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은 리비아 ‘혁명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대령이 지난 5일자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첫 마디에서 따온 것이다. 소위 한 국가 원수가 타국 그것도 세계 최대 강국의 동격자에게 보내는 편지의 서두가 ‘우리 아들’이니까 그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만하다.
내친김에 오바마를 계속 우리 아들이라고 불렀대도 문제일 텐데 또 ‘각하’는 무엇인가? 이처럼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쓴 것인지 AP 통신사가 입수한 그 편지 원본에는 심지어 오바마의 이름까지도 ‘Baraka Hussein Abu Oumama’라고 되어 있는 등 철자법 틀린 곳이 한 둘이 아니며 중학교 3년생이라도 얼굴을 붉혔음직한 문법상의 오류도 많다. 그의 측근들에게는 그가 아직도 절대 권력자라서 어느 누구도 감히 그 편지에 손질을 할 수 없었기에 벌어진 코미디인지도 모른다.
벤가지의 반정부군이 알카에다 테러분자들이니까 그들을 지원하는 NATO 지휘 하의 연합군의 공격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다피의 호소가 오바마 정부에 의해 일축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의 절대 권력자들이었던 여러 왕들이 주지육림과 호색으로 말미암아 총명을 잃고 백성을 가렴주구와 폭정의 희생자들로 만들었던 것을 상기시키는 것은 카다피와 그의 40년 넘는 철권통치 측근에 있었던 미녀 경호대와의 수상스런 관계다.
가다피의 둘째 아들인 사이프(Saif)는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아 서방 세계를 이해할 뿐 아니라 아버지를 이을 차세대 지도자로 손꼽혔었다. 그 사이프가 ‘마지막 남자, 여자 그리고 마지막 총알까지’ 싸워서라도 자기 아버지의 폭정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사이프와 친분을 가져 왔었던 런던 상류사회 인사들을 당혹에 빠뜨렸다는 보도가 있다.
앤 애플바움이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는 좀 독특한 존재다. 자기 남편이 폴란드 정부의 국방상이기 때문에 그 나라에 살면서 유럽쪽 문제들을 많이 다루는 편이다. 3월 초의 그의 칼럼에서는 사이프가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같이 사진을 찍은 영국 고위층이 열거되었다.
대학 총장이자 토니 블레어가 영국 수상이던 시절 리비아 대사를 지냈던 사람, 역시 블레어 내각의 각료였던 사람, 세계적 금융가문 로스차일드 후계자, 찰스 황태자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 그리고 블레어 자신이 최고급으로 잘 차려 입은 사이프를 둘러싸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이프는 또한 영국 회사들이 리비아에 투자하고 리비아 정부기관이 영국 회사들에 투자하는 통로 역할을 했었기에 그 때문에 큰돈을 만지게 된 전직 영국 고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시사되었다. 애플바움 칼럼니스트는 20년 전만하더라도 퇴직한 영국이나 독일의 정치인들이 외국으로부터 돈을 버는 일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는 블레어가 중동의 쿠웨이트와 UAE 정부에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전 독일 수상인 슈뢰더는 러시아의 에너지 회사 ‘가즈프롬’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바움은 블레어가 중동에서 비공식적 협상 역을 하고 있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앤드루 왕자도 (돈을 벌기 위한) 외국 여행을 하지 말도록 충고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 정부가 독재자들에게서 돈을 받아쓰는 전직 고관들을 특사로 파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부언한다.
2003년께부터 금년 초 민주화 바람이 일기까지는 많은 영국, 프랑스, 미국 회사들, 특히 무기 제조 수출회사들이 카다피 독재정권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독재 국가들의 반인류적인 폭압 사례들과 아울러 소위 선진국들과 그 나라들의 지도층이 치부를 하기 위해서는 독재자들의 어지간한 억압정책들을 묵과하면서 상거래를 해온 위선적 이중성을 생각해 보면 인간 정부들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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