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밤(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행한 올해 국정연설에서 자신의 `단골메뉴’인 한국의 모범 사례를 잇따라 소개하며 미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날 한국 사례는 교육과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시 나왔다.
교육 문제의 경우 이번에는 교사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존경(respect)’ 분위기가 거론됐다.
"부모 다음으로 아이들의 성공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교사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국가건설자(nation builder)로 불린다"면서 "이곳 미국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람들을 그와 같은 수준의 존경심으로 대해야 할 때"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나오자 국정연설을 경청하던 미 상.하원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국의 인프라 구축 사례의 예를 들면서 "한국의 가정은 우리보다 훨씬 나은 인터넷 접근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유용성을 설명하면서 "가능한 한 조기에 이번 의회가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할 때도 의원들의 박수가 터졌다. 한미 FTA를 비롯해 비준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3개 FTA의 조기 비준을 요구하는 입장인 공화당 의원들의 박수도 뜨거웠다.
또 북핵 문제와 관련, "한반도에서 우리는 동맹인 한국을 지지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거듭 촉구할 때도 의원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총 7차례 `코리아’를 언급했다. 한국의 모범사례를 언급하면서 2차례, 한미 FTA를 언급하면서 2차례 언급했고, 북핵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면서 `한반도’, `한국’, `북한’을 각각 한차례 언급하는 과정에서 `코리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편 이날 국정연설이 열린 하원 본회의장에는 총격사건을 당한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을 위해 의석 하나는 공석으로 남겨뒀다. 또 의원들은 애리조나 총격사건 희생자들을 추념하기 위해 검은색 줄이 들어간 흰 리본을 달았다.
이날 연설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6명도 참석했다. 지난해 국정연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들의 선거관련 TV광고를 무제한 허용한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 비판하면서 대법원 내에서는 정치적 입장이 첨예하게 표출되는 국정연설장에 대법관이 참석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지만, 관례대로 대법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대법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대법원 공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논란을 일으켰던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하와이에서 열리는 행사 일정을 이유로 이번 연설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과의 관계를 의식한 듯 이날 연설에 앞서 연단으로 나아가면서 참석한 대법관 6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국정연설장에는 예정된 대로 애리조나 총격 사건 당시 기퍼즈 의원의 목숨을 구했던 기퍼즈 의원실 인턴직원인 대니얼 헤르난데스, 기퍼즈 의원의 응급수술을 집도한 `유니버시티 메디컬 센터’의 한국계 피터 리 박사, 애리조나 총격사건 당시 희생된 9세 소녀 크리스티나 그린의 가족, 아프간전과 이라크전 참전용사 등이 초청돼 미셸 오바마 여사 옆에서 함께 국정연설을 들었다.
이날 연설은 총 1시간 2분가량 이어졌다. 크고 작은 박수를 포함해 오바마의 연설 도중 총 70회 가까운 의원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말미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을 연상시키듯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당신이 누구든지, 어느 곳에서 왔든지, 이 나라는 어떤 것이든 가능한 나라라는 꿈을 믿고 있다"면서 자신을 예로 들었다. 또 자신의 뒤 연단에 앉아있던 바이든 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성공스토리’를 비유해 "그 꿈 때문에 스크랜튼의 근로자 계층 아이(바이든)가 제 뒤에 서 있을 수 있고, 신시내티의 아버지 바에서 마루를 청소한 어떤 이(베이너)는 지구상 가장 위대한 나라의 하원의장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고, 의원들은 박수로 `성공스토리’에 찬사를 보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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