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태석 신부의 ‘울지마 톤즈’를 보고 흘리는 눈물의 쓰나미가 한국에 이어 뉴욕에도 밀려오고 있다. 아까운 나이 48세에 약자를 위해 봉사하다가 병에 걸려 작년 1월 14일 사망한 그의 실화를 다룬 독립영화가 9월9일 상영, 12월 15일 재개봉되면서 직장인, 학생, 주부 등 모든 한국민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1월에 선종 1주기를 맞아 KBS-TV가 특선앙코르로 이태석 신부의 다큐를 방영했다. 한인타운 비디오가게에서 빌려온 이 다큐멘터리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다가 저절로 벌떡 일어났다. 책상 앞에 편하게 앉아서 그분의 삶을 보기에는 자신이 배부른 돼지 같고 그동안 허영심과 욕심이 넘치게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저절로 느낀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어? 성직자 이전에 그도 외롭고 힘들고 지쳤을 텐데 찡그리고 화내고 포기한 흔적이 없어, 그저 환하게 웃어, 보는 사람의 마음도 환해지게 만들어.”내가 빌려준 CD를 본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의대를 나와 의사로써 탄탄대로의 길을 버리고 부족간 내전이 계속되며 생명을 위협받는 아프리카 남부 수단의 작은 마을로 걸어 들어간 그, 남들과 똑같은 하루 24시간을 48시간으로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었는지 언제 잠자고 쉬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해냈다.
학교를 만들어 수학교사가 되고 기숙사를 지어주고 전기가 없는 그곳에 태양열 집열기를 이용해 불을 밝혀주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환자를 돌보던 그, 한센병 환자들의 발가락이 없어져 뭉툭해진 발을 일일이 그려서 가죽 신발을 맞춰주기도 했다. 더구나 35인조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감성이 메마른 애들에게 삶의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다가 그는 병이 났다. 잠시 들른 한국에서 대장암을 발견한 그는 죽기 전 톤즈 돕기 기금 모금 음악회 무대에서 노래를 하면서 역시 환하게 웃는다. 수단인들은 그를 기리며 검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다. 진료실은 텅 비어 있고 아직 환자를 돌볼 의사는 없다. 한센 환자들은 다시 맨발로 돌아갔다.
한인 이민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이민 초창기에 성당이나 교회 신세를 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집을 구하고 직장을 구하고 아이들을 맡기고 차를 구입하는 등의 온갖 정보와 사교를 나누며 외로움도 덜었다.
이민 역사가 오래 되면서 종교기관도 더불어 성장했고 최근 들어 일부 한인교회는 아프리카나 중국, 남미에 학교와 병원을 지어 선교 및 의료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선교연구센터는 중국, 몽골, 베트남, 파키스탄 등에 선교사와 의사를 보냈고 ‘고비사막의 눈 뜨기도 힘든 모래바람’ 속에 좋은 일을 하는 이들이 많다.
20년간 단골이던 치과의는 병원을 1.5세에게 맡기고 온두라스로 가서 살면서 여생을 이빨 닦는 것을 모르던 이들을 위해 보내고 있다. 간간이 약을 구하러 뉴욕에 올 뿐이라 한다.
사진을 잘 찍는 한 지인은 오는 7일 교회 주최로 간호사, 약사 교인들과 함께 에콰도르의 오지로 선교 및 의료 봉사를 갈 예정이다.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 장기인 사진을 찍어주려고 해. 아직 기운이 있으니까 가야지.”
이민사회가 자리 잡으면서 어려운 주위에 눈 돌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종교는 참으로 많은 일을 많이 하고 있고 더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 한인들은 주말이면 교회, 성당, 절에 간다. 목사와 신부, 스님, 평신도 지도자, 교인들, 무종교인 분들도 ‘울지마 톤즈’ 다큐멘터리를 보았으면 한다. 지난 주 “머리(생각)는 있는데 하트(행동)가 없으면 온전한 삶이 아니다”라는 설교를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행동하자.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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