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보내온 이메일 중 아동교육에 관한 지침을 환기시키는 내용이다. 조선후기의 이덕무는 고전 ‘사소절’에서 “당장에 편한 대로 자식을 은애하다 보면 무궁한 근심과 해악을 남긴다.” 또 “망아지는 길들이지 않으면 좋은 말이 될 수 없고 어린 솔은 북돋워주지 않으면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없다. 자식을 두고도 가르치지 않는 것은 내다버리는 것과 한가지다”라고 했다.
또 어릴 때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안씨 가훈’의 구체적인 교훈도 새겨볼만 하다. “부모가 위엄이 있으면서 자애로우면 자녀는 어려워 삼가며 효성이 생겨난다. 내가 세상을 보니 가르치지는 않고 귀여워만 해서 늘 반대로 한다. 음식을 먹거나 행동함에 있어 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둔다. 나무라야 할 일을 오히려 잘 한다고 하고 꾸짖을 일에 오히려 웃는다. 이렇게 하면 철들고 나서도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안다. 이런 잘못이 습성이 되어서 그제야 이를 막으려고 죽도록 매질해도 부모의 위엄은 서지 않는다. 자식은 날로 성냄이 심해지고 원망이 늘어 성장해서도 끝내 패덕한 사람이 되고 만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보면 안다’고 했던가. 심지어 나무도 어릴 적부터 체형을 잡아주고 곁가지를 쳐주어야 바르고 곧게 자라 쓸 만한 재목감이 되는 것이다.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기고만장으로 날뛰는 망아지는 타고난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이 탈 수가 없다. 자식이 커서 패륜아가 되어 자신을 그르치고 집안을 망치고, 사회를 어지럽힌다면 그거야 말로 큰일이 아닌가.
이따금 한국이나 우리 한인사회에서 10대나 20대 젊은이가 성인들도 감히 상상 못할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보게 된다. 심지어는 자식이 아버지가 꾸짖는다고 칼로 찔러 죽이고 보험금을 타먹겠다고 어머니를 흉기로 때려죽이고 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브루클린에서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4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두 명에게 중상을 입힌, 이른바 ‘묻지마 살인극’도 그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불과 20세 밖에 안 된 나이에 어떻게 그토록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는지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이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아울러 우리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사건의 주인공인 범인도 어릴 때는 분명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순수하고 밝은 아이였다는 사실과 범인의 부모들이 하나같이 “내 자식이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어릴 때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청소년 전문가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같은 견해를 보인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이의 품성이나 자질이 아무리 좋아도 어릴 때 부모가 잘못 양육하게 되면, 즉 사랑과 관심으로 계속해서 나무처럼 물을 주지 않으면 훗날 커서 이런 사건을 저지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설마 내 아이가’ 울며불며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결과이다. 영어, 수학 잘 가르쳐 학업성적 많이 올라가고 좋은 학교에만 들어간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식에게 본을 보여 영이 서게 만드는 부모의 올바른 가정교육이다. 아이들이 보고 들은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밖에서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그 부모의 성품이나 품행이 훤히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자랄 때 가정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많은 좋은 말과 속담, 격언들을 보게 되면 그것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올바른 인간됨을 위한 훈계이고 가르침이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든가 명문학교를 가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은 어디에고 찾아 볼 수 없다. 인성교육은 뒤로 하고 공부만을 강조하는 우리 한인부모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어릴 때 받은 인성교육이 정체성 혼란과 변화를 가져오는 청소년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주영 뉴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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