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욕 타임스 전면에 ‘흑인, 백인, 아시안 등 젊은이들이 택하는 인종배경’이라는 제목으로 근래 미국 젊은이들이 보는 인종에 관한 기사가 사진과 함께 크게 소개되었다.
일곱 명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첫 번째 학생은 일본과 아이리시의 혼혈, 다음 학생은 포르투갈과 흑인, 그리고 다음 학생은 아이티와 백인 혼혈, 다음은 흑인과 백인, 일본과 스페인, 다음은 가나, 스코틀랜드 그리고 노르웨이. 다른 학생은 흑인과 독일 나머지 학생은 희랍과 흑인 등 한 대학 내에 전 세계를 포함하는 인종 분포를 보는 듯 했다.
그들에게 인종 배경을 물으면 서슴지 않고 밝힌다. 얼마 전까지 흑인의 피가 저주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밝힌다. 더구나 흑백 혼혈을 칭하는
‘물라토’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남부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쓴 윌리엄 포크너는 흑백혼혈을 비하하는 이 말을 그의 대표작 ‘압살롬, 압살롬‘에서 자주 인용했다. 그가 아직 살아 있으면 놀랄만한 일이겠다.
조상 출신지를 아는 백인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워낙 많은 피가 섞여 자신을
‘mutt’이라고 한다. 즉 잡종이라는 이야기다. 그래도 자신의 성씨로 뿌리를 찾겠다는 노력이 근래 부쩍 는다. 여러 인종과 같이 지나며 알게 된 슬픈 이야기도 있다.
나의 패밀리 닥터는 얼핏 보면 지중해계로 오인 받을 수 있는 흑인 혼혈이다. 전혀 흑인 같지 않고 백인보다 더 백인이다. 1940년대 말 엔지니어였던 아버지가 백인 어머니와 결혼하려할 때 흑백 결혼을 금하는 캘리포니아 법 때문에 네바다에서 결혼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백인 아들로 자랐고 지금 백인 부인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흑인 여자와 데이트를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남자끼리 하는 말이었지만 웃지도 못했다.
이외에도 인종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예전에는 성씨만 봐도 사람의 생김 생김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유대 이름을 가진 흑인이 있는가 하면 중국 성을 가진 백인도 여럿 보았다. 오래 전에 한국계 하와이 혼혈도 만났는데 큰 체구의 이씨 성을 가진 얼굴에서 어렴풋한 한국 사람을 본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여러해 전에 고객의 세일스 택스 감사문제로 조세형평 위원회(Board of Equalization)에 갈 일이 있었다. 감사원의 이름이 ‘나카무라’여서 동양 사람만 찾으니 금발의 백인 여자가 찾는 사람이 자기라고 했다.
자리에 앉아 의아하게 쳐다보는 내 눈길을 의식하였는지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일본계 할아버지가 영국계 할머니와 결혼하여 낳은 아버지가 백인 어머니와 결혼하여 백인 같은 자기가 태어났다는 출생의 비밀을 나에게 서슴지 않고 이야기 했다.
사진 신부로 하와이를 거쳐 오클랜드에 정착한 한국 할머니도 생각난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셋을 두었는데 한국 사람과 연을 맺으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따르지 않아서 마음이 많이 언짢았다고 했다. 아들은 중국 여자와 결혼했고 딸들은 백인, 흑인, 그리고 중국계와 짝을 지은 섭섭한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우리에게도 주류 사회에 진출한 자녀들의 한국사람 짝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 사람들 중에 주류 사회를 제일 잘 받아들인 일본계를 볼 수 있다.
그들은 다른 민족과 결혼하는 수가 아시아계에서는 가장 많다고 한다. 그들은 세계 각처에서 온 이민자의 삶 속에 완전히 동화되고 있다.
어떤 사회학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다른 인종간의 결합이 새로운 형태의 미국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이를 일컬어 ‘미국 민족’이라 하는데 백인이 아닌 전 세계인의 혼합체로 구성된 새로운 민족이라 한다. 그렇다고 남미나 멕시코에서 보는 ‘메스티조’같은 거무튀튀한 모습이 아니고 전 세계 민족의 가장 우수한 점만의 결합체인 그런 사람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처음에 황당하게 들리던 말이 세월이 지나며 이해가 되며 그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근래에 부쩍 든다.
이종혁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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