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계 미국인이 또 북한에 억류되었다는 뉴스가 났다. 지난해 11월 북한에 체포된 전용수 목사다. 가족들이 신문 지상을 통하여 건강이 좋지 않은 전 목사의 선처를 바란다고 했는데 아직 반응이 없다.
미 국무부에 의하면 그는 입국비자가 있는 사업가라고 한다. 북한은 외부와 접촉하는 창구를 왜 이런 식으로 닫는지 알 수 없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어떤 때는 북한이 불쌍하고 측은하지만 그들이 부리는 배짱과 오기에 넌더리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09년 3월에 한국계 방송기자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이 한중 국경에서 탈북자를 취재 하다가 북측에서 온 경비원에게 강제로 끌려간 사건이 있었다. 백인 남자 사진기자는 용케 탈출 하고 두 여자만 체포돼 여러 달 동안 피를 말리는 고생을 했다. 두 기자가 근무하는 TV 방송 사장이 부통령을 지낸 알 고어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풀려날 것이라고 낙관하긴 했지만 그들이 풀려난 것은 5개월 만인 지난 2009년 8월이었다.
미국과 북한이 국교가 없어서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서만 가족과 전화 통화가 가능했다. 두 사람은 다른 방에 감금되어 서로 연락도 못하게 했다. 그들은 북한에 불법으로 입국한 죄로 10년 중노동 선고를 받았지만 실제로 형은 살지 않다가 석방되었다.
몇 번 미국 고위층 방문을 받은 이북 당국은 재미가 들었는지 전직 대통령이 와야 석방하겠다는 식의 암시를 주기도 했다. 그동안 석방 교섭의 중추적인 역할은 로라 링이 맡았다. 리사는 미국 정치 거물급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 부통령 알 고어, 대통령에 출마했던 존 케리, 그리고 빌 리처드슨 주지사 등을 움직였다. 그리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북한행 언질도 받았다.
로라와 리사 링의 공저 ‘Somewhere Inside’를 읽으면 숨 가쁜 순간도 여러 번 있었고 석방이 물거품 될 뻔 했던 일도 있었다. 역시 언론에 몸담고 있는 언니의 노력이 주효했다. 미국 전역의 방송과 신문 기고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들을 돕는 단체가 여럿 생겼다. 석방되기 전에 클린턴 대통령이 그들을 만나려고 예정에도 없이 대기소를 찾아가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읽으면서 어떤 대목에서 코가 시려오는 감격을 받았다.
대단치 않은 두 동양 여기자를 외면할 수도 있었는데 전직 대통령과 부통령이 열 시간 넘는 비행을 해 금단의 땅을 찾아간 것은 미국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내 기념촬영에 클린턴 대통령 바로 옆에 앉은 유나 리, 비행장에서 찍은 사진에 언니 리사의 한국계 남편 폴 송, 그리고 환영 기념식을 힐러리 클린턴과 알링턴 버지니아에 있는 우래옥 식당에서 하는 등 책 속의 사진들은 참 정겨운 것들이었다.
링 자매는 돌아오자마자 책을 출판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구나 이 책은 북한의 핵무기 협박에 세계가 전전긍긍할 때 나온 적절한 책이었다. 역시 언론인들이어서인지 글이 여간 매끄럽지 않다. 아쉬웠던 점은 한인 유나 리와 함께 집필을 했더라면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링 자매는 그들의 경험을 최대로 이용했는데 유나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후에 책을 출판했는데 결과는 알 수 없다. 알기로는 한 동안 한인 언론과도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이제 세월이 좀 지났는데 이번 전 목사의 체포로 이 두 사람 생각이 다시 난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북한 방문 때 전 목사가 석방되리라고 막연한 기대를 했는데 그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로라의 언니 리사 링이 했던 것처럼 사전 물밑 교섭이 있었더라면 전 목사가 석방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아쉽다. 국제 사회에서 점점 고립되어가는 북한은 이제 민간인을 억류하는 이런 만용은 중지해야 한다.
이종혁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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