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교회에 가는 길이었다. 그날따라 차가 얼마나 밀리는지 한국의 추석 귀성길 고속도로 같았다. 갑자기 뒤에 앉아 있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아빠, 내가 나중에 커서 돈을 벌면 길에 있는 저 차들 모두 다 살 거야!”하였다. 아이의 뚱딴지같은 소리에 아내는 “네가 어떻게 저 차를 다 사니? 그렇게 많은 차를 사서 어디에다 쓰려고?”하고 물었다.
아들은 자기가 어른이 될 때쯤이면 자동차 대신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을 할 것이고 사람들은 자동차를 모두 집 앞에 세워 둘 것이라고 했다. 그때 자기가 애물덩어리 자동차를 모두 헐값에 사서 빈 땅에다 세워두고, 몇 년이고 기다리면 하늘에 비행기가 많아져서 복잡하여 사람들은 다시 자동차를 찾게 될 거고 그때 자동차를 비싸게 팔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거였다.
문득 추석 제수용품을 매점매석하여 큰돈을 모았던 허생전이 생각나 “우리 집안에 허생님이 한분 나타나셨네!” 하고 웃었다.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도 돈 버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고객 중에 스티븐슨이라는 부자가 있다. 이분은 미국의 유명 종합병원들을 거느린 쇼어라인 재단의 이사장이다. 그런데 이분에게 수입이 생기는 사업체라고는 라스베이거스 가는 길목인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한 동네에 50년째 운영하고 있는 주유소 딸린 조그마한 카페 하나 뿐이다.
이분은 20대 초반부터 카페에서 성실하게 일하여 돈이 생길 때 마다 헐값에 빈 땅들을 사두었다. 허허벌판에 차도 다니지 않는 곳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황무지를 100달러도 주고 1,000달러도 주며 돈이 생길 때 마다 땅을 사서 수만 에이커의 땅 부자가 되었다.
30년이 지난 후 그가 사둔 대지 옆으로 15번 라스베이거스 고속도로가 뚫리게 되어 그가 가진 땅은 평균 30배가 올랐고 어떤 땅은 5에이커를 1만 달러에 사서 홈디포에 200만 달러에 팔아 200배를 남겼다.
카페에서 매월 나오는 돈을 알뜰하게 모아 비상시 대비자금으로 1년 정도 생활할 수 있는 돈만 은행에 넣어놓고 나머지 돈은 모두 땅에 투자하여 큰돈을 번 것이다. 30년, 50년 후를 보며 장기적으로 투자한 덕에 큰돈을 모아 비영리 재단의 이사장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자가용 비행기로 여행도 다니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투자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투자를 하면 큰돈을 벌수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매번 같은 대답을 한다.
우선 가진 돈의 1/3은 10년 이상 장기적인 안목으로 부동산에 투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 시장 등락에 상관없이 돈을 벌 수 있다. 다음 1/3은 수익성이 높은 주식이나 뮤추얼펀드, 저축성 보험 등의 증권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약 7년의 세월이 지나면 구좌의 돈은 2배로 불어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1/3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현금으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저축성 예금이나 CD를 사는 것이다. 그러면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한인들은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해 단번에 큰돈을 벌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투자의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이 높고 자본의 회수가 빠르다는 투자처를 찾아 전 재산을 한 곳에 몽땅 투자하여 단번에 큰돈을 벌었다가 한순간에 망하기도 한다. 또 고수익을 보장하는 사기사건에 휘말려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잃기도 한다.
어떤 투자든지 큰 수익을 목적으로 한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거나 단기간에 수익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투자한다면 그것은 투기가 된다. 투기를 하면 큰돈을 벌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전 재산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열심히 일하여 돈을 모으고 또 그 돈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분산 투자하여 한인들 모두 부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정기철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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