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번째‘문화영성 프로젝트’시작하는 김영봉 목사
와싱톤한인교회의 김영봉 목사가 14일(토)부터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소재로 다시 연속 설교 시리즈를 시작한다. 6월12일까지 5주동안 이어지는‘문화 영성 프로젝트’는 이번이 다섯 번째. ‘다빈치 코드’, 한국영화‘밀양’, 신경숙의 소설‘엄마를 부탁해’, 윌리엄 폴 영의 소설‘오두막(the shack)’ 등 네 번의 연속 설교 소재가 당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문화 현상들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의 적절한 주제여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사회’ 라는 담론은 갑론을박 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하는 한국, 정의에 대한 가치가 상실되고 있는 미국, 아랍세계의 `자유와 정의’ 에 대함 몸부림…. 그러나 교회 강단은 침묵하고 있다. 복음이 대중의 삶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무기력해진 것은 아닌가 하고 뜻있는 사람은 걱정한다. 이렇게 우려로만 끝날 것인가? 김 목사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문화 영성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미리 계획해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 년 전 역사와 픽션을 섞어놓은 다빈치코드가 출간되자 성도들은 크게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가이드가 필요하다 싶어 4주 동안 설교했죠. 다음 해에 한국 영화 ‘밀양’이 나왔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영화가 친기독교적이냐 반기독교적이냐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반응이 크게 달랐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진노하시며 영화를 정죄하시더군요. 사실 이 영화는 치유, 용서, 사랑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드는 영화였는데…. 두 번의 시리즈 설교를 하고나니 임팩트가 컸습니다. 다음 주일 설교에 대한 교인들의 기대치가 높아졌습니다. CD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고. 그때부터 의식적으로 시대적으로 주요한 이슈들을 지켜보기 시작했죠.”
-이런 설교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일반인들이 공유하는 아젠다들을 주제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엄마를 부탁해’나‘오두막’은 사실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은 소설입니다. 선교적인 것을 주제로 택하면 주제가 너무 뻔하기 때문에 외부인들에게 말을 걸기가 어렵거든요. ‘정의란 무엇인가’를 택한 것은 지난 2월 한국에 갔을 때 이 책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65만부가 팔렸다지요? 이런 주제들을 설교로 만들어가는 작업은 사실 상당히 어렵습니다.
-책 제목 대로 정의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이 문제에 직면하면 사회적, 외부적으로 큰 것만 생각하지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것 같은…. 그러나‘옳게 사는 것’이 곧 정의라고 보면 됩니다. 매우 중요한 실존적인 문제입니다. 안중근 선생이 말한 ‘견리사의(見利思義)’처럼 저도 청년 시절 ‘옳은 것’에 대한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년들 사이에 그러한 고민이 퇴색되고 있어요. 민주화를 부르짖던 학생운동이 1990년대부터 크게 줄었고 취업 등 먹고 사는 일로 바빠졌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는 ‘의롭게 사는 것’에 대한 준비는 안됐지만 다시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교회는 ‘정의’라는 주제를 어떻게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할까요?
“대체적으로 교회는 문제가 발생하면 시비를 가리기 보다 `은혜로 덮고 넘어가자’ 는 태도를 취합니다. 또 어떻게 축복받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목회자도 감동을 주고 성도를 많이 모으는 설교, 소위‘먹히는 설교’에 치중합니다.‘뭔가 되는 게 옳은 거’라는 생각이 크죠. 그러나 크리스천에게 정의란 거대한 이슈라기 보다는 성서적으로 옳게 사는 것의 문제입니다. 개인, 가정, 직장 모두 그렇습니다. 불의에 항거하는 건 밖에서 많이 합니다. 구체적으로 내 삶에서 어떻게 성경의 진리가 드러나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해야 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내가 바르게 선택하고 판단해 살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의 의(Righteousness)와 사회적인 관계에서의 정의(Justice)를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이 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옳고 그름을 고민해라’, 둘째는‘그러나 정답을 찾기란 어렵다’. 그는 `옳은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런데 당신은?’ 하고 묻습니다. 지극히 포스트모던(Postmodern) 적이죠. 정치적인 사례들을 많이 언급해 배울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모던적인 사고를 하는 독자에게는 `뭐야’ 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성서적으로는 다른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설교는 아무 교회에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주변 목회자로부터 그런 설교를 할 수 있으니 좋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자신의 교회 수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못 알아 듣는 것은 교육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고민하지 않아서입니다.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려워합니다.
-문화 영성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글에서‘침묵의 카르텔’을 언급하셨습니다. 복음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에 침묵해왔던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깰 수 있습니까?
“일률적인 해답은 없습니다.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고민해야죠. 구체적인 삶의 현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에베소서의 말씀처럼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는’ 원칙은 기억해야 합니다. 샌델 교수도 ‘결코 옳은 것에 대한 고민을 중단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 영성과 존재가 변하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판단해야 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 품성을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토마스 머튼이 ‘사막에서 홀로 수도해도 내 영성이 바르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요즘 설교는 주로 어떤 주제를 택하시는지요?
“지난 6년간 영성, 회복, 치유 등을 많이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믿는다는 게 뭔지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설교를 하니까 달라졌다는 분들이 있더군요. 헌신과 희생을 강조했고 고민하게 만들었어요. 찬양도 대부분 ‘나’에 집중하는 세태입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책이 ‘삶이란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것’임을 강조하듯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에 대해 눈을 뜨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나오겠지요. 목사도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온전한 삶으로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설교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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