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늦은 때도, 너무 이른 때도 없다”
▲ 축구클럽 아가페(청색 유니폼)가 이웃 트라이밸리 유나이티드와 친선경기를 벌이고 있다.
새해 새아침이 밝았다. 대개들 “올해만은…” “올해에도…” 결심과 함께 새해 새아침을 맞는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건강 되찾기, 건강 다지기다. 이를 위한 고정메뉴 중 하나가 운동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그만큼 되풀이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지켜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 산타클라라한미노인봉사회 회원들이 지난해 타이치 무료강좌 시간에 몸풀기를 하고 있다.
깨끗한 물도 고이면 더러워진다, 더러운 물도 흐르면 깨끗해진다. 건강을 위한 운동의 기본원리 또한 마찬가지다. 운동은 움직임, 곧 흐름이다. 흐르지 않는 물이 썩어가듯이, 움직이지 않는 몸은 병들어간다. 고여서 더러워진 물을 흘려보내 정화시키는 데 때가 따로 없듯이, 움직이지 않아 시들해진 몸을 움직여 건강을 되찾는 데도 때가 따로 없다. 너무 늦었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쉰이나 넘어서 축구를? : “젊어서 공 한번 안찬 사람이 있나?” 뒤집으면 나이 들어 축구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말도 된다. 축구는 그만큼 힘들다. SF한인축구협회(회장 이상호) 김영환 고문.
해가 바뀌어 68세 노장이 된 그는 여전한 현역이다. 화요일 저녁에는 프리몬트의 일맥팀에서, 목요일 저녁/토요일 오전/일요일 오후에는 산라몬의 아가페팀에서 한참 아래 동생뻘, 까마득한 아들뻘 젊은이들과 부대끼며 축구땀을 흘린다.
▲ 50대와 40대 공다툼
일주일은 고사하고 일년에 한번도, 몸소 뛰는 것은 고사하고 먼발치서 구경하는 것조차도 담을 쌓은 젊은이들이 수두룩한데, 칠순을 앞둔 김 고문은 일주일에 서너번씩 축구장에 오르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다. 선수 출신도 아니다. 남들 다하는 ‘젊은 날의 재미축구’가 축구이력의 전부다.
이민초기 20여년간 축구는 생각도 못했다. 축구장 출입재개는, 남들 같으면 해오던 것이라도 그만둘 즈음인 쉰을 넘어서였다. 이 고생 저 고생 해가며 ‘돈살림 주름살’이 엷어진다 싶으니 문득 ‘몸살림 주름살’이 깊어지는 것을 느껴서였다. “자꾸 기가 빠지는 것 같고, 어지럽고, 체온이 자주 내려가고…” 늦바람 축구로 서서히 건강을 되찾은 김 고문은 2,3년 전부터 저녁식사를 맞춤형 오개닉(양배추/당근/브로콜리/사과/바나나 등을 갈아만든 주스와 믹스트 샐러드)으로 바꾸는 등 입체적 노력 끝에 가끔 정상치를 벗어나곤 했던 콜레스테롤 수치를 안정권에 다잡았다.
▲ 늦 60대 김영환 고문
이제 58세가 된 김규영 전 아가페회장 역시 쉰 고개를 넘은 뒤에야 축구매력에 흠뻑 빠져든 늦바람 매니아다. 나이를 핑계로 어슬렁어슬렁 땀이나 빼고가는 정도가 아니다. 10년20년 후배들이 접근을 꺼려할 정도로 팔팔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연습날마다 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시간장소를 새삼 일러주고 격렬연습이 끝난 뒤에는 인근 커피샵이나 피자집에서 후배들과 얄궂은 악살을 곁들인 축구정담으로 축구피로를 씻어낸다.
IT전문가 김창래(49)씨 또한 늦깎이다. 학창 시절에도 거의 안한 축구를 2,3년 전에야 시작했다. 축구재미에 눈뜬 게 아니다. 불어나는 몸집에 줄어드는 건강에, 절박한 심정으로 축구장을 찾았다. 재미보다 고통이 먼저 그를 괴롭혔다. 그럴수록 더욱 매달렸다. 몇걸음 이웃 이상호 회장으로부터 기본기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몇달만에 몸무게는 쑥쑥 빠졌다(약 25파운드). 그만큼 몸은 훨훨 가벼워졌다. 축구실력은 일취월장, 아가페 센터포드로 자리를 굳혔다.
▲ 갓 30대 테일러 사범
◇서른도 안돼 타이치를? : 축구를 젊은이들의 운동으로 치부하는 것처럼 타이치(태극권)를 노인
들의 운동으로 치부하는 것도 그릇된 편견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타이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산타클라라한미노인봉사회 회원들도 재작년 가을부터 지난해 봄까지 2학기에 걸쳐 타이치 강습을 받았다. 과격한 동작이 전혀 없이 깊은 호흡에 맞춘 느리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배우고 익히며 몸살림의 새 기법을 맛봤다. “막상 해보니 쉬운 게 아닌데? 그래도 우리 같은 나이에 딱 좋은 운동이야!” 하는 평가들이 많았다. 오클랜드에 사는 아프리칸아메리칸 스캇 테일러씨는 갓 서른이다. 노인회원들이 말한 ‘우리 같은 나이’에 차려면 족히 30년은 기다려야 한다. 젊은 그가 노인운동(?) 타이치 삼매경에 빠져 있다. 혼자뿐 아니다. 동갑내기 부인도, 열한살 아들도, 가까운 선후배들도 하나하나 그의 ‘꾐’에 빠져 타이치 월드에 들어서고 있다. 미 동서남북 사방데서 살아봤을 정도로 방랑자 기질이 다분하고 한때 어둠의 세계를 기웃거리기도 했던 그는 복싱 쿵푸 등 ‘운동식성’도 다양했다.
▲ 나이와 인종을 넘어
지난해 7월, 오클랜드 어느 공터에서 뙤약볕 아래 홀로 쿵푸와 타이치가 범벅된 퓨전무술을 연습하다 우연히 새 사범(필자)을 만났다. 몇차례 더 그런 만남 뒤 의기투합, 1주일에 2번(각 2시간씩) 개인교습이 시작됐다. 본격 타이치 수련에 앞서 호흡법 몸풀기 중심이동 기공체조(팔단금, 역근경, 오금희) 등 기초부터 다잡았다. 무술에 대한 기본인식도 달라졌다, 싸움을 이기는 기술에서 싸움을 멈추는 기술로. 어느덧 그는 오클랜드 흑인커뮤니티에 기공/타이치를 전파하는 믿음직한 종자가 되고 있다. 12월18일에는 조촐한 시범식도 했다. 사범과의 약속에 따라 그는 올해도 매주 1회 이상 무료강좌를 하는 한편 다달이 한번씩 시범행사를 할 계획이다. 이 뒷골목 방랑자를 순한 양으로 길들인 건 무엇일까.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그는 말한다, 해보면 안다고.
"Just Do It."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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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과유불급
운동은 ‘잘 하는데 혹은 열심히 하는데’ 건강은 낙제점인 이들이 더러 있다. 그때그때 심신상태를 존중하지 않고 욕심에 치우쳐 무리한 까닭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는 교훈은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면 차를 멈춰야 하듯 심신에 빨간불이 켜지면 운동을 멈춰야 한다. 정차가 운전의 일부이듯 휴식도 운동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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