쓸었다.
한인은행들은 2010년 회계연도(2009년 10월1일-2010년 9월30일)에서 연방정부 보증 중소기업 융자인 SBA 7(a) 부문 뉴욕지역 시상식에서 금상과 은상, 동상 등을 수상했다. BNB은행과 뉴뱅크, 뱅크아시아나 등이 금상을, 나라은행과 한인투자자가 인수 예정인 로얄아시안뱅크(노아은행)는 은상을, 신한은행은 동상을 각각 받았다.또 윌셔은행은 251건, 1억2,063만달러의 SBA 대출 실적을 기록해 전국 22개 한인은행 중 가장 많은 지급 보증 대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합병
후반기에 불거진 한미은행과 한국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계약 무산, 나라은행과 LA 중앙은행의 합병 계약 등이 뉴욕의 한인 은행권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지난 5월 우리금융지주은 한미은행과 2억4,000만달러 규모의 투자·인수 계약을 맺었지만 11월 우리금융지주의 인수자 독점자격 조항(Exclusivity Provision)이 해제(waive)되면서 무산 위기에 몰렸다.
특히 우리금융지주가 최대 주주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경영 악화와 부실 대출 규모가 우리금융지주의 한미은행 인수를 무산시킬 수 있는 최대 문제로 지적돼 눈길을 끌었다.실제로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의 누계손실규모가 무려 2,204만달러로 급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실대출 규모로, 우리아메리카는 회수 가능성이 없이 올해 3분기까지 손실 처리한 여신 규모만 2,836만달러에 달한다. 대출 대비 부실률도 한인은행 중 최고 수준인 11.08%에 달하고 있다. 또 우리아메리카은행의 자본 건전성은 올해 들어 급격히 악화, 핵심 자본비율중 하나인 BIS 자본비율(total risk)이 최우수 등급인 10%에 미달되는 9.61%까지 하락했다.
한인 은행권에서 지적한대로 ‘총자산 10억달러도 관리못하는 우리은행이 25억달러 규모의 한미은행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12월에는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주식 교환을 통한 2억9,000만달러 규모의 통합에 합의했다.
통합이 완료되면 자산 기준으로 한인 2위 은행인 나라은행과 4위 은행인 중앙은행은 자산규모가 52억달러에 달하는 미주 최대의 한인은행으로 재탄생하게 된다.이밖에도 지난 8월 한인 투자자들이 미국계 은행인 노아은행을 인수하기로 계약, 새로운 한인은행 탄생을 앞두고 있다. 노아은행은 최근 FDIC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노아은행은 현재 필라델피아에 2곳, 플러싱과 팰리세이즈팍, 포트리 등 총 5개 지점을 갖고 있다.
<김주찬 기자>
2010년 한인 은행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실 대출로 골머리를 앓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위축된 한해를 보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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