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3박4일 방미 성과로 단연 ‘미래’를 꼽는다.
눈에 띄는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 같지만 작년 한해 사사건건 ‘대립과 견제’하던 미중 관계를 ‘대화와 협력’으로 돌려 명실상부한 G2(주요 2개국)로 부상하기위한 미래의 여건을 다졌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후 주석은 현지시간으로 18일 미국으로 향했다가 두차례의 국빈만찬과 미 의회 연설, 시카고 방문 등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22일 오후 베이징(北京)으로 돌아왔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후 주석이 이번 방미를 통해 중미동반협력의 새 국면을 열었다"는 양제츠 외교부장의 평가를 게재하면서 후 주석이 방미 기간에 미국 학생들과의 대화에서도 중미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후 주석의 방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으며, 세계 주요언론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매우 큰 외교행사였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관영 CCTV를 비롯해 중국 매체들도 후 주석의 방미와 관련해 신화통신을 주로 인용하는 수준에서 미국과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여는 ‘성과’를 거뒀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미중 양국이 "상호존중"의 새 시대를 선언하며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 오른 중국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사실 후 주석의 이번 국빈 방미는 외견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두차례의 백악관 만찬을 열어준 것을 빼면 중국이 미국에 450억달러 어치의 수입패키지를 내밀고서도 위안화 환율 절상, 인권개선 등의 압박을 받아야하는 사실상 손해보는 장사로 비친다는 점에서 중국 내의 이런 평가는 다소 의외로 비친다.
그러나 중국 대내외적인 상황을 따져보면 후 주석의 이번 방미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비록 경제적으로 이득이 크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성과’를 거뒀고 이는 중국의 미래 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국 내의 분위기를 이해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대외적으로 중국은 지난해 대만에의 무기판매와 위안화 환율절상 압박 공방, 천안함사태,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과 관련해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하면서 외교.안보적인 위협을 느껴야 했고 자칫 평화와 안정속에서 경제발전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위기감까지 나왔다. 그런 점에서 중국 내에서는 후 주석이 이번에 미중관계를 대화와 협력으로 개선한 것은 가장 절실했던 숙제를 풀어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내적으로는 2012년의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후 주석의 집권기간이 사실상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안정’을 유지하면서 대권을 차기에 넘겨야 한다는 필요성이 가장 컸다. 더욱이 국제금융위기이후 더욱 절박해진 경제발전방식의 전환과 내수 중심으로 체질 전환을 시작한 12.5계획이 올해 시작된 가운데 대외적인 환경 불안이 지속되는 속에서 수뇌부 교체가 이뤄질 경우 ‘리더십’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불가피했다는 것.
국제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상대적으로 나은 경제적 여건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가운데 국제무대에서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내면서 스스로 ‘경계’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부지불식간에 노출된 중국의 ‘대국굴기(굴<山+屈>起:우뚝 일어섬)’ 이미지에서 다시 과거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로 돌아와야 한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으며 후 주석의 이번 방미를 이런 메시지 전달에 충실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후 주석이 이번 방미에서 이룬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탕으로 대외관계 안정과 경제발전에 주력하면서 임기 후반을 관리하고 내년 10월로 예정된 권력이양을 순조롭게 준비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업적’이 없는 후 주석이 미국 국빈 방문이라는 가장 격이 높은 외교적 행사를 통해 이미지 제고를 노렸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언론매체들이 후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죽의 장막’이 걷히고 미국과 왕래가 시작된 지 40년만에, 핑퐁외교가 시작된지 40년만에, 21세기의 두번째 10년이 시작되는 해에 이뤄지는 가장 큰 외교적 행사라며 다소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고 나선 것도 후 주석의 그런 사정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이번에 미국과 더불어 G2로서 지위를 분명하게 하고 북한과 이란 핵문제, 수단문제는 물론 기후변화, 핵안보 강화, 해적행위 소탕 등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약속함으로써 미중 공조를 통한 국제 이슈 해결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이례적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히고 나서는 ‘진일보한’ 제스처를 보여줌으로써 방미기간에 남북간 군사고위급 회담 제의와 수용으로 이어지는 등 북핵 논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핵 비확산국제체제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종국에는 핵무기없는 세상을 실현하기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하고 나선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으로, 향후 미중 양국의 핵 비확산 공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협약 논의 진전의 장애물 격인 미중 양국이 덴마크 코펜하겐과 멕시코 칸쿤 기후변화회의에서 구축된 진전을 토대로 서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대만문제의 경우 미중 양국이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으나 미국이 당분간은 대만에의 무기판매를 다시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이로인한 갈등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공동성명에 지난 2009년 11월 베이징(北京) 정상회담 때처럼 "핵심이익(Core Interest) 존중" 표현 삽입을 고집하지 않아 그로인한 갈등도 잠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작년에 이 공동성명 문구를 들이대면서 미국에 남중국해, 서해가 대만, 티베트, 신장위구르와 더불어 핵심이익에 포함된다면서 미국이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고집해 미국과 갈등과 대립을 지속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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